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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역(서울숲) 돼지갈비골목

fotomani 2015. 2. 9. 08:04

제가 진짜돼지갈비에 집착하는 이유는 초짜 대학생이었을 때 

국도를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낯모르는 젊은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제주 선창가 대포집으로 데리고 가 사준 돼지 갈비에 대한 추억이 

너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드럼통 연탄불 위에 걸려있는 석쇠에 

커다랗고 투박하게 저민 돼지갈비를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지면 

- 아마 그때는 가위를 쓰지 않았는지 잘라먹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기름이 안 묻도록 사각으로 잘라놓은 싸구려 포장지로 갈비를 잡고 뜯어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어

돼지갈비도 이렇게 맛있는데 소갈비면 얼마나 더 맛있는 걸까?’ 궁금했던 적이 있어 그럴 겁니다

그만큼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때 이야기지요.



갈비라면 원래 소갈비살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을 이르지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비싼 소 대신 돼지로 대체한 것이 서민이 즐겨먹는 돼지갈비입니다

그래서 돼지갈비집이 장사꾼과 노동자들이 오고갔던 마포나루에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대포집-돼지갈비-서민이 많은 곳이란 상관관계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돼지갈비를 이제 거의 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엔하위키 미러>에 그럴듯한 해석이 있습니다.

 ‘삼겹살의 인기열풍이 불기 전까지는 (갈비가) 돼지고기 요리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던 인기메뉴였으나 

현재는 삼겹살에 밀리는 감이 있다

삼겹살이 너무 인기 있기 때문에 돼지를 도축하고 부위별로 해체할 때

삼겹살로 사용될 부위를 과다하게 늘리고자 한 나머지 갈비뼈에 살이 남지 않아 

진짜 돼지갈비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돼지갈비는 갈비뼈에 넓적다리살, 목살등의 

다른 부위를 식용접착제로 붙여서 왕갈비라고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갈비+목살이나, 1-5번까지 갈비가 아닌 살점이 별로 없는 등갈비가 

갈비로 행세를 하고 있었네요말하자면 돼지갈비 맛 돼지고기에 

갈비뼈가 곁다리로 나오는 주객전도된 그런 돼지갈비를 먹고 있었던 겁니다.



<등갈비>, <진짜 돼지갈비> 등을 포스팅하면서도 옛날 먹던 돼지갈비에 가장 근접한 것이

어디엔가 분명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앙금처럼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언뜻 성수동 정확히는 뚝섬역 근방에 숯불돼지갈비 골목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 이거 정말 그럴듯합니다

옛날 뚝섬 경마장부근 -지금도 스크린 경마를 하는 마사회 건물 주변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은 

서울에서 빠지지 않았던 공장지대이기도 하며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여서 위의 조건에 딱 들어맞습니다

기대감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번 고등모임은 그래서 바로 거기로 할 겁니다.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

지난해 여름휴가를 가질 못해 2월 중에 그 골목 돼지갈비 집 6곳 중 4곳이 휴가 중이랍니다.

 '휴가도 가질 못할 정도에 30분 이상 기다리는 건 예사라는 둥 험한 얘기가 많아 

예약을 안 하고 그냥 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예약을 했더니 걱정 말고 오랍니다

물론 제일 큰집은 아니지요.



겨울이니만큼 길거리에 테이블 펼쳐놓은 곳은 없고 쉬는 곳이 많아 동네가 어둡습니다. 

예약했던 <늘봄숯불갈비>는 이웃한 점포를 넓혀 쓰며 손님을 받습니다. 

사장님이하 4명 정도 되는 아줌마들이 서빙을 하고 있습니다



벽에 붙여놓은 메뉴판에는 1인분 3백 그램 1만원이니 양이 꽤 됩니다. 

접시에 산처럼 쌓아 가져온 양념갈비는 뼈와 살이 일단 한 덩어리로 붙어있고 

고기의 질감이 갈비살에 틀림없습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니 갈비살은 다른 부위보다 탄력이 있어 양념이 밴다해도 탱글한 느낌을 줍니다. 

얼마 전 마포 최대포집에서 먹었던 돼지갈비가 그런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양념은 불고기 양념에 가깝고, 마늘 다진 것 같은 입자가 많이 보입니다.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그러나 달싸한 양념에 색깔이 그리 짙지도 않아 마음에 듭니다.



나이가 든 아줌마들에 새로 들어온 아줌마 들이라주문이나 리필은 불친절한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싹싹한 대응을 하지 못하니 두세 번 소리쳐야 하는 건 예사입니다

강남의 깔끔한 음식점이 아니라 대포집, 실비집이 돼서 그러려니 하면 그것도 안주거리가 됩니다. 

대신 따로 얘기하질 않아도 파절이 넉넉하게 갖다 주니 그걸로 보상받았다 칩니다.



오늘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만 보니 이 골목 갈비집들이 짬짜미하지 않고 밑반찬이나 가격책정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서울숲 산책 나왔다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어제 제일 추운 날 서울 숲을 산책하고 낮에 가본 결과 문을 연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 건지 원래 오후 5시 30분부터

영업을 하는 것인지 아직 확인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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