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빗소리 들리는 골목전집

fotomani 2015. 2. 11. 11:11





피마골을 지나며 언젠가 꼭 한번 들어가보리라 마음 먹고있었던 부침개집.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기름에 전 부치는 소리가 비슷해서

비가 오면 부침개가 생각나게 된다는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이론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경상도 꽃미남은 비가 오니 부침개 생각난다며

술집으로 끌고 가던 기억이 하도 강렬해서 비가 오면 느닷없이 전이 생각나는

그런 아담한 <시골전집>이라는 작은 식당이 피카디리 극장 골목에 있습니다. 



마침 신촌 세브란스로 문상을 가야할 일이 생겨 후배와 만나기로 한 게 바로 그 부근이었습니다.

어차피 가면 술 먹을 걸 후배는 종로에 나왔으니 육회를 하나 먹고 가야한다고 고집을 피우길래 

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벽면에는 <웃고 또 웃자>란 경구같은 시가 적혀있습니다.

"월요일은 월래 웃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목요일은 목청껏 웃고

금요일은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은 토실토실하게 웃고, 일요일은 일단 웃고 보자"라고

별로 웃기지 않게 붙어 있습니다.



멸치로 간을 한 배추국과 물김치가 각자 하나씩 나오고 

이제는 가물하게 망각 속으로 잊혀져가는 보리차 주전자가 술생각 나게 만듭니다.



비빔밥과 국밥 가격을 보면 안주인지 식사인지 모를 가격에 동태탕, 제육볶음이 있고

안주가격들이 착합니다. 저 정도면 밥보다 쏘주 한잔파에겐 매력적인 차림표입니다.

하긴 곁에 계신 노인장들을 보니 순두부 하나 데워가며 쏘주 두병을 까고 계시니 

식사로 드시건 안주로 드시건 주인장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아직 뿌린 설탕이 다 녹지 않은 얼음기 채 가시지 않은 양이 꽤 되는 육회.

육회와 노른자의 궁합은 누가 생각해냈을까요?



곁에 놓인 양념장을 보니 전 생각이 나는 모양입니다.



커다란 프라이팬에서 앞뒤 뒤집어가며 허공을 날던 해물파전이 

자로 잰듯이 뜨거운 스테이크 철판에 딱 들어맞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물파전이라기 보다는 오징어파전에 가깝지만 쪽파에 푸짐한 양과 촉촉함은

그런 투정을 날려버리고도 남습니다.

문상가기도 전에 각 일병했으니 어쩐다?



인상좋은 아주머니 세분이 계서 친척이냐 물으니 니북출신 엄마는 오전에만 나오시고

자기하고 일하시는 아줌마 두분이랍니다.

보슬비에 어깨를 두르고 골목을 지나는 연인의 따스함을 느끼며,

암흑을 가르는 번개와 소나기로 얼룩이는 미닫이 너머 골목을 오가는 우산을 바라보며,

김오르는 파전과 함께 골목에서 쏘주 한잔 들이킬 기회가 오려나?

시골전집 02-742-8525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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