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별 할 일도 없어 마트에 들러 봅니다.
갈치구이를 먹을까 뭐할까 하다가, 스티로폴 랩으로 포장된 냉동관자가 나를 유혹합니다.
요즘 유행처럼 나도 레이저를 한번 강렬하게 쏴봤습니다.
관자들이 갑자기 부르르 떨며 해동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새우 1팩, 홍합 1팩 추가.
오늘 저녁은 해물 짬뽕을 해먹든가, 해물 스파게티를 해묵든가 둘 중의 하나가 되겠습니다.
집에 칼국수는 다 떨어졌고 냉장고에 크림스파게티 소스가 있어 그걸로 메뉴를 정합니다.
일단 프라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관자를 볶습니다.
어느 정도 익으면 버터를 조그맣게 한 조각 넣어 노릇노릇하게 익힙니다.
마늘이 너무 타는 것 같아 물을 약간 첨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노란 국물이 먹음직스럽습니다. 거기에 새우를 넣고 달달 볶습니다.
허브와 거칠게 으스러뜨린 통후추와 소금을 약간 뿌려 줍니다.
이제 양파도 넣어볼까요?
홍합탕을 안주로 쐬주 까는 사내들이야 홍합 생김새 보고 안주 삼아 한 마디씩 하겠지만
해물파스타에 점잖게 들어간 홍합을 보고 한 마디하는 사람이야 설마 없겠지요.
껍데기 다 붙은 채로 넣어봤자 살이 거의 다 떨어지고 껍질만 남아 지저분해집니다.
그러니 홍합껍질은 살이 붙은 한쪽만 남기고 나머지 버리는데
그것도 구색맞추기로 몇 개만 쓰고 나머진 알몸이 되게 탈피시킵니다.
손질법을 무덤덤하게 쓰느라 썼는데도 무언가 의도가 느껴진다면 홍합의 숙명인가요?
제가 나쁜 건가요?
한쪽에서는 파스타가 익어갑니다. 한 가닥 꺼내서 익었나 먹어 볼까요.
이젠 국물도 거의 다 졸았습니다.
크림소스를 따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그러면 쓰다남은 재료 때문에 냉장고가 원시림과 알라스카가 됩니다.
저런 거 할때는 항상 뭐랬지요? 네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그래서 기성품 소스를 넣습니다. 전 투하, 폭풍 흡입, 레이저, 아우라...
이런 단어들 좀 싫어합니다. 왜냐구요? 내 맘이지요.
그런데 왜 아깐 레이저 쐈느냐고요? 너는 내밥이다,
내가 찍었다, 건드리지 마라, 그런 뜻입니다.
제가 소화기관이 안좋은지, 레이저로 겁주며 해동해서 그런지, 한밤중에 속이 쓰립니다.
싫은 거 억지로 시키면 문제가 생깁니다. 다음엔 냉장실에서 달래가며 해동시켜야겠습니다.
자, 소스가 좀 적은 듯 하지만 너무 많아야 칼로리 과답니다. 과유불급.
예전에 만들었던 새우 스파게티입니다.
홍합이 별 건 아니더라도 시각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긴 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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