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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술안주-어머니찌개

fotomani 2015. 3. 18. 08:49




말도 생소한 IMF에는 서로 힘들다고 음식값도 깍아주고 임대료도 내려주는 곳이 있는

그야말로 상생의 따뜻함이 느껴졌는데,  경제가 어렵다는 요즘 한번 오른 음식값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도 도무지 내려올 줄 모르고 안주로 파는 음식도 무색무취,

음식점마다 천편일률이라 사람 냄새나 개성을 느끼기 힘듭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술시가 되어 술 생각은 간절하지만 뭐 하나 딱히 먹고 싶다 하는 안주가 없고, 

내가 여지껏 어디서나 똑같은 안주들로 허겁지겁 채우고 

뱃속에 술이 아니라 C2H5OH, 알콜만 들이부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맛을 얘기하는 거 아니라는 걸 잘 아시겠지요?



삼겹살 2백 그램에 얼마, 등심 얼마, 몇만원짜리 한정식, 이런 것들만 있었지

밥을 먹으면서도 즉석에서  '아줌마. 닭 한 마리 잡아 주---'하듯, 기성품이 아니어서 

맛의 평균이상 균질성을 보장할 수 없거나 고급스런 맛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따뜻함은 느낄 그런데 없나 하는 맹랑한 기대를 해봅니다.



그래서 방학역에서 헤매다 그냥 이름이 그럴듯해서, 새벽 4시부터 10시까지 영업한다는 

<어머니 찌개>라는 밥집으로 들어 갑니다. 

아직 후배가 오질 않아 자리에 앉으며 닭도리탕 하나 해달라고 하니 

혼자서 다 못먹는다고 안해줄라 합니다. 해달래는데 그거 참--



나는 닭요리를 먹으면 날개부터 찾아 먹습니다. 퍽퍽하지 않고 발라먹는 재미가 좋아서요.

요즘 젊은이들은 발라먹는게 귀찮거나 관절부위 씹는 재미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저 윗사람이 있든 없든 거침없이 닭다리를 하나 집어들고

살만 대충대충 발라먹고 관절부위 연골이 그냥 붙은 채로 뼈다귀통에 버립니다. 

그걸 다시 가져다 먹을 수도 없고 쩝 쩝, 그 얘기를 귀담아 들은 후배는

그후로부터 닭다리 살만 발라내고 입도 대지 않은 거라고 위 사진처럼 나에게 줍니다.

저기에 두가지 의미가 있지요. 하나는 버릇없는, 또 하나는 챙겨줘서 고마운 후배입니다.


요즘 대학에서 밥상머리 예절에 대해 가르친다 하는데 그런 것까지 가르쳐야

알아듣는 시대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야 지도층으로써 어려운 사람도 챙기고 아픔을 다독거려줄 수 있겠는데

그런 거 다 과외로 배워야 남의 사정을 헤아려줄 수 있는 시대이니

만화 같은 황당한 일들이 벌어져도 이젠 놀랍거나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종로 3가 계림닭볶음탕과는 뭔가 다르긴 한데 집어내기 힘들지만 그런대로 푸짐합니다.



감자도 잘 익어 저렇게 으깨서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밥 한 공기에 밥 반찬까지 주니 그런대로 만족스럽습니다.


 


이분 나홀로 밥상에서 저렇게 드시니 역시 반주의 묘미를 잘 아시는 분이군요.

오늘 이집에서 이렇게 독상으로 반주하는 분을 두 분이나 봅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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