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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라도 깨끗하게-돼지고기 수육

fotomani 2015. 3. 23. 07:58


삼겹살 구이나 장충동 돼지족발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남은 비인기 돈육으로

우리 입맛에 맞게 처리(?)하는데 성공한 음식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 같고,

이제는 기름에 인이 박혀 '비계 없이 돼지고기를 어떻게 먹느냐'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먼지 많은 산업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은 목구멍에 쌓인 먼지를

돼지고기나 돼지비계로 없애줘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론을 신주단지 모시듯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침 튀겨가며 한잔하시기도 하지요.

고래고래 돼지 멱따는 소리로 떠드는 것은 그래서 효과를 보았다는 반증입니다.


삼겹살은 숯가마에 넣어서 굽기도 하고, 삽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한 때는 

슬레이트 위에서 굽기도 하였고, 짚불 속에서, 대통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흙으로 

덮어 굽기도 해보고, 요즘은 캠핑장에서 서양식 바베큐 그릴 위에 놓이기도 합니다.

맛있게 먹겠다고 몸부림을 치는 거지요.



그런 무리 속에 저도 예외없이 껴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삼겹살구이보다도 

비계가 적은 목살이나 앞다리살로 '얌.전.하.게.' 수육을 만들어 먹는게 좋더군요.

아무래도 이젠 연식이 좀 돼서 마른 음식은 목에 자꾸 걸리는 모양입니다.


( ㅅ 면옥 돼지편육)


수육은 냉면집이나 보쌈집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좀 먹을라치면 바닥이 드러나거나,

 삶아놓은 것이 오래되면 군내 나거나 퍽퍽해지니, '차라리 집에서 푸지게 만들어 먹자,

 왕산박에서 먹는 것처럼 푸.욱. 쌀.마.서. 뜯어먹어 보자' 이런 마음인 것이지요.

 '껍데기 붙은 앞다리살을 달랬더니 벌써 다 팔렸답니다.

 아순대로 목살을 사와 압력솥에 풍덩 넣고 월계수잎 몇장,

청양고추 둘, 간장, 마늘, 커피 조금, 된장, 후추가루 를 넣고 40분 정도 익힙니다.

팔랑 팔랑,퐁당,쪼르륵, 땅땅, 풍덩,툭툭,...

잡내를 없앤다고 여러가지 비법이 동원 되지만 저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끓이고 남은 국물은 국수 육수로 써도 좋을 만큼 잡내가 없습니다.

색깔이 하얗지 않아서 그렇지 제주 고기국수나 돈코츠 라멘 국물이 별 건가요?

잡숫든 안 잡숫든 그건 알아서 하시고...


수육 잡숫는 법을 따로 갈켜드릴 필요야 없겠지요.

 푹 삶아진 고기를 건져 김이 날 때 썩썩 잘라 맛있게 드시면 되니 더 손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왕이면 먹음직스럽게 큼직큼직, 엄마 손처럼 가정식으로...

어떻습니까? 윤기가 흐르는게 먹음직스럽지요?




그냥 새우젓에 찍어 먹기보다는 겨자 간장을 찍어서...

삶은 돼지고기는 겨자와 궁합이 맞는데 이와 같이 간장에 넣거나 

깔끔하게는 새우젓에 넣어서, 대구에서는 된장과도 섞어 먹는다고 합니다.

아, 제주에서는 멜젓이지요?

그래도 느끼하다고요?  그럼 쪽파무침을 곁들여 볼까요?

참치액젓, 간장, 식초, 고추가루, 설탕, 마늘, 깨, 참기름 조금으로 버무립니다.

오리엔탈 드레싱 비스무리하게.



숨이 아직 덜 죽긴했지만 새.달.매. 쪽파맛과 탄력이 살아있는 수육이 잘 어울립니다.

새달매는 새콤, 달콤, 매콤의 약자입니다. 제가 만든 말이지요.



기왕이면 신 김치도 없앨 겸, 함께 곁들여서...



아무래도 돼지고기에 껍데기가 없으니 뭔가 빠진 것 같고 심심합니다.

비계가 적은 앞다리살을 사다가 이번엔 새우젓에 설탕과 고추가루를 넣고 겨자와 함께.

요놈은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짝은거라 좀 퍽퍽해 보입니다. 

아--- 그래서 영업집에서는 찜기 위에 부추나 파와 함께 올려 내놓는 거로군요.

아, 그리고 뭐 빠진 게 있지요?  이스리  한잔.



동네 시장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니 총각이 채썬 파와 올리브잎을 서비스로 줍니다.

파는 쪽파무침으로 대체했으니, 버릴 수도 없고 어쩐다? 그래, 찬밥을 없애자.

제가 파로 만든 볶음밥을 좋아합니다. 송이+파도 쥑여 주지요.

마늘과 양파를 기름에 볶은 뒤 찬밥 덩어리를 으깨 볶다 다시 파채와 피망을 넣고




달달 볶다가 굴소스와 후추가루로 간을 맞춥니다. 누룽지가 생기기 직전까지 볶습니다.

동물성이 하나도 없는 저건 내일 웰빙 점심이 되겠습니다.

이 나이엔 무얼하든 마누라 눈밖에 나겠지만, 

이쁘게 보일 능력이 안된다면 뒤 처리라도 흔적없이...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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