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아빠를 부르며 애타게 노래하던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이제 사대문안과 밖의
경계 구실을 포기한 지 오래고, 20번 아륙교통 종점이 있던 길 건너로는 먹자골목이
되어버렸습니다.
유동인구로 치자면 피켓만 안들었지 데모군중이 연상되리만큼 많습니다.
술안주하면 거의 고기, 생선이라고 해도 거의 회 아니면 탕이나 찜인데
결과물은 비슷하다 할지라도 조림이나 찌개라면 왠지 짐에서 만들어 주는 음식 같은
느낌이 들어 정겹고, 추가로 시킬 고만고만한 해물안주들이 있어 반갑습니다.
코다리 조림 드는 방법? 하긴 어떤 사람은 수저로 밥을 떠서 그 위에 반찬을 올려놓고
들어야만 밥 먹는 맛이 난다고 하니, 해체한 허연 살만 먹어 아까운 양념을 남기는 것보다
양념 발라 먹는 재미에 맛도 배가되니 도랑치고 가재 잡고 그럴 듯합니다.
오른 쪽은 단호박이었던가요? 마치 해삼 내장처럼 보입니다.
쇠고기 무국이 연상되는 북어국. 비주얼은 좋은데 북어국엔 역시 콩나물과 두부가 있어야...
오징어부침
저는 사실 코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반건 정도만 돼도 음식을 잘못 만들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었지요.
그나마 동태를 꺼려하지 않게 된데는 <연지얼큰한동태국> 덕분입니다.
이집 것은 비린내가 나질 않고 구수한데 포장을 해달라면 절.대. 안.된.다.는 식당입니다.
하여간 여기 코다리찜은 보는 것과 달리 그리 맵지 않고 비린내도 안납니다.
두 사람이 요리조리 헤쳐가며 싫증나지 않게 먹기 충분합니다.
저기 구불구불한 게 뭐지요? 곤이?
명칭은 차치하고 저게 수컷 정소 맞지요? 수컷 정소는 '이리'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정소를 알집인 곤이라고 부르는 건 틀린 말이지만
음식점에서 너무 까칠하게 굴면 밥맛 안나지요.
그 다음 달에 동문 모임을 이곳에서 가졌습니다.
미리 세팅해놓은 동태탕, 문어숙회, 골뱅이
지난 번과 같이 반찬은 거의 비슷합니다.
미리 준비하니 이게 문제로군요. 이런 건 그 자리에서 금방 데쳐 먹어야 제 맛이 나는데...
꼭 부침개와 마찬가지입니다. 더운 기가 사라지지 않고 촉촉하고 쫄깃하게.
아주 오랜 옛날 추운 겨울 밤 포장마차에서 펄펄 끓는 물에 생오징어 데쳐서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오징어를 숭숭 잘라 접시에 올려놓고 초고추장을 뿌려먹던 그거,
와닿지요?
그러나 골뱅이 선도가 좋아 내장까지 발라 먹습니다.
이번엔 모둠조림을 시킨 모양입니다. 결따라 뜯어지는 가오리도 나옵니다.
코다리 눈은 누가 파먹었나요?
색깔이 덜 붉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그리 맵지 않아 내일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남은 양념이 아까와 메뉴에도 없는 소면을 삶아 달래서 비벼먹었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골뱅이회. 그만큼 선도가 좋다는 사장님의 자부심인가요?
어, 해물칼국수도 시켰어? 아까 괜히 소면 먹었잖아. 해장으로 좋네요.
이날 모인 동문들. 저 벽쪽은 경로석인 모양입니다.
사장님은 고성사람으로 젊은 분입니다.
내친 김에 염치 불구하고 다음 모임에선 해물 물회를 부탁해도 되겠냐 물으니 좋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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