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김장 김치가 뛰니 김장 안주도 뛴다

fotomani 2017. 11. 28. 09:02



병원 인턴 수련기간엔 삼신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三神이 뭐냐고요?

잠자는 데 귀신, 먹는데 걸신, 일하는데 병신이라는 반은 자조적인 반은 비아냥이

섞인 비유인데 누워 잘 수도 없을 만큼 고되다는 뜻이지요. 그와 비슷한 것으로 

군복만 입으면 춥고, 배고프고, 졸립다는 비유도 있습니다. 얼마나 훈련에 몸이

고달팠으면 그렇겠습니까? 군복무 해본 사람이면 6시에 저녁 먹고 취침 시간이 되면 

고파지는 거 겪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물론 지금이야 러지 않겠지요.


밤이 길어지는 계절입니다. 어둠이 깔렸다고 저녁을 일찍 들게 되면

한밤이 되기도 전에 군대 생각 날 만큼 출출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도 걸신 들려는 참에 간단한 안주거리 뭐 없을까요?



간혹 대왕오징어 혹은 가(假)문어라 불리는 칠레산 냉동 오징어를 볼 수 있습니다.

무지 싸지요. 보통 냉동으로 들어오는데 맛은 우리나라 오징어 맛 따라오려면 한참 멀어서

양념해 볶아 먹으면 양념 맛으로 그런대로 먹을 만 합니다.



해동을 시켜 슬라이스로 썰어 데쳐 물기를 뺍니다.



그렇게 하면 양이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차라리 건조된 가문어 슬라이스를 쓰면 

번거러움도 덜고 양도 그리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좀 불려야 하겠지요.



그걸 마이요네즈 범벅을 만들고 프라이팬에 간장, 설탕, 마늘, 꽈리고추, 청양고추, 깨 등을

넣고 볶습니다. 마이요네즈는 올리고당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윤기도 내고 좀 더 두터운 맛을 내지요.  



완성된 대왕오징어 볶음입니다. 다음엔 버터볶음을 한번해봐야겠습니다.



대왕오징어 볶음을 만들기 전에 장조림을 만들면 그 국물로 오징어 볶음 국물과 꽈리고추

건데기를 같이 쓸 수 있어 함께 만들면 따로 만들 때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 1타 2매라 하지요?



꽈리고추는 작은 것보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약간 큰 놈이 차라리 덜 맵습니다.

깐 메추리 알도 넣고 졸입니다.



대왕오징어 볶음과 장조림 형제.



갈무리 해 놓고...


요즘 산란기라 알배기 도루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살도 오동통 복스럽게 오르고 알이 터져 나올 듯 꽉 차있지요.

도루묵도 대왕오징어처럼 고기 맛보다는 양념 맛으로 먹는 생선입니다.

조림을 하면 혀나 입술로만 눌러도 뼈가 분리되며 미끄러지듯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살과

오드득 거리며 씹히는 알의 식감이 이맘때 쯤이면 입맛을 돋구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제 입맛엔 구이보다는 조림이 더 잘 맞습니다.



이것도 안주로 왔다지요.

그러나 먹고 나면 대가리와 생선 뼈가 수북이 쌓이는 게 흠입니다.

그래서 미리 대가리를 따고 무나 감자를 바닥에 깐 다음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간장, 마늘, 고추가루, 청양고추, 깻잎, 설탕 등을 넣고 졸입니다.



조림은 먹고 난 후 밥에 졸여진 감자나 무를 올리고 국물을 부어 비벼 먹으면 끝내 줍니다.

먹고 나서 양치질은 필수입니다. 니캉내캉 사이 좋게 같이 먹었다면 관계 없고요.



기왕 졸이는 김에 한쪽에서는 닭 날개와 봉도 함께 찜을 해서 저장해 놓습니다.

또 전문 용어로 이런 걸 멀티태스킹이라 합니다.



김장철이 되니 덩달아 안주거리를 쟁이게 됩니다.

이 정도면 '김장 김치를 담근다'가 아니라 '김장 안주 담근다'가 될 것 같습니다.

주방에서 만들려면 중전마마 입맛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눈총 받을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니 자진해서 베란다로 나가십시오.

꾼이 술 먹는 이유야 차고도 넘치고 그 정도 눈총이야 눙칠 줄도 알아야 꾼이지요. 히~~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포토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주로는 역시 회냉면  (0) 2017.12.20
모임 사계 2017  (0) 2017.12.11
맛은 좋은데... 쩝  (0) 2017.11.21
늙젊이 사이좋게 먹기-선비옥  (0) 2017.11.15
잔소리 좀 그만해라. 짜샤 ~ 신신  (0)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