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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 뱃살이 나자바바라 그럽니다

fotomani 2018. 5. 16. 10:55



밭일은 늦봄만 돼도 땅에서 올라오는 습한 열에 숨이 막히고 병충해와 잡초에 치입니다.

주말농장에서 일주일 한번으론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는 잡초를 견디질 못합니다.

그래서 텃밭은 늦봄까지만 재미있고 바로 곁에 있어야 한번이라도 더 손을 봐줄 수 있지요.

옥잠화와 족두리꽃으로 도배되는 뒷마당에 푸성귀를 처음으로 심어 보았습니다.

뿌리면 뿌린 대로 싹을 틔워주는 채소와 흙, 핑계대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내 마음에 쏙 듭니다. 앞에서부터 배추, 참나물, 시금치, 상치, 총각무, 고춥니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구요? 다 옛날 얘깁니다.

즘에야 딸도 며느리도 살림 차려 나가 살고 눈치 보는 팥쥐 엄마만 남았습니다.

내 얼굴 까매져도 나 혼자 묵묵히, 하는데 까지 하고 힘들면 쉬는 게 마음 편합니다.

흩뿌려 심은 배추 몇 포기만 솎아도 한 끼 때울 만 한데 왜 아쉬운 소리 합니까?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야채가 있으니 삼겹살이 급 땡깁니다.

삼겹살 한 근과 마늘을 사와 신문지 깔고 거칠게 구워 먹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오이소박이도 청소 겸 끄집어 내놓고...



마늘도 거칠게 통으로 노릇하게 굽고



파절이 같은 거 생략해도 채소가 싱싱하니 꿀맛이요, 세상이 모두 내겁니다.



한 근을 어찌 다 먹나요? 삼겹살이 남았으니 꽈리 고추볶음을 하려 합니다. 

그러나 고추가 모양만 작았지 꽈리고추가 아니라 거의 청양 수준입니다.

삼겹살 쌈 싸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고추 한입 베어 물었다 혼났습니다.

고추 대신 집안에 있는 거 몽땅 집어넣기로 신속 대응합니다.

일단 삼겹살을 잘게 썰어 통마늘과 함께 노릇하게 구우며 감자를 넣습니다.



그래도 섭섭하니 청양고추를 조금만 잘게 썰어 넣고 죽순 통조림 돌아 다니던 거,

놔두면 모하니?, 썰어 넣고, 양파도 넣고



간장, 고추가루, 설탕 조금 넣고 볶습니다. 

매콤하니 공휴일 낮거리 심심풀이 안주로 그럴 듯하네요. 



낮술 한잔에 취해 꿀 같이 한숨 자고 일어나 이른 저녁 먹습니다.

일요일은 모든 일과를 빨리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게 나만의 '생활 지혜'입니다.

제가 별 볼일은 없어도 월요병만은 꼭 찾아 오거든요.

냉장고에 찬 밥이 많으니 파 버섯 볶음밥이나 만들어 먹을랍니다.

기름 넣고 찬 밥을 잘 부수고 표고 불린 것을 집어넣습니다.



아까 만들어 놓은 삼겹살볶음이 있으니 그거 조금 넣고 굴소스로 간을 봅니다.

있어 넣는 거지 파볶음밥은 고기가 안 들어 가도 담백하니 먹을 만 합니다.



파를 넣습니다. 볶음밥은 질지 않게 해야 맛 있는데 파볶음밥은 더욱 그렇습니다.



간이 세질 않아 누룽지 직전으로 꼬득하니 볶으면 집 나간 뱃살이 '나자바바라' 그라지요.

내 눈엔 또, 또 밥 안주로 보이니 이걸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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