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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혼밥술 - 넋두리

fotomani 2018. 9. 11. 11:49



(혼밥과 혼술에 좋은 상차림은 안주거리가 될 수 있는 반찬이 있는 겁니다. 윤가네 청국장)


전철, 영화관 대기실, 심지어 식당까지 분명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인데 타인처럼

스마트폰을 얼굴에 대고 각자의 세계에 몰입돼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벽 버스 정류장에서 보면 스마트폰 빛에 반사되어 얼굴 퍼런 좀비들이 

걸어다니는 것 같아 덜컹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식당에서도 어린아이가 

뛰어 다니지 않고 만화 영화나 게임에 빠져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시끄럽지 않아 좋긴 하지만 게임기에 강요된 질서 같아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이 집은 청국장에 고등어가 반 토막 나옵니다. 손님이 많으니 선도 괜찮네요)


사람이 알게 모르게 스마트 기기에 의존한 지 오랩니다.

반려동물은 내 의사로 고르고 보살펴 주는 것이지만

현대를 살아나가려면 스마트폰은 내 뜻과 상관없 반려(항시 지참)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는 끈끈하고 피곤하지만 반려기기는 손놀림 만으로도 기기의 기분과 

상관없이 내가 하라는 대로 두말 없이 해주니 떨치기 힘들지요.

한밤중에도 네비게이션에서 졸리고 귀찮은 내색 없이 욕하는 건지 뭔지 '팔.십.팔.십.팔.십.팔'

외쳐 대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그것입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소리 안하고 혼자 살기 편한 세상이 돼갑니다.



(밥은 양은 솥밥입니다. 테이블에서 밥을 퍼주고 누룽지 만들러 주방으로 가져갑니다)


혼밥이나 혼술은 어떨까요? 그것도 자기만의 세계로 몰입한다는 의미일까요?

단합과 일사불란함이 강조되는 회식문화가 강요와 성추행 등 

부작용으로 폐기되며 자연스레 혼밥, 혼술이 각광 받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자의든 타의든 1인 가구의 증가도 한몫 거든다 할 수 있겠습니다.

타의란 삼식이로 구박 받는 졸혼 등이 흔한 예가 되겠지요.

혼밥, 혼술은 눈치보지 않아 편하긴 하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는 문화 행태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거스르는 듯해서요.



(광주식당이 원조인데 새로 생기며 처음 사진처럼  오이채 들어간 콩 국물도 주고

고등어도 좀 더 달라면 '더 주기도' 합니다.)


사실 혼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주로 시장을 중심으로 상인 일꾼 등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밥을 먹지 못하는 계층이

그들이었지요. 틈이 나면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생계형 혼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왕대포 한 사발이나 구멍가게에 맡겨 놓고 먹는 쏘주 한 '클라스'면

생계형 혼술이라 할 수 있고요.



(윤씨네 부근에 있는 남도한정식이라는 식당입니다. 오늘은 가자미가 좋다며 그걸 권합니다.)


회식이 많이 줄어드니 요즘 혼밥 특히 혼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취미형 혼술로 넓게 확장되고 있답니다.

수제 맥주, 칵테일, 사케, 와인을 입맛에 맞춰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하거나

저녁때 카페에서 책과 한잔술을 하며 느긋한 시간을 혼자 보내는 술문화입니다.



(가자미가 별 맛 없지만 바싹 구우면 기름 맛에 은근히 고소하지요.)


반면에 나의 혼술은 허기와 알콜기를 채워주는 일종의 생계형 혼밥술이 되겠는데

굳이 이 혼밥술을  급수로 나누자면 반주(飯酒)나 애주 정도가 되겠습니다.

혼자 먹는 밥상에는 밥 안주도 좋고 안주거리가 될만한 반찬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미리 만든 반찬이긴 하지만 이런 고등어 졸임이 올라오면 즐겁습니다.

이런 건 누룽지와 함께)


구속 받지 않아 좋긴 하지만 혼밥이나 혼술은 말 상대가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인간이란 게 원래 변화무쌍한 동물이니 간사하다 타박주지 마십시오.

그런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혼술 상대 지능 로봇이 출시될 지도 모릅니다.

간섭하기도 싫고 받기도 싫는 사회 구조가 고착되면 말 상대를 뛰어넘어 나의 감정과 

욕구의 배설구가 되어도 화를 내지 않는 다목적 로봇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즉석에서 해내는 돌솥밥. 이런 반찬에 맨밥을 줘도 감지덕지인데 돌솥밥까지?

윗집 아랫집 모두 소주 한병 포함 1만원 이하.  이 정도면 딱 혼밥술 메뉴입니다.)


그러나 내가 언제 그런 로봇까지 호사롭게 거느리겠습니까?

그저 비 오는 날 저녁 빗소리를 안주 삼아 반주할 수 있다면 그게 현실적인 행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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