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하던 짓을 해야제~~ -The 450

fotomani 2018. 9. 17. 13:49



지난 9월 첫날 달력 한장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염천 햇살은 아직도 피부를 뚫고 내장을 헤집고 들어와 탕으로 만들 작정입니다.

전시를 보고 걷는다고 나왔지만 불과 한 시간 남짓 걷고 쭉 뻗어버리기 직전입니다.

부근 홍대쪽 거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윤씨밀방이라는 곳에서

햄벅스테이크를 먹어볼 겸 홍대쪽으로 향합니다.

백백 메고 헌팅캡 밑으로 내비치는 흰머리는 영 이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윤씨밀방이라는 곳을 찾지 못하고 가게에서 내 걸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날이 찜통이니 그저 시워언한 맥주를 쭈욱 들이켜 

 갈증을 날려버릴 생각밖에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아직 이른지 홀은 한산합니다. 

주문을 하려니 그림은 없고 깨알 같은 글자만 빼곡한 메뉴를 가지고 옵니다.

이런 동네에서 늘그니를 위한 그림책이 있을 리 없지요. 다시 밖으로 나가 현수막을

사진 찍어 '체네'에게 '요거'하고 냉장고 속에 달랑 1병 남은 칭타오를 주문합니다.



4인 자리에 철부덕 앉으려니 곧 손님들이 오니 저 앞 손님들처럼 2인용 

'가운데' 협소한 테이블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답니다.



팬에 해물 파스타를 넣고 피자로 덮은 시크릿 씨푸드.



살포시 담요 자락을 떨리는 손으로 걷어 올리며 시크릿을 확인합니다.

칭타오 맥주병을 신경 쓰며 좁은 상에서 비밀스런 작업을 하다 결국 기다란 맥주잔을

쓸어뜨리고야 맙니다. 한밤중에 조심조심 냉장고 문을 연다고 하지만 

여지없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며느리를 깨우는 건 늙은이 특권입니다.

재빠르게 낙하하는 잔을 붙잡았지만 벨트 아래 바지는 맥주로 흥건하고 

그때쯤 홀 안을 메운 젊은이들의 눈이 모두 나에게로 쏠립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말은 안 하지만 모두 그런 표정으로 보입니다.




안 하던 짓을 해서 인가?

결국 티를 내고야 말았지만 '옷은 말리고 나가야지' 꿋꿋이 앉아 엎질러진 맥주 대신

생맥주 하나 더 시켜 젖은 시크릿이 마를 때까지 천천이 다 마시고 

Senior (Secret) Center 총무는 다시 가마솥 속으로 늠름하게 사라집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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