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가을하늘과 약방

fotomani 2018. 9. 28. 08:51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모든 공식 행사도 끝나고 할일 없이 뱃살만 키우려니 숨이 차옵니다.

지금 바닷가로 나가 걸을 수도 없고 마침 모든 고궁이 무료 개방이랍니다. 

경로만을 위한 개방이 아닌 모두를 위한 개방입니다. 물론 후원은 유로로군요. 

창덕궁을 가면 앞쪽 전각들은 대충 훑어 보고 

후다닥 후원으로 가는 편이라 오늘은 전각을 중심으로 돌아보려 합니다.



빚쟁이 같던 찜통 더위가 안방에서 사라지니 떼인 돈 해결사 같은 추위가 덮칠까

걱정되긴 하지만 걱정하면 뭐합니까? 맑은 가을 하늘에 조삼모사합니다.



창덕궁은 숲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궁궐로 

곳곳에 푸른 나무와 연못이 있어 마음이 편해집니다.



지붕 위에 하얀 용마루가 없는 내전 대조전.

침전인 대조전은 음과 양의 기가 통해야 하는데 용마루가 있으면 

이 기운을 막을 수 있어 용마루를 올리지 않았답니다. 



용마루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으면 사지가 눌려 가벼운 마음이 될 수 없지요.



이와 같이 용마루가 없는 건축물로 창경궁 내전 통명전이 있습니다.

영화 소재로 잘 쓰이는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갈등과 투기가 얽혀 있는 곳이지요.



대조전 뒤로는 화계 꽃담에 난 작은 문으로 비밀스레 후원으로 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럴 땐 후원보다 비원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의외로 관람객이 많습니다.



궁궐이라기 보다는 살림집 같은 낙선재

실제로 덕혜옹주가 1968-1989년까지 살았던 곳으로 구한말 역사가 스며있는 곳



비둘기나 참새도 사람을 피하지 않고 이렇게 감이 달려도 아이들 손 타지 않습니다. ^^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아직도 궁궐의 정전을 보면 일월오악병, 어좌, 닫집 등

빛바랜, 심지어 먼지가 내려앉은 듯한 가구와 천장이 어둠침침 한 공간에 있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죽어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항상 민망했습니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이번에 전각을 돌아보며 가장 생동감 있게 본 곳이 내의원인 약방입니다.



실제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하나도 낯설지 않은 공간, 살아있는 공간,

아~ 바로 이렇게 이런 공간 속에서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창으로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는구나~

이 외국인의 눈길은 끈 것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카메라에 담으려 하고 있을까요?



거기엔 사람 눈길을 끌만한 약사발 진열장과 서가가 있었습니다.



현대적 감각의 약사발



첩반상기가 연상되는 약사발



어의 진맥실인가요?

뒷쪽에 눈에 익은 책장이 있습니다. 제가 한때 배웠던 소목장 박명배 사부님 작품이군요.



얼핏 봐도 품격이 느껴지는 약장입니다. 중심 좀 맞추지... ㅋ



앞뒷문을 열어 통기가 잘 되는 건재 약방



왼쪽 감초는 알겠는데...



평양이 많이 달라졌다고 다큐 영상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중 평양 인근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식음료 들며 가무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은 유난히 나이든 관람객이 많아 문득 그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창경궁 대식물원 변천사>란 전시회 팻말때문에 그 장면이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아침과 다르게 햇볕이 따끈해져 나에겐 메밀도 한 무더기 더 올려 주고

다진 파와 간 무를 양념통에 넣어 마음껏 떠먹을 수 있게 주는 집으로 가려 했으나 

다시 종로로 걸어 나가기 부담스러워 명륜동을 거쳐 대학로 쪽으로 나갑니다.



대학로의 냉면집을 가니 휴일, 삼선교 생선구이집을 가니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26일까지 휴점'

다시 월남 쌀국수집으로 가니 거기도 휴일, 삼선교 유명한 'ㅅ'중국집을 가니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짜장면과 물만두 빼고는 모두 요리만 적혀 있을 뿐.

주인 할마씨가 귀찮은 듯 메뉴판에 안 적혀 있어도 다 되니 '빨리' 주문하랍니다.

볶음밥을 주문했다가 물만두+짜장면을 먹으려고 다시 새로 주문해도 되냐고 물으니

돈도 안되는 거 먹으며 멀 그리 까탈스럽냐는 듯 또 '빨리' 재촉합니다.

아무리 요리 위주로 장사한다지만 이렇게 불쾌하게 머슴 취급 받으며 얻어 먹어야 하나?

메밀집으로 갈껄... 계속 걸어 성북구청 근방 돼지갈비집에서 정식을 먹습니다.



화풀이 하듯 상추에 밥 쬐끔, 고기 한 점, 마늘 한 쪽, 쌈장을 반복하니 

쌈과 마늘이 동이 납니다. 또 똥 밟을까 조심스레 부탁하니 양껏 드시라며

새 접시에 상치와 마늘을 듬뿍 갖다 줍니다. 야채값도 장난이 아닌데.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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