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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달라요 - 육포

fotomani 2018. 10. 5. 17:04

육포는 오래 전부터 먹어 왔으나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고 脯肉류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징어를 제외하고는 어포 중에서도 쥐(치)포를 먹게 되면서 

부터인 1970년대 중반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70년대로 말하자면 엿장수로부터 매집해온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던 때로

그 당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던 때로 붕장어 껍질로 만든 가죽제품까지도

수출되었습니다.  그러니 고깃배에서 생김새가 재수 없다고 버리는 쥐치까지 포로 만들어 

팔았던 것인데 생으로 먹으면 질기긴 해도 오징어 대용으로 그만이었습니다. 



먹는 것도 진화하게 마련입니다. 언제까지나 찔긴 것만 씹고 있겠습니까?

오징어처럼 구워 먹어 보니 더 고소하고 덜 질기니 그때부터 더욱 더 인기를 끌게 되었지요.

설탕 대신 감미료를 쓸 때이니 방부제가 너무 많다 적다는 사치였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며 옛 생각에 육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5 mm 두께로 썰어 만든 호박색 육포는 비주얼은 물론 너무 맛이 있어 

남 줄 새도 없이 슬금슬금 추억을 먹는 안주로 다 없애버리고 말았습니다.



추석 1 주일 전, 다시 육포를 만들려고 정육점에서 5 mm로 썰어 달라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술이 덜 깼는지 아니면 기계 나사가 헐거워졌는지 5 mm로 맞췄다는

두께는 한 두 장 썰고 나더니 스을슬 두꺼워집니다. 

눈치 채고 '악'소리가 나는 순간 벌써 다 썰어졌습니다.

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게 물에 담궈 핏물을 뺍니다. 서 너 번 물을 갈아 줍니다.

그리고 간을 해서 하루 정도 재운 다음 말립니다.



요즘은 건조기가 많이 보급되어 그걸로 말려도 되고 전 베란다에서 이틀 정도

건조시켰습니다. 결국 윤기 없고 시골장 냄새 물씬 나는 투박한 육포가 탄생했습니다.

깍쟁이 같지 않아 좋긴 한데 씹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이틀 째 결의 가로 방향으로 좀 늘여 놓을 걸...



그래도 어쩝니까? 조금이라도 악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결 수직 방향으로 잘라

꿀과 잣가루를 바릅니다.

화장을 해도 처음 만든 육포와는 두께 차이 뿐인 데도 확연히 다르지요?



이번 추석엔 조카들 중심으로 성묘를 간다해서 주전부리로 가져 갑니다.



역시 두꺼워 나머지는 폭을 더 좁게 잘라 꿀과 잣가루로 무침을 해서 

습기에 물러지도록 합니다.



추석상은 차린 사람이나 먹는 사람 모두에게 정치적인 밥상일 수밖엔 없는데

'상당히 고급지게 보인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없어지질 않습니다.

호박색 육포가 만들어지지 않고 질긴 육포가 나온 게 아무리 두께 탓이라 하더라도

때와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아마츄어의 본질은 어쩔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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