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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뭔일 있어요?

fotomani 2018. 10. 15. 08:04

아침에 일어나 속옷을 갈아 입으려 하니 어디에 두었는 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방 저방 찾아 다녀보지만 방마다 빨래거리와 짐으로 가득 차 발디딜 자리조차 없고

이렇게 속옷 찾아 헤매는 일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계속 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꿈얘기입니다. 싸도 싸도 계속 마려운 오줌 같은 악몽이지요.



세월이 가며 나와 친구들만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주변 생활용품들도

동무삼아 같이 낡습니다. 젊었을 때는 없으면 죽을 것 같아 모두 내 곁에 있어야만 했지만

이제는 거추장스럽고 걸리적거리며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빛바랜 기호품일 뿐입니다.

그래서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옷장부터 정리하니 입어보지도 않은 옷,

몇 번 입지도 않고 묵혀둔 낯선 옷들이 그동안 서러웠다는 듯 하나둘 나옵니다.

옷을 대충 정리하니 이제는 전에 정리하고 남았던 잡동사니 오디오들이 걸리적거립니다.



이건 부속만 뜯어내 새로 집을 만들어 준 턴테이블입니다. SME 3010R 암을 달았던 것인데

LP판은 먼지만 쌓이고 이젠 판 거는 것도 귀찮아지니 처분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준 게 벌써 8년이 지났군요. 그 사이에 판을 몇 장이나 걸어 봤던고?

나이 들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새 달력 한 장 뜯자마자 마지막 장이 된다는 겁니다.

턴테이블 새옷 만들어 입히기 : http://blog.daum.net/fotomani/70032 )



건강검진 가서 문진표에 술 담배 식사...에 관해 이실직고하면 

희뜩이는 눈으로 준엄하게 깔아보며 중독자 취급받기 일숩니다.

늙어서 병원에서 듣는 얘기야 뻔한 것이지요. 담배 피지 마라, 술 먹지 마라. 

과식하지 마라... 수많은 약을 복잡한 복용법과 함께 달고 병원 문을 나섭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 권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그걸 지키려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래서 아버님들껜 '그거 끊느라 애쓰지 말고 편하게 사십시오. 그게 오래 사는 겁니다' 

했는데 그거 몹시 잘못된 건가요? 제가 돌팔이 맞지요?


박스에 넣어두었던 하나 남은 진공관 앰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어서는 조금 더 원음에 충실한 혹은 좀 귀에 편한 소리를  들어보려고 

맨 땅에 헤딩하느라 뻘짓했다면, 이제는 간단한 것이 좋습니다. 

복잡하게 분리되고 섬세한 것보다 리시버처럼 간단하고 콤팩트 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 너도 새 주인 만나거라.



'2백 장이나 되겠나?' 했던 LP판도 모아 놓으니 4백 장을 훌쩍 넘어 5백 장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모든 걸 갖추고 산다는 것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루어잘 수 없는 꿈이요 부질없는 욕심입니다.



잘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 스픽인데 이건 어찌 할꼬?

자작 스피커 만들기 마지막 : http://blog.daum.net/fotomani/70061 )

내가 정리하는 데도 짐인데 가고 나면 쓰레기 취급이 뻔합니다.

집안에 들여 놓을 때는 '주워 오다시피 싸게 샀다.'고 사기쳤으니.

'싸게 주워온'  고철덩어리들은 당연히 엿장수 몫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사실은..."하고 하늘에서 내려오려고 몸부림치지 마십시오. 

뿌리는 대로 거두는 겁니다.

이제는 몸을 가볍게 해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이런 얘길 들은 사촌 동생이 걱정스레 물어봅니다. "엥? 뭔일 있어요?" 

그러면서 자신은 벌써부터 시작했답니다. '엥? 미리 좀 갈켜주지~~'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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