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가는 정육점입니다. 얼리버드라 도로변 쇼케이스에서만 용무를 보다가 토요일 오후에 가니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그제서야 식당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종로 5가 <ㅎ>갈비탕과 비슷합니다.
가격이 착합니다. 저 가격에 저 탕 종류가 나오면 소(牛) 도강탕 정도겠거니 하면서도
사람 많은 것에 낚여 '혹시나'하고 들어갑니다.
놀라운 광경입니다. 이게 무슨 식당입니까? 공장이나 급식소지. 합석은 기본입니다.
속는 셈 치고 갈비탕을 하나 시켰는데 나의 예상이 보기 좋게 무너져 버렸습니다.
갈비가 푸짐합니다. 요즘 이런 왕갈비탕 하나 시키면 13,000원 훌쩍 넘지요.
냉면 그릇 크기와 맞먹는 길이의 갈비 같은 마구리가 3대, 저 정도면 쏘주 한 병 까는데 지장 없습니다.
물론 13,000원 이상 가는 갈비탕 고기 맛과는 차이가 있지만 결코 비싼 값이 아닙니다.
안주로 갈비 다 먹고 밥 반 그릇만 덜어 넣습니다.
옆 자리를 보니 우족을 다 건져내고 밥을 말고 있습니다.
제가 순수한 우족탕이나 도가니탕은 밍밍해서 잘 먹지 않지만 저걸 보니 회가 동합니다.
쉬는 날 아침에 해장하려고 가니 10시나 돼야 영업 시작이랍니다.
사우나 하고 시간 맞춰 입장합니다. 홀엔 나 같은 손님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침 준비로 분주합니다. 커다란 솥에 손질한 뼈다귀를 쏟아 넣으려 합니다.
드디어 우족탕 대령입니다. 설설 끓습니다.
내용물 정말 실합니다.
이 집 우족탕과 도가니탕은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100% 우족과 도가니라 살코기 맛이 없습니다.
양지나 힘줄 붙은 잡고기를 넣으면 훨씬 구수할 텐데요.
손에 묻은 콜라젠에 수저가 쩍쩍 들러 붙습니다.
결국 뼈우거지탕과 도가니탕을 포장합니다.
파고다 공원 뒤에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ㅇ>식당이 있습니다. 이 동네 터줏대감인 노인네들에게
싼 값에 냉면과 국밥을 팔던 집인데 벌써 몇 년 전에 냉면 가격이 올라 버렸습니다.
메밀 값이 올라서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혹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냈기 때문은 아니겠지요?
미안해서 그 뒤로는 잘 찾지 않는데 설마 그 꼴 나진 않겠지요.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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