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수원 팔색길 중 4코스 여우길입니다.
애초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M5115 버스를 타고 경기대 후문 정류장으로 가서
시계 방향으로 원천저수지를 지나 경기대 정문까지 걸으려 했습니다.
서울 근방에서 경제적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나 답사하는 거지요.
서울역에 가니 방금 버스가 떠났습니다. 다음 버스는 45분 뒤에나 온답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전철을 타고 수원역까지 가서 13번 버스를 타고 경기대 정문으로 갑니다.
시계 반대 방향, 거꾸로 걸으려는 거지요. 버스에는 광교산 산행하려는 아줌마들로 뒷자리가 꽉 찹니다.
차창 밖으로 화성행궁과 저 멀리 서장대가 보입니다. 화성행궁 주변엔 한옥들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화성을 한 바퀴 돌며 재래시장과 치킨 혹은 통닭을 드는 코스도 강추입니다.
경기대 현대식 건물, 비상하려는 비행기가 연상됩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이 근방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도 산불 감시탑이 있습니다. 봉분이 날라간 주인 없는 비석이 을씨년스럽습니다.
둘 다 이제는 용도 폐기, 동병상련일까요?
한 쪽은 경기대, 다른 한 쪽은 관청 울타리로 양쪽에서 길 손을 압박해 들어옵니다.
아니 이만한 공간이라도 내준 데 고마워해야 합니다.
조경이 잘 된 창룡대로를 건너는 육교
봉녕사. 사찰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래도 도시 지역에 이만한 산책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옛날엔 이런 곳 걸어 다닐 생각이나 했을까요?
여름이 돼봐야 알겠지만 녹음이 우거지면 걸을 만 할 겁니다.
문명을 상징하는 수직 고층 아파트와 그 아래 가위눌려 밭은 숨을 내쉬고 있는 자연
그러면서도 우리는 힐링을 태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빚 독촉하듯.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삐루', '뽀드', '츄브'가 연상되던 원천 저수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광교 신도시라고 신문 지상에서나 귀 동냥했지 이렇게 어마 어마 할 줄이야~~~
머리를 짖누르는 고층아파트가 내가 제 구실이나 하며 살아왔는지 손가락질하며 다그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신도시로 가면 영화 속으로 들어 간 듯 어색해집니다.
광역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해 시내버스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간식으로 김밥 사 먹을 편의점도 보이지 않아 주린 배를 잡고 부랴부랴 돼지불백집으로 갑니다.
지난 주에는 '쐬주' 대신 막걸리나 맥주, 1:1로 희석한 소주를 마셨더니 속이 편합니다.
이 집은 특이하게 치자밥과 보리밥을 줍니다. 비주얼 좋고 보리 씹히는 맛이 그만입니다.
이 쌈장 맛있네요. 짜지 않게 깡보리밥, 대두, 견과류를 섞었다네요.
한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덕분에 야채 실컷 먹었습니다.
카운터 곁에는 화분 대신 수경재배 야채가 '참 잘 먹었어요!' 확인 도장을 찍어 주려 하고 있습니다.
야채와 순한 술로 속은 편한데 아직도 막걸리 트림이 올라오는 듯 합니다.
그나저나 이번 설 연휴엔 어딜 걷지?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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