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첫 수요일은 아들이 강남역 부근에서 족발집을 개업하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고딩 모임 <1수>가 모이는 날이었지만
그 달은 강북에서 모이는 달이라 4월로 미루었습니다.
4월 첫 수요일 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동기로부터 카톡이 들어 옵니다.
오늘 거기 간답니다. 그런데 모임 이름이 한수입니다.
첫째 수요일 1수는 우리가 선점했으니 하나 한 <한수>인 모양입니다. 1수와 한수 ㅋ
이런 분위기라 4월로 미루었다기 보다 개업날 우르르 몰려가면 분위기 깨지 않을까 해서였지요.
요즘 트랜드인지 젊은이들 모이는 거리엔 무한리필집들이 많습니다.
노원에도 괜찮은 닭갈비 무한리필집이 있는데 처음엔 젊은이들 속에 끼는 게 어색하더니
곧 동화됩니다. 아니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봐주는 것이겠지요.
도착하니 <한수> 모임은 이미 한잔 걸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입니다.
'아부지'가 먹는 걸 좋아해서 아들도 이런 업종을 택하게 된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나도 개업 얼마 전에야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은 것이지만 나야 그렇다 쳐도 엄마 마음이야 섭섭했을 겁니다.
족발, 매운 족발, 보쌈을 처음에는 큰 접시에 담아다 줍니다.
우리 입맛엔 부들부들한 족발이 더 맞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발꼬락을 정량보다 더 먹을 수 있는 게 마음에 듭니다. ㅎ
자리가 좁아 이거 좀 더 갖다 달라니 '셀프인데요'합니다. 아덜노미...
비빔국수 비주얼 괜찮습니다.
1水와 한水, <한수>모임이 먼저 자리 뜨기 전 출석부 겸 한장
떠나고 난 자리를 직원과 함께 치우고 있습니다.
친구들보다 건너편이 더 신경 쓰입니다.
자식은 언제나 어린애인데 실전에서 손님 접대하는 아들 보는 마음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날 밤 꿈에 아들놈이 새벽 1시에 구겨져서 들어 옵니다.
'이제야 오는 거니?'
'예'
'늦었다. 빨리 자라'
초저녁부터 나 몰라라 실컷 자고 꿈 속에서 인기척에 깼는데 짠합니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입니다. 커피 한잔 끓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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