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밖에서 음식을 먹으면 이상하게도 들척지근한 랩으로 혀를 감싸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을 느낍니다. 마치 인공 조미료를 붓으로 칠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녁에 반주라도 하려고 식당을 찾으려 하다가도 그 느낌이 떠올라
발길을 돌린 적이 한두번 아닙니다.
이집은 경동시장 안의 국시집인데 2016년에도 포스팅했던 집입니다.
( http://blog.daum.net/fotomani/70466 )
요즘 큰 일교차 때문에 결국 감기 몸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시내에서 사우나를 하고 집에 들어가려다 아침에 먹은 감기약 탓인지 어지럽습니다.
집에서 챙겨 먹자니 갑자기 번거롭고 귀찮아집니다. 혀 감각이 그렇긴 하지만
간단한 수육 안주로 반주나 한잔하고 들어가 푹 자자는 생각에 찾아갔습니다.
수육이야 뭐 화학 조미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겠지요.
이 집의 귀염둥이 1인용 수육을 시키니 '쏘주 한잔 하시게요?' 합니다.
여기는 칼국수든 전이든 비빔밥이든 수육이든 기본 반찬이 똑같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은데 이 중에서도 알배추와 된장, 마늘이 맘에 듭니다.
몸살에 입맛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배춧닢에 된장과 청양고추, 마늘을 올리고 먹으니
껍질의 쫀득한 식감과 된장으로 삶았는지 구수한 맛이 떨어진 입맛을 되살려줍니다.
덩달아 핑계거리도 살아납니다.
감기 몸살엔 쏘주 한잔하고 이불 푹 뒤집어 쓰고 땀 뻘뻘 흘리고 자는 게 최고여~
전에 이 집에서 수육을 먹어 보지 않았었나? 이 맛이었으면 기억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지난 포스팅을 살펴보니 먹긴 먹었는데 수육 색깔이 다릅니다.
사진 찍는 환경 때문인지 조명 탓인지 색이 옅어 보입니다.
예전 맛은 특별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이렇게 달라붙지요?
그 생각이 나 집에서 된장으로 수육을 만들어 봅니다.
일차 끓여 국물을 버린 후 양파, 마늘, 대파, 통후추, 계피가루, 생강가루, 월계수잎에
된장을 집어 넣습니다. 아, 색깔을 위해 노두유 조금 넣습니다.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하는 데...
만들어 보겠다는 무모함이야 가상했는데 하루 아침에 그 맛을 따라갈 수 없지요.
비계가 적은 앞다리살을 골라 쫀득한 맛은 사라져 버리고 살은 퍽퍽합니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비계가 껴야 합니다.
비법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리 없지요... ㅜㅜ
환상적인 나의 비방이 들어간 겨자 푼 새우젓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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