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을 먹으려면 아무 재래시장을 찾아가도 됩니다. 그만큼 만만한 음식이지요.
순대국에 순대가 들어 가는 게 맞는가요? 들어가지 않는 게 맞는가요?
숫자가 점점 줄어 들더니 요즘엔 없거나 한 두 개 들어가는 게 요즘 순대국이고
심지어 어떤 식당에선 순대국엔 순대가 없다고 게시해 놓습니다. 헐
순대국에 순대를 넣고 끓이면 대개 속이 풀어져 죽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불어 터지지 않는 찰순대라고 불리는 공장표 당면 순대를 넣는데 이거이 천편일률적이거나
심지어 군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터져도 좋으니 어디 제대로 된 순대를 넣고 끓이는 순대국 좀 없나?
윗 사진은 종로 5가 뒷골목에 있는 수제 순대국에 들어 있는 순대입니다.
일단 '수제'라고 하면 거만이 느껴질 정도의 자부심과 값부터 올라가는 게 요즘 상식인 모양입니다.
순대의 맛은 그럴 듯 했지만 양이 적고 고기와 육수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이건 이화동 4거리 부근의 수제 순대국에서 한참 만에 찾아 건져 올린 순대.
새우젓 종지 속에 들어간 순대는 그야말로 金순대입니다. 새우보다 조금 크니 직경 20미리 정도?
요즘엔 곱창에 이어 순대까지도 귀한 대접을 받는 모양인데, 모둠순대 접시에 올려놓기
민망한 이런 꼬다리를 활용하는 알뜰함에 감탄하지만 기분은 여엉 별로입니다.
순대라면 길거리에서 먹는 당면순대, 병천순대, 백암순대, 무봉리순대, 전라도 암뽕순대, 피순대,
함경도 아바이순대, 속초 순대, 신의주 순대 등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원하는 순대는 선지와 고기, 채소, 밥이나 당면 속을 두툼한 막창에 넣은 순대인데
아바이순대나 토속순대, 암뽕순대가 이런 류에 속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순대 파는 곳 쉽지 않습니다. 여기는 우리 동네 순대국집입니다.
뭐 동네 허름한 순대국집입니다. 순대국 종류가 많네요.
내가 먹는 중에도 손님이 많이 들어오는데 특이한 것은 젊은이와 여성 손님이 많습니다.
이 변두리에서 보기 힘든, 아니 순대국집에서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옥호가 'ㅂㄹ순대국'인데 생각하시는 그건 아니고요. 중년의 잘 생긴 사장님이 막장까지 가봐서
죽기 살기로 그런 옥호를 붙인 건 아닐텐데...
하여간 특순대국에 순대를 더 넣어 달라 부탁합니다.
순대 양과 맛 만족스럽고 머리고기 중에는 고기 맛이 제대로 나는 고기도 좀 보입니다.
육수도 사골 뼈가루 육수가 아닌 제대로 국물 낸 육수에 들깨가루를 넣어 진함을 더합니다.
아, 부추를 넣어야지요. 밥은 반 그릇만 말아 넣어 안주 삼아 천천히 음미하며 먹습니다.
지평막걸리 밖에 없어 소주에 물을 타 먹었지만 간만에 그럴듯한 순대국을 먹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순대에 거의 근접한 순대의 비주얼, 광장시장 'ㅎㅁㄴ순대'의 모둠순대인데
두툼한 막창 좋으나, 내용물의 단순함이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소원을 풀려면 온라인에서 1 kg 주문해서 돼지간과 함께 먹어야할 것 같습니다.
많이 먹으면 트림할 때 누린내 올라올까 봐 싫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순대국에 순대가 없는 이유에 대한 정설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순대를 넣으면 국물에 풀어져 나와 순대를 따로 먹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순대국은 머리고기국과 순대 작은 접시 하나 나오는 게 정답이네요. ^^*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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