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73년 된 설렁탕집, 냉면집-삼강옥, 경인식당

fotomani 2019. 9. 30. 15:24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인기인 모양입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인천 모식당 설렁탕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골 국물을 쓰다 이제는 소 목뼈로 국물을 낸다 하고 뽀얗지 않고 맑은 국물이라는데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소머리를 쓰지 않고도 설렁탕 맛이 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가보기로 했지요. 동인천은 천안 쪽보디 급행이 많아 편리합니다.



9시 쯤 되었는데 벌써 손님이 많습니다. 원래 그런 건지 방송의 힘인지?

동인천역에서 여기로 걸어오며 청과물점들이 몇 곳 있어 의아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청과물시장이 구월동에 1994년 농산물 시장이 들어설 때까지도 있었다 하는군요.

이 집은 시장에서 일하느라 허기진 인부들이 많이 찾던 곳이라 합니다.



조금 기다리니 펄펄 끓는 설렁탕이 나왔습니다.

고추를 쓰지 않은 무생채, 국물을 설렁탕에 넣기 좋게 잘 익은 깍두기, 상당히 매운 다데기.

막걸리는 없다네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오래 전 남양주세무서 옆에 정육점을 겸한 설렁탕집에서

장국처럼 맑은 국물의 설렁탕을 팔았는데 냄새와 맛이 깊어 한동안 단골로 다녔습니다.

이 집 설렁탕은 대파가 많이 들어가도 설렁탕 특유 냄새가 거의 없습니다. 

국물에 소머리 뼈를 쓰지 않아서 일까요? 이걸 깔끔하다면...글쎄요.

 


고기는 너무 얇게 썰어 맛과 식감이 떨어집니다. 갯수가 줄더라도 조금 더 두터우면 좋았을 텐데요.

다데기와 깍두기 국물을 넣으니 맛이 나아집니다.

하동관에 가면 깍두기 국물을 주전자에 넣고 테이블 사이를 다니면서 '깍꾹, 깍꾹' 외치던 분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을라나?



이 생채가 마음에 듭니다. 너무 달거나 시지도 않고 딱 알맞습니다.

하나 더 달래서 하얀 밥 대신 하얀 무를 먹습니다.



반주하기는 약간 모자란 듯한, 설렁탕이라기보다는 쇠고기 국밥에 더 가깝지 않나 느껴졌습니다.

설렁탕이라면 기대치보다 떨어지고 국밥이라면 만족스럽습니다. 국밥으로 클리어!

초기 이 집의 주 메뉴는 해장국이었답니다. 배추잎을 넣어 끓인 해장국은 담백하고 맑았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 하루 쌀 한 가마니(80 kg)을 소비했다니 대단하지요?

설렁탕에서 특유의 냄새가 없는 이유가 맑은 해장국에서 설렁탕으로 진화한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설렁탕의 맑은 국물은 편집 과정에서 맑은 해장국과 엉킨 것 같습니다.



신포시장, 차이나타운 쪽으로 가다 눈에 띄는 거함 같은 건물, 그 뒤로 교회 첨탑이 보입니다. 



가보니 거함 같은 건물은 인천교구청으로 몇 개의 건물이 연결된 것이고 첨탑은 답동성당이었습니다.

1890년대 지어진 성당이라는군요.



앞 종루 쪽과는 달리 제단이 위치한 뒷쪽은 풍부한 볼륨감을 보여줍니다.



벽돌과 화강석으로 아름답게 조화된 벽체

서울역을 포함해서 일본인들이 지은 근대 건축물의 기둥과 창호에 화강석 같아 보이는 부분이 

메탈 라스( metal lath )를 대고 몰탈로 처리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받는 실망감과는 대비됩니다.



내부



신포시장으로 갑니다. 민어횟집이 많이 늘어 민어거리가 되었습니다.

사시사철 민어 정식을 먹어 볼 수 있는 곳이지요. 보는 것마다 식욕이 동하니 어쩌지요?



인천항에 정박중인 크루즈



몇 사람입니까? 저렇게 손이 많이 가니 중국집에서 군만두 보기가 힘들지요



견과류 8가지가 들어간 팔보월병과 꿀, 조청, 찹쌀가루가 들어간 아낙빵 하나 씩 삽니다.



설렁탕으로 반주를 제대로 하질 못해 섭섭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 김에 짜장면이나 하나 먹고 가야겠다고 다시 차이나타운 쪽으로 가는데 

벽에 커다랗게 평양 냉면이라 써 놓은 집을 발견했습니다. 잔소리 말고 돌격!

제가 평양 냉면이라면 사족을 못써서요. 설렁탕집과 마찬가지로 1946년에 개업을 한 집입니다.



벽면에 붙여놓은 1940년 대 신포시장 사진들.

갈비탕은 점심 때 25그릇, 저녁에 10 그릇만 판답니다.



드디어 나온 냉면 비주얼이 좋습니다.

반주 못했어도 차마 백팩 속 먹다 남은 쏘주병을 꺼내질 못하겠네요. 패트병 하나 준비해서 담을 걸.



주욱 육수를 들이킵니다. 육수 맛은 굿, 면 맛은 그런대로, 식초 많이 들어간 냉면 김치가 격을 떨어뜨립니다.

다음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갈비탕을 맛봐야겠습니다.



우연치 않게 73 년이나 영업해온 음식점을 두 집이나 방문한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한우를 고집 않는다면 고기를 더 넣어도 원가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게 힘들다면 가격을 좀 올리던가, 그 점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또 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라지만  조금씩 먹는다 해도 반나절에 두 가지 먹기 힘드네요.

4 명이 둘러 앉아 이것저것 시켜 먹는 먹방 존경스럽습니다. 

 그래도 먹기만 한 것 아니라 답동성당을 거쳐 6 km 걸었으니 뭐, 그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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