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허탕치고 삐지고-명월집

fotomani 2020. 5. 25. 12:25

 

인천역 바로 곁에 있는 북성포구는 60년대 청계천처럼 한쪽은 방파제에 다른 한쪽은

포구 개펄에 지게 다리를 걸치듯 서있는 횟집들이 늘어서 있어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배가 들어오면 배 위에 파시가 열리는 곳인데 한쪽에 간척사업으로 포구를 메꾸고 있어

앞으로 그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습니다.

깨끗하고 번듯한 것만이 '디좌인'과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닐텐데요.

<추억의 3포구: http://blog.daum.net/fotomani/70687 >

그래서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기 위해 갔는데 이미 횟집들은 다 철거됐고

파시는 한참 뒤에나 열릴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집니다. 아침 먹을 일밖에 없습니다.

다시 인천역으로 나와 신포동 백반 명월집을 찾아 가는데 인천역 옥외 화장실 표지판이

얼핏 눈길을 끕니다. 어~ 그래? 그럼 다른 쪽은?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포즈입니다.

저런 사인보드 만든 사람이라면 술 한잔해도 좋을 듯 합니다.

 

 

코로나는 차이나타운이라고 피해 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창기엔 중국발 전염병이라 유탄이 떨어질까 화교들이 더 긴장했다 합니다.

전엔 이른 아침에도 관광객이 몰려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임대 표지도 보이고 한가합니다.

오른 쪽에 명월집이 보입니다. 왜 하필 백반집 이름이 명월집일까요?

 

 

이 집이 각광 받는 이유,  석유풍로 위에 끓고 있는 무한리필 김치찌개.

60년 대에는 저게 있어서 재래식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장작불 붙이거나

허리 구부리고 연탄불에 냄비 올려놓지 않아도 되는 신식 취사도구였습니다. ^^

 

 

이 집은 허영만이 들르기 몇 년 전에서부터 벼르던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차이나타운의 오향장육과 군만두, 소룡포, 짜장면 등에 차례를 뺏기기도 하였거니와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아 매번 허탕쳤던 곳이지요.

오늘 중국집들은 모두 영업 전이니 잘 됐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선지 김치찌개는 국과 찌개 중간 정도로 국물이 우러나질 않았습니다.

밥은 찰져서 젓가락으로 떠도 밥알이 흩어지지 않고 김을 찍어먹기 좋습니다.

콩나물국과 누룽지와 무채도 먹기 적당합니다.

 

 

그런데 뭔가 모자란 듯한 이 기분은 뭘까요? 

우리 동네 정주집이라는 백반집을 몰랐으면 반찬가짓수와 깔끔한 반찬에 감격했을 텐데,

8천원으로 오른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그리 감동이 오질 않네요.

아, 아닙니다. 반주를 허하지 않는 명월이때메 내가 삐진 모양입니다.

김보성에게는 변치 않는 의리가 남아 있지만 닥다리에게는 간사한 입맛만 남은 걸까요?

백반집은 북성포구 근처에도 몇몇 보였고 신포시장에도 한 집 있었는데

왜 그집들에 미련이 남지요?

 

 

동인천에서 급행을 타고 용산까지 오려다 마른 오징어 괜찮은 게 있는지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갑니다. 지원금은 이럴 때 써야지요.

2층에 청년들이 하는 튀김집이 있습니다. 

 

 

오징어 한 접시에 5천원, 다리 굵은 생오징어 튀김입니다. 겉바속촉 튀김솜씨 좋습니다.

쏘주는 옆 편의점에서 사서 드시랍니다.

명월이에게 삐친 늙은마음을 여기서 달래줍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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