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온통 물고기 세상-오 자네 왔는가

fotomani 2021. 2. 2. 10:58

저 지난주에 홍제천을 거쳐 합정역까지 갔으나 기승전'먹'의 '먹'에는 뭔가 심심한 누룽지 통닭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같은 코스에 도착점을 공덕역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눈발이 날리는 아침인데도 소 잡는 날인지 정육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백로들도 무리 져 봄이 빨리 오라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페르샤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이 기둥들은 무엇일까요?

외국인들이 이걸 보고 감탄했다지요?

파출소, 편의점, 화장실 모두 홍수에 대비해 바지선처럼 만들어 물이 차오르면 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 화력발전소, 서울 시내 오직 하나인 발전소, 세계 최초의 지하 발전소.

지하에 LNG 복합 발전소 2기가 들어가고 지상에 있던 4호기는 외부 골조만 남겨 복합문화센터로

5호기는 내부 설비를 그대로 보존해 학습공간으로 지상은 문화체육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답니다.

발전은 지난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고 지상 공원은 현재 조성 중인 모양입니다.

2022년 완성되면 상암 문화 비축기지처럼 많은 사람이 아끼는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드디어 아재 취향 식당이 많을 것 같은 공덕역 부근까지 왔습니다.

눈발이 날렸는데도 따뜻해진 날씨로 산책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꽤 걸었네요.

 

 

공덕동 소담길 골목식당 중 생태탕으로 유명해진 집입니다.

처음 가져왔을 때 맹탕 같던 모습과 끓기 시작해 성급히 두부를 건지니 아직 비린내가 가시질 않았습니다.

순간 잘못 들어왔구나 했습니다.

 

일단 '이스리' 하나 시켜 생태가 익을 동안 반찬을 안주로 홀짝거립니다.

반찬 종류가 많진 않지만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러워 금방 바닥이 드러납니다.

 

어두일미. 후배와 닭요리 먹을 때 허겁지겁 맛있게 날개를 챙겨 먹었더니

그 이후론 묻지도 않고 히히대며 날개 건져주고 다리 챙겨가니 좀 얄미워질라 그럽니다. 뭐라 그럴 수도 없고.

생태라 고기가 부드럽고 처음에 나던 비린내도 고기에 양념이 배며 싹 가셨습니다.

짙은 양념에 푹 끓여 묵직한 동태탕과는 또 다른 맛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아 젊은 사람 입맛에는 다소 심심할지 모르겠습니다. 눈깔부터 파먹고...

 

처음 실망감은 기우였고 깍두기 국물에 김치말이와 생태탕 국물에 죽까지 만들어 비웁니다.

깍두기 빨간 국물과 하얀 밥의 환상적 조화는 언제나 진실입니다.

 

휘~ 둘러보니 손녀가 할머니에게 정성스레 만들어 준 생일선물 봉제 물고기에다 물고기 소품 벽걸이,

명함에 그려진 예쁜 물고기, 온통 사랑이 느껴지는 물고기뿐입니다.

심지어 그 집 앞 길바닥에 버려진 휴지도 천연덕스레 물고기인 체하고 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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