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기승전, 억지먹- 소뼈해장국

fotomani 2021. 2. 17. 08:25

 

초여름 햇볕에 더위 먹고 걸었던 창릉천, 벌써 2년 반이나 지났네요.

나이 들면 세월 지나는 것도 못 느끼는 것일까요? 올해도 벌써 달력 첫 장을 떼어버렸습니다.

물에 드리운 나뭇가지도 흑백의 수묵화에 푸르름을 더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았건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봄이 자리를 차지한 게 틀림없습니다.

 

북한산에서 발원한 창릉천은 근교 하천으로는 긴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산에서부터 비옥한 농경지를 흐르며 토사를 바닥에 긁어모아

갈대를 비롯한 초목류가 촘촘히 자라 새들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뚝방 아래 우레탄 야외 조각을 제작하는 공장 마당에 새마을 운동과 관련된 동상이 보입니다.

이외 이승만 동상과 이름 모를 외국인 동상이 현대 조각들과 섞여 있습니다.

 

잘 자란 새싹채소 같은데 이 애들은 왜 발매트가 되어 담장에 널려있는 걸까요?

 

걸신들려 행주산성과 방화대교를 눈 앞에 두고 행신역으로 건너갑니다.

 

그럭저럭 11 km를 넘겼습니다. 창릉천은 서오릉중 하나인 창릉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창릉천 북쪽으로 공릉에서 유래한 공릉천이 있는데 다음엔 이곳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지난주에 환자 분께서 치료 끝나고 유명한 집이라며 해장국을 일부러 사다가 주셨습니다.

<장위동 할머니 해장국>이라길래 흔한 <할매類> 순댓국인 줄 알았더니 소뼈 해장국입니다.

집에서야 국그릇이 작으니 네 번에 나누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날 행신역에서 별나게 먹은 것도 없으니 오늘은 소뼈 해장국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소뼈 해장국은 소 목뼈와 선지, 우거지나 콩나물 등 야채, 육수는 맑은 된장 국물이나 사골 국물로

구성된다 할 수 있지요. 소 내장이나 마찬가지로 목뼈도 신분 상승해 가격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비싼 곳은 1만 원이 넘고 싼 곳은 7천 원 합니다.

위 사진은 '진짜' 해장국이라 이름 붙은 집 해장국입니다.

우거지와 된장을 옅게 푼 맑은 해장국이지요.  대개 큰 뼈 세 덩어리 정도 들어갑니다.

 

뼈를 건지고 사진 찍느라 머뭇거리면 그새 온기에 소뼈는 말라버리고 고기는 푸석해집니다.

양념 안된 갈비찜이라 보면 되지요. 그래서 찍어먹을 양념장을 줍니다.

그냥 담백하게 먹어도 되지만 다진 양념이나 청양고추와 간 마늘, 대파 등을 넣으면 국물이 얼큰하게 짙어집니다.

훌훌 떠마시며 자연스레 쏘주 한잔 곁들이게 되면 비로소 진짜 해장국이 되는 겁니다.

 

뼈를 바르면 하나하나 떨어지며 사이사이에 붙은 고기나 힘줄을 쪽쪽 떼어먹을 수 있어야 뼈해장국이지요.

그런 해장국이라면 고마워서 본전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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