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공짜로 먹는 건 없다

fotomani 2021. 2. 23. 15:57

 

지난주에 창릉천 걷고 이번 주 공릉천입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공릉동이 아니라 

파주 삼릉 중 하나인 예종의 비 장순 황후의 능 이름입니다. 하천이 길어 지역에 따라 방천, 봉일천 등으로 불립니다.

하천에 접한 도로가 예부터 의주와 통하는 직통 코스라 4열 횡대짜리 대전차 방어선이 두 줄로 배열돼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진 영화 장면 같습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절로 머리에 떠오릅니다.

 

큰 잔디밭에서 몇개 조로 나뉘어 게이트볼에 여념 없습니다.

노인네 들만 하는 것으로 치부했는데 나만큼 젊은 분도 많으니 내가 합류할 날도 머지않았는가요?

 

이제 날도 풀려서 자전거 바이크, 오토바이 바이크 타기 좋은 날씨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곁을 지나는 자전거,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훨씬 덜 추워 보입니다.

 

하천만 바라보며 걸으니 재미가 덜합니다.

좀 더 많은 걸 보기 위해 뚝방으로 올라가니 젊은 처녀 혼자 가게를 지키며 커피를 들고 있습니다.

'거봐, 그림이 확 달라지잖아',  나도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봄을 느껴봅니다.

 

상당히 규모 있는 하우스인데도 불구하고 뒤쪽 아파트에 밀리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SLR Club에 올린 지난 포스팅에 어떤 분이 '원래 걷기 위해 먹는 것 아닌가요?' 하시며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들고 걷는다' 고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네요.

공짜가 없는 겁니다. 또한 남이 해줄 수도 없는 겁니다.

먹으러 간다, 등산 간다, 친구 만나러 간다, 등등. 당연하면서 새삼스러운 건 왜일까요?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걷기라면 그래도 덜 힘들지 않을까요?

고상하지 않지만 원래 감각적이고 실체적인 것은 다 그런 겁니다.

 

종착지인 파주(금촌) 둘레길은 7구간으로 나뉘었는데 그중 하나가 파주 시계 공릉천 둘레길입니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지만 나무가 자라면 사랑받는 휴식공간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맞춰 걷는 걸 끝내자마자 '맛있게 먹기 위해' 목적지를 파주로 정했습니다. 

금촌 통일시장 구경도 하고 욕망도 해결하고.

 

그래서 2017년도에 '이렇게 맛있는 삼겹살이 다 있는가' 감격했던 식당도 들르고

파주에 간 김에 <우리 집 갈비>와 <미미 식당> 소머리국밥도 포장해오기로 했습니다.

 

 

전에 먹었던 집은 주인도 바뀌고 종목도 양꼬치로 바뀌었습니다.

이 동네 삼겹살이야 로컬푸드로 공급원이 다 마찬가지겠거니 하면서 옆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생삼겹도 있고 냉동 삼겹도 있답니다. 뭔가 찝찝하긴 하지만 일단 반찬은 깔끔하고 맛깔스럽습니다.

 

그런데 푸짐한 묵은지와 함께 니오는 '생'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아니고 양도 예전만 못합니다.

 

확실히 윗 사진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투정하기엔 밥과 술이 너무 고픕니다.

 

<우리 집 갈비>를 포장해와 집에서 먹어 봅니다.

푸짐하게 고수와 대파가 들어있는 야채와 동치미, 3 천 원 쏘주와 시끄러움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먹어도 역시 현장에서 먹는 걸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소머리국밥으로 현지인들에 소문난 <미미 식당>에서도 특으로 포장해왔습니다.

찐득한 국물과 머리고기, 밥을 넣든 떡을 넣든 만족스럽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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