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망우산 골목길- 호남식당

fotomani 2021. 5. 10. 13:06

 

새벽에 사우나를 갔다 오니 어제 한잔 술의 여파로 제주 산지 해장국 내장탕이 간절합니다.

젊은 유튜버 둘이 구리시 경찰서 부근 <ㅎㄴ소머리국밥>이라는 곳 내장탕을 소개합니다.

'또 한 번 속아봐?' 해장 욕구에 못 이기는 척 망우산을 돌고 그곳으로 가려합니다.

예전엔 아카시아꽃이 피면 배가 아플 정도로 짙은 향이 동네까지 내려왔는데 지금은 그렇질 않아

의례 같은 시기에 피는 이팝나무겠거니 했는데 아카시아 꽃입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애국지사, 문화예술계 인사, 사회인사 들의 사진과 간단한 연보가 기록돼 있습니다.

 

서울의 공동묘지는 이곳 말고도 이태원과 서강대 뒤 노고산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태원에 있었던 유관순 열사 묘를 이장하여 이곳에 모셨습니다.

 

1973년 이후로는 묘를 쓰지 못하고 이장을 권유하였다는데 서울대 풍수 교수로 유명한 최창조 교수도

학창 시절 이곳으로 와 사색을 하곤 했다 하니 그와 풍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질긴 연이 있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망우리(라는) 땅은 연로한 어머니의 '내 방' 같은 느낌이다.

내 방은 둥지이고 둥지는 안온함과 안전을 보장받는 곳이다.

망우리에서 '내 방' 맛을 보라 그리고 죽음도 생각해보라'

지리학이라는 학문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 있다는 걸 대변하는 듯한 최창조 교수의 말씀 중에서

 

그렇게 거창한 전제를 떠나서도 묘지는 전망 좋고 양지바른 곳이 많아 대체로 몸과 마음이 편해집니다.

 

왼쪽에 도봉산 오른쪽에 수락산과 불암산이 펼쳐졌고 앞에 봉화산이 보입니다.

 

망우리공원은 길 이외에는 전부 묘지라 할 정도로 묘지가 많아 산동네 골목길을 걷는 것처럼

둥글고 낮은 지붕(봉분)들을 내려다 보며 변화 많고 아늑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천호동에서 덕소로 빠지는 길 옆에 아차산 태극기 동산이 있었는데 옮겼나요?

커다란 태극기를 게양해놓은 곳이 보입니다. 지금 만드는 다리는 무슨 다리인가요?

 

산속 길에서 다시 포장도로로 내려옵니다.

 

팔각정에서 구리경찰서 쪽인 백교 저수지로 내려가는 진입로 표지가 없어 몇 번 헤맸습니다.

약수터에서 어느 부부가 가르쳐주는 길로 가니 GPS에서 벗어난 우회길입니다.

다시 돌아와 되물어보니 우물쭈물 아는 길이 그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어디서 왔느냐 묻습니다. 길을 묻는데 어디서 왔느냐라니?? 그게 정말 도움된다고???

젖은 신문지 쌓아놓은 것 같이 보이는 게 바위 덩어리입니다.(맨 아래)

 

아담하고 잘 정비된 백교 저수지입니다.

 

한다리 마을에서 메타세퀘이어 아차산로에 들어 노변 산책길로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식당 앞에 이팝이 고봉으로 쌓여있습니다.

 

산에는 여러 코스가 있겠지만 이 코스는 처음 가본 곳인데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포근한 길입니다.

 

간판엔 <ㅎㄴ소머리국밥>, 유리창엔 '집밥', 지도엔 <24시 ㅎㄴ소머리국밥>, 영수증엔 <ㅎㄴ식당>입니다.

이른 점심인데도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소주와 막걸리 병이 해장국집임을 알려줄 뿐 식당은 멀쩡합니다.

냉동고 위 빈 소주병 뚜껑 색깔을 보니 주류는 젊은 층인 듯합니다.

 

내장탕만은 메뉴판에 특과 보를 다 지우고 특에 속하는 1만 원짜리 내장탕만 있습니다.

육개장이 연상되는 빨간 국물에 콩나물, 고사리와 대파  

제주 산지 내장탕만은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곱창이 많고 얼큰합니다. 

 

젊은 유튜버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침 튀기며 칭찬했던 마늘종 무침 그리고 오이 무침, 맛있습니다.

양념은 서로 약간 다른데 마늘종은 깨, 굵은 고춧가루, 고추씨, 물엿.. 이 들어간 듯도 하고.

 

시간이 많으니 느그읏~하게 앉아 사람들을 보며 쏘주값과 같아진 막걸리값에 슬픔을 감추지 않고 완술, 완탕.

그런데 아까 왼쪽 테이블에 앉았던 손님은 소고기 수육을 왜 남기고 나가?

그거만으로도 쏘주 한 병인데... ㅉㅉ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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