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무량무변 선재길

fotomani 2021. 4. 27. 13:50

자난 주엔 그 좋다는 오대산 선재길을 걸었습니다.

가급적 대중교통과 찜질방 이용이 나의 모토인데 전립선과 코로나로 인한 찜질방 이용제한으로

차를 몰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였지만 오랜만의 운전은 어리바리로

10시가 넘어서야 진부 부일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요즘에야 깔끔하고 세련된 산채 밥집이 많이 들어섰지만 벌써 30여 년 전부터 이용하던 식당이라

안면 몰수하고 지나기 쉽지 않습니다. 김보성의 '으으리~派'도 아닌데 말이지요.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 중에서도  두부와 강원도 막장으로 끓이는 된장찌개와 감자조림은

단짠에 길들여진 요즘 입맛과 거리가 있지만 뿌리치기 힘듭니다. 

비빌 그릇을 달래면 참기름과 재래 고추장 한 숟갈 들어간 양푼을 줍니다.

 

선재란 명칭은 서울 사람에겐 <아트선재센터>라는 이름으로 가보지 않아도 익숙하지만,

여기 선재는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가는 사람이 화엄경의 선재(동자)'라는 의미랍니다.

 

일주문으로부터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길이어서 250 미터 정도 오르지만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이 계곡은 아직 초봄입니다.

 

진달래도 아직 피어 있고요

 

커다란 너럭바위를 흐르는 물은 청아한 소리로 노래 부르며 흘러갑니다.

성깔 급하시면 그냥 지나치시고 성격 좋으시면 느긋하게 탁족을 즐기십시오.

 

부처의 모습을 닮아 괘불 꽃이라 부르나요?

 

단체로 온 분들은 상원사에서부터 내려옵니다.

 

부처님과 오즈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은 무슨 관계길래 이렇게 중첩 연상될까요?

 

서울에서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가깝더라도 이곳은 초봄 같아 한 여름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시원한 그늘과 차가운 계곡물에 더위 날려버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숲은 세월 따라 형형색색으로 바뀌어도 산과 계곡과 물은 억겁을 변치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 소리 없는 계곡은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듭니다.

 

한없이 작아진 선재길의 끝 - 대학로에 있어야 할 오채현의 웃는 호랑이가

약 올리듯  '(상원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느라) 숨차서 죽을 것 같아?'하고 묻는 듯합니다.

 

차를 몰고 오나 대중교통이나 여행사 상품으로 오나 하루 일정으로는 빠듯할 것 같습니다.

 

피서철에 가도 역발상으로 도심 숙박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했는데 이번엔 비수기인데도 예측을 벗어났습니다.

강릉 시내에서 포장회와 김빱 하나 사서 쏘주와 함께 ...

나이 들면 부부싸움하는 방법도 잊는다더니 오랜만의 편한 여행이라 일정 짜는 법도 잊어버렸나 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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