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재수 좋은 날-육탄집, 목포홍탁

fotomani 2021. 12. 31. 10:47

'저녁에 뭐해?' 후배랑 '한잔해'할 때 물어보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지요.

방학동에 <포천암돼지숯불구이>란 긴 이름을 가진 실비집이 있어 술친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추위에 옷깃을 세우고 찾아가니 오늘은 휴무랍니다. 된장!

발길을 돌려 안방학동 도깨비시장 쪽으로 향하자니 '형! 여기 삼겹살 있어요'합니다.

메뉴판 삼겹살 값에 놀랍니다. 150g 5천 원. '이거 잘못 들어온 거 아니야?'

그날은 손님이 별로 없었지만 다음에 찾았을 땐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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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들어간 인상을 주는 주인장 모습이 약간 거슬리며 150g에 5천 원하는 삼겹살이 뭐 있겠어?

생각하며 주문하니 헉!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벽에 '프리미엄급 원육을 일정 시간 냉장숙성'하여 제공한다는 문구를 다시 쳐다볼 정도로 

고기 질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상치, 파채 무침, 깻잎 그리고 구색 맞추기가 아닌 된장찌개

벽에 붙은 메뉴판과 주인장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육탄 삼겹살 5천, 소갈빗살 1만 2천, 다음엔 소갈빗살을 시켜봐야겠습니다. 덩어리째 나오는지.

 

주인장이 육탄이 뭔지 아느냐 물어보며 으스대듯 갈켜줬던 거 다 잊어먹고

육질이 탄탄하단 뜻이 아니었나 마늘 하나 얹어 쌈 싸 먹으며 생각해 봅니다.

무뚝뚝해 보였던 사장 얼굴이 이뻐 보이고 정말로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나왔습니다.

 

당구 한판 치면서도 2차로 술 먹을 시간 까먹는 게 아까운지 대충 치며 시계만 자꾸 들여다봅니다.

암묵적 성화에 쫓기듯 나와 부근을 둘러보더니 바로 이거라는 듯 입을 쩝쩝 다시며 이 집 들어가잡니다.

홍어 좋아하는 후배의 눈에 간판도 직관적으로 목포홍탁이라 써붙여놓았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리 있겠습니까? 

처음 들어가는 집이지만 미나리무침, 부추전, 콩나물국에 정성스레 담아내 온 홍어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줍니다.

아낌없이 막걸리 두 병 까고 다음 날 운동은 샤워만 하고 끝.

오늘은 반어법 소설과 달리 정말로 운수 좋은 날입니다.

올 한 해 또 여러분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지냈습니다.

새해에는 정말로 재수 좋은 날만 계속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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