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시장통 먹거리래 봤자

fotomani 2022. 1. 22. 08:32

내가 일찍 깨는 편이라 '내 생각엔' 우리 식구 모두 일찍 깨는데 대한 거부감이 적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며 서열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오죽하면 옛날 옛날 한 옛날 여행 갔을 때 친구 가족이 일어나는 걸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루했으면

딸내미가 '아빠, 다음엔 XX네 하곤 같이 가지 마' 했을까요?

 

그런 얼리버드가 돌아다니니 보통 늦게 여는 일반 식당보다 시장통 해장국을 들게 됩니다.

지난해 공산성에 들렀을 때 육회비빔밥 때문에 먹어보지 못했던 시장통 선지 해장국을 먹어보려고

새벽같이 해장국집으로 가니  11시에나 먹을 수 있답니다. (아래 사진 맨 위)

그래서 먹자골목에서 밥 먹고 나와 쭈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백반집에 들어가 순댓국 하나 시켜먹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달아놓은 공주 밤 공장 외상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스며 잡슈~'

다진 마늘과 양념장을 풀어넣은 얼큰한 선짓국과 금방 만든 무생채와 무나물 볶음을 잘 먹은 건

주인 아줌마의 기대치도 않았던 반찬 솜씨와  푸짐한 건더기 때문이었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제민천을 따라 금강으로 내려갔다 공주 박물관과 송산리 고분을 한 바퀴 돌고 공산성 시장으로 복귀하니

국물이 설설 끓는 해장국 집은 이미 만원이고 별관조차 웨이팅이 있습니다.

동물성이라고는 선지밖에 없는 생각보다 가벼운 국물의 우거짓국이었지만

맛깔스러운 겉절이가 빈 공간을 메꿔줍니다.  '마시께 드셨쓔?~'

다음에 또 공주에 들른다면 설설 끓는 육수통 때문에 선택 장애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엊저녁 죄지은 사람들에게 새벽 공기는 허물 벗겨진 알몸을 싸하게 파고드는 허전함입니다.

그 헛헛함을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게 채워줄 해장국을 어찌 쉽게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매정하게 뿌리친다 하더라도 이 골목엔  뜨끈한 잔치국수, 소머리국밥들이 있어 결국 빨려 들고 말 겁니다.

 

여긴 충무로 인현시장에 있는 <ㅅㅍㅈ> 감자탕입니다.

얼마나 인기인지 문 닫는 시간은 그날 준비한 탕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두 번 만에 입성해서 안주거리로 탕을 시키려 했으나 식사용 감자탕으로 충분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테이블 사이를 돌며 날리는 '할주머니'의 유머스런 멘트와 나이를 잊은 활발함은 반주와 함께 덤입니다.

동네 사람들이나 나이 지긋한 분들 '나와바리'에 젊은이들이 깊숙이 침투하며 핫플레이스가 된 곳입니다.

 

황학동이라면 구닥다리 구제품이 떠오르는 곳이지만 여기서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그런 까닭일까요?

푸짐함과 주인장의 술 인심으로 소문난 순댓국집엔 생뚱맞게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The kiss>가 걸려 있습니다.

늙음과 젊음이 뒤섞인 어색함과 키스하는 모습의  부자연스러움이 서로 닮았다 해도

전철 속 부비부비처럼 누구 하나 거기에 관심 쏟지 않습니다. 무관심 속에 싹트는 우정이랄까요.

맛보기 수육은 술을 부르고 걸지고 푸짐한 순댓국은 옷깃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녹이며 겨울이 깊어갑니다.

 

고덕역에서 내려 한강변을 걷다 하남 덕풍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조정경기장에서 시내 쪽을 보면 새로 조성된 시가지라지만 건물들이 무지막지하게 큽니다.

오래전 검단산을 찾을 때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스타필드를 비롯해 공상영화 속 건물처럼 빼곡합니다.

미래도시 뒤편으로는 딴 세상같이 골목시장에 작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들어섰습니다.

특별히 당기는 것이 없어 둘러보던 중 시장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게 눈에 띕니다. '그래 바로 저거야'

갑자기 게걸스런 눈으로 껍데기와 허파를 섞어 한 접시 주문합니다.

말캉한 허파엔 울대가 양념 삼아 들어가 오돌오돌 물렁뼈 씹는 쾌감이 상당합니다.

60년대 동대문 전동차 역전 포장마차 고추장 껍데기가 떠오릅니다.

 

수원 광교와 신대호수를 돌고 올라오다 황제짬뽕을 먹으러 모란역에 내려 찾아가니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답니다.

아무리 황제처럼 먹는 짬뽕이라도 낙지와 해산물 듬뿍 든 짬뽕이야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

얼핏 본 혼술이 가능한 돼지부속구이 노점으로 향합니다. 얼핏 봤어도 술꾼의 매서운 눈은 틀림없습니다.

커다란 철판이 'ㄷ'자로 배열돼있고 즉석에서 구우며 토치로 불맛 입혀 손님 자리로 밀어내 줍니다.

소주나 맥주, 막걸리 불문하고 1인 1병에 8천 원. 한 병 추가는 +4천 원이 아닌 듯하니 조심.

별나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지나는 길이라면 한번 들러 시식해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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