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푸근한 혼밥_영흥정육식당

fotomani 2022. 2. 15. 09:01

2월 10일 목, 오미크론이란 이름으로 갈아탄 코로나는 증상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전염력이 매우 강해 순식간에 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내가 슈퍼맨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듯 이래저래 의욕도 떨어져 걷기도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동작역에 내려 한강변으로 내려가 노량진 배수지였던 노들나루공원을 거쳐

사육신 묘소, 노량진 고시촌에 들러 이른 점심을 먹고 수산시장에 들어 동태 알과 이리를 사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푸근한 겨울 날씨지만 역 아래로 지나는 반포천엔 아직 살얼음이 끼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 올림픽대로 고가 기둥과 메타스퀘이어 나무 기둥이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울립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차가운 콘크리트 교각도 따뜻한 날씨에 녹아내리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봄이 오라 손짓하는 듯합니다.

 

노들나루공원(옛날 배수지) 올라가는 길목에 <한강수사자조혼비(漢江水死者)>가 생뚱맞게 서있습니다.

건립자는 용산 기자단으로 1929년에 세워졌습니다.

아마 그 당시엔 투신하거나 홍수,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흔치 않아 큰 기사거리가 됐을 때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당시엔 지금보다 사람 목숨에 대해 좀 더 경외감을 가져서였을까요?

그러고 보니 2013년도 한강대교를 걸어 건널 때 한강 다리를 '생명의 다리'라 써 붙여놓고

난간에는 떨어지는 이파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요?

 https://blog.daum.net/fotomani/70286

사육신공원은 처음 가봅니다. 사리를 쫓아 의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리는 인간 말종들이

활개 치는 세상에 단종과 사육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공시생들이 많은 노량진은 그에 걸맞게 값싸고 질 좋은 끼닛거리가 많습니다.

한식뷔페 집을 지나며 혼밥 하고 있는 공시생을 보니 혼술의 유혹을 떨칠 수 없습니다.

찾았습니다. 점심시간 무한리필 제육볶음을 하는 고깃집입니다.

요즘은 맛있다는 일품요리보다 천천히 반주할 수 있는 안주거리가 있는 백반이 더 당깁니다.

누군가 커리커처를 저렇게 그려주었으니 사장님 머리 패션은 일편단심 '빠마'머리가 될 수밖에 없네요.

 

번거롭게 리필을 부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하게 올려진 제육볶음과 상추, 반찬들, 흐뭇합니다.

다 먹을 때까지 상추가 떨어지지 않게 제육을 두세 조각씩 올려 먹습니다.

약간 매운 볶음은 생각보다 고기 질도 좋고 양념도 짙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계를 더 넣어 달라는 옆자리 손님은 상추는 거의 건드리지도 않고

반찬도 제육도 남았는데 나는 싹쓸이했네요. 자알 먹었습니다.

 

수산시장에 들어가 억지 산책의 핑곗거리였던 동태 알과 이리, 새우를 사 알탕을 만들어 봅니다. 

한 겨울 음식으로 좋긴 한데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맛에 한참 멀고 뭔가 빠진 듯합니다.

뻘짓 하지 말고 그냥 졸여먹어?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