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닙니다

fotomani 2022. 1. 15. 10:33

1월 9일 하늘은 지우개를 떤 듯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리고 목이 칼칼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중앙시장- 주방가구거리-황학동-마장동-경동시장-청량리로 향하려 합니다.

식칼이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확실하겠지만 그걸 핑계로 구경도 하고 걷기도 하고

문 열었으면 중앙시장 보리밥이나 청계천 할아버지 칼국수에 막걸리 하나 때리려고요.

짬뽕순대국, 짬뽕순두부 ㅎㅎ, 보이는 대로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짬뽕의 생명력,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일요일이라 8시경인데도 문연 집이 별로 없습니다. 김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는 

동대문 순이네 빈대떡 분점인지에서 배추김치 하나 삽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언제든지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그릇, 주방기기 가게도 문연 곳이 별로 없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커피전문점의 실태를 알려주듯

이태리 일렉트라라는 회사의 고가 커피머신도 진열돼있습니다.

부근 지하 아케이드엔 청년 창작스튜디오도 있고요. 집진시설까지 갖춘 목 공작실이 부럽습니다.

마장동에서 걸진 내장탕이나 먹으려 했으나 눈에 띄질 않아 내친김에 곱창 두근 삽니다.

저울 눈이 넘어가는데도 두 근 값만 달랍니다.

덤으로 간 한 덩어리, 양 한 덩어리 집어넣어 줍니다. 모찐 할마씨이~

 

이제 스을슬 배가 고파옵니다. 가리지 말고 아무 데나... 코다리+토종 된장찌개라는 메뉴가 눈에 띕니다.

주인 할머니께 그거 달라했더니 그건 1인분이 안된답니다. 그럼 오삼불고기로. 된장! 구시렁.

둘러보니 직원인지 딸인지 환풍기를 닦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안 좋았던 기분이 사르르 풀립니다. 식당 환풍기가 기름 연기에 절어 까맣게 도색된 집이 대부분인데

저렇게 깨끗이 관리하는 걸 보니 할머니의 고압적인 모습이 '아름답게' 이해됩니다.

 

드디어 '아름답게' 상이 차려졌습니다.

예상대로 반찬들이 깔끔합니다. 고구마 줄기, 시금치, 매생이, 조 팥밥.

매생이가 국이 아닌 무침으로 나온 걸 보니 내가 속으로 칭찬한 걸 들은 모양입니다.

 

실비집 제육볶음은 대부분 짜고 조미료 맛이 강한데 

반찬처럼 오삼불고기도 간이 세질 않고 적당히 단짠입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쌉싸름하면서도 배릿한 강원도 막장 찌개입니다. 

맛은 혀로 느끼는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다루는 주인의 자세에서도 느껴지는 겁니다.

새해 벽두부터 기분 조옷습니다.

 

한번 씻고 삶아 냉동 보관했던 곱창으로 전골과 구이를 해 먹습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아 구이는 약간 질기지만 곱 많고 잡내 없습니다.

뼈 없는 닭발은 물기가 없는데도 기름이 팍팍 튀어 마눌님께 야단맞지 않으려고

바닥과 레인지 청소하느라 애먹었습니다. 닭발 튀김을 왜 보기 힘든지 이유를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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