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순수라는 울타리- 이중섭전

fotomani 2022. 9. 27. 12:35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란’ 책에서는 거꾸로 보면 그림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스트라빈스키의 초상을 

형체가 아니라 선을 따라 보이는 대로 그려보라 합니다.

바로 놓고 그리려면 엄두도 나지 않고 내 머릿속에 각인돼 정형화된 머리와 손을 그려

원작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손을 의식지 말고 선을 따르면 희한하게도 거의 비슷한 초상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간단히 증명해줍니다.

간단히 크로키를 복제하는 것도 힘든데 대상의 특징과 나의 생각을 그림으로 담아낸다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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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저녁에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전을 가자 합니다.

먼 과천이 아니라  서울에서 하는데 내가 갈 것 같아 같이 예약했답니다. 마침 가려했던 것인데 잘됐습니다.

옛 수도통합병원 서울 분원 자리. 잊지도 못할 1979. 10. 26.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번 이중섭전은 가족, 행복, 이별, 그리움, 사랑을 옮긴 엽서화 은박지화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없지만 부부 사랑을 그린 은박지화를 비롯해 대부분 가식을 떨쳐버린 채로

, 물고기, 사슴, , 닭 등과 손에 손을 맞잡아 서로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이 많습니다.

 

한쪽 벽에는 표지로 그의 작품이 쓰인 문예지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주제가 사랑이든 그리움이든 가족간의 사랑이든 많은 그림들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함으로 화면을 채워서

부부간 사랑을 담은 그림이나 편지 하나로 에로틱하다는 가당치않은 주홍글씨가 달려버렸습니다.

그러니 편견으로 덧칠된 그의 작품이 창작자유를 표방하는 문예지에 단골로 등장했던 게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신문에 끝까지 연재됐던 것을 보면 많이 억울했을 겁니다.

위선이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 같은 그림이면서 다른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하나는 '두 어린이와 사슴'이라는 그림으로 종이에 펜으로 그리고

한쪽은 좀 더 다채로운 색조를 썼을 뿐 구도가 거의 비슷합니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왼쪽 아이의 왼손과 배꼽, 오른쪽 아이의 오른발,

사슴의 눈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란 그림으로 중첩시켜 보면 거의 같은 구도로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대학 시절 출품작을 설명해달라는 나의 말에 화를 내며 술만 푸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느끼는 대로 보라는 것이지요. 이중섭 시절 대다수 화가들의 모습이 그랬을 겁니다.

똑같이 그린다는 것이 예술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림을 거의 같은 구도에 다른 느낌으로 재현해 낸다는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작곡가의 곡에도 비슷한 소절들이 섞여 있는 것처럼요.

 

전시된 많은 작품들이 울타리 안에 갇혀있습니다.

그 울타리는 속박의 테두리가 아니요.

사랑과 행복이 가득찬 가족이라는 울타리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이 아고리는

머리가 점점 맑아지고 눈은 더욱더 밝아져서...

... 진실로 새로운 표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

내 사랑하는 남덕 천사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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