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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집에서 해장국과 만두를?

fotomani 2023. 4. 10. 08:38

음식 얘기를 하면서 물가가 올랐다는 말을 몇 번 썼더니 그런 얘길 왜 하느냐 충고합니다.

'런치플레이션'이란 말까지 있는 걸 보면 나 혼자 징징대는 것도 아닐 텐데

정치 성향이 다른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정말 듣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중랑천 산책종점이라 주로 그 부근에서 아점을 하는데

반대쪽 신시가지 범골역 근처에 설렁탕 잘하는 <ㄱㅅ설렁탕>이라는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초 이곳을 들렀습니다.

24 시간 영업에 사람 구하기 힘든 현실을 보듯 늘어진 구인광고 현수막이 걸려있고

음식 사진이 건물 외벽과 실내에 어지럽게 붙어 있었습니다.

설렁탕 먹으러 갔는데 어제 숙취 때문인지 빨간 육개장 사진에 눈이 빠져 칼칼하냐 물어보니

그러면 '얼큰이를 드세요'  하는 바람에 칼칼한 육개장이겠거니 하며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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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놓인 뚝배기를 보고서야  '어? 내가 무얼 시킨 거지?' 하며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니 

육개장이 아니라 '얼큰이 해장국'이었습니다. 치매증상이 오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러나 갖 무친 겉절이와 살짝 시큼해지려는 깍두기, 오징어젓, 따로 나와 국물을 줄이지 않는 선지.

거기에다가  3천 원 짜리 막걸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입김만 불어도 건더기가 흐므러질 것 같은 해장국

푹 끓여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며 진한 국물 맛을 뿜어내는 우거지,

굳이 힘들여 씹지 않아도 흐물흐물한 양, 국물에 뎁혀지는 선지,

밥이 풀어지며 점도가 높아지는 해장국물, 이 모두가 술꾼을 위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 숟갈 듬뿍 뜨니 뜨끈한 기운이 식도를 따라 구불구불 막힘 없이 내려가는 쾌감을 느끼며,

다음에는 꼭 설렁탕을 시켜 먹어야지 '결씸'을 합니다.

 

매일 두 번 신선한 고기와 야채로 만두를 빚고 있어 오전에 준비한 만두가 판매되면 오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과 얼마나 맛있으면 '맛보기 만두'라는 메뉴까지 있을까?

귓구멍이 넓어 고기와 김치를 섞어 생만두 포장을 했습니다.

냄비에 찌니 껍질이 맑아지며 내용물이 비치는 게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간단히 부대찌개를 만들어 같이 끓입니다.

이북만두의 탈을 쓰고 내용물은 현대적 퓨전 만두소와 맛이라니?

촉촉한 만두소의 부드러운 식감, 특히 김치만두가 부대찌개와 어우러지며 훅가게 만듭니다.

이런 만두소와 옥천냉면 완자를 재현해 보려고 CSI처럼 이리저리 헤쳐보고

잔머리 굴리며 시도해본 적 있지만 그 비밀은 아직도 알아내질 못했습니다.

참고로 의정부에는 유명한 만두가 많습니다.

 

 

전에 주문할 때 옆길로 빠졌던 것은 맛과 냄새가 어우러진 설렁탕을 본 적이 거의 없고,

비싼 한우라는 이유로 몇 점인지 금방 가늠할 수 있는 수육에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렁탕은 요즘 들어 선뜻시키기 망설여지는 메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옥호에 설렁탕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그걸 먹어 보지도 않을 수는 없겠지요.

메뉴판을 보면 또 '물가'를 들먹여야 하지만 객관성을 위해 보통을 시켰습니다. 

일단 건더기가 가라앉아 부글부글 끓는 뽀얀 국물 뚝배기가 나왔습니다.

숟갈로 뜨니 그제야 소면과 양지 수육이 올라왔습니다.

예상대로 코와 혀의 만족감은 내 기대에 못 미쳐 중 정도 되지만

힘줄 박힌 고깃살은 단 맛이 살아 있어 특을 시킨다면 먹음직스러울 것 같습니다.

냉면 먹을 때 나오는 귀한 고기 두 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마지막에 남은 사리에 수육을 올려 찬 육수와 함께 들이키며 미련의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쓰입니다.

마찬가지로 말아 넣은 밥으로 국물이 진해지고 바닥을 보일 때쯤

양념 듬뿍 품은 배추 겉절이와 고기를 얹어 우적우적 씹어 넘기면

고기 단맛이 우러나오며 남은 숙취가 지워집니다.

그러고 보니 수육은 적더라도 대파를 듬뿍 넣었으면 맛이 더 나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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