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늘그니 입맛에 맞네~- 알아서 주는 집

fotomani 2023. 5. 6. 08:37

 

매월 첫째 수요일 모이는 고등 모임이 있습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을 하였으니 못 잡아도 25년 이상이로군요.

강북에서 모이는 4월에는 충무로역 자칭 留學生之家라는 <ㅂㅎㅇ>이라는 중국집에서 가졌습니다.

동국대 부근이라는 특성에 따라 저렴하면서도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카스 뚜껑을 숟가락으로 뽕소리가 나게 따니 대륙간 탄도탄처럼 학생들 자리로 날아갔습니다.

미안하다 목례하니 박수와 환호가 일어나며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뽕따는 소리 연발입니다.

그러고 보니 억지로 젊은 피를 수혈하러 간 추한 늘그니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거나

본문 아래 공감 옆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이 집은 요즘 추세인 향신료와 매운맛을 내는 요리가 많았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요리가 많아 리스트를 마음에 정해놓고 갔지만 먹다 보니 그대로 되질 못했습니다.

꿔바로우, 고기와 가지 볶음까지는 잘들 먹었는데

향라 닭날개와 수주육편으로 가니 새빨간 고추와 새빨간 국물에 아이구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순한 중국요리에 길든 입맛이더라도 이렇게까지 신음소리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전에 양갈비 먹을 땐 그러지 않았잖아?

 

매운 걸 중화시켜주려고 식사는  물만두와 산서우육면을 시켰습니다.

얼굴이 불콰해진 것은 술보다도 매운맛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운 것으로 땀을 냈으니 2차는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하게 깜짝 놀란 속을 달래주어야지요.

 

그래서 강남에서 모이는 5월 모임은 덜 자극적인 음식이 예상되는 신사역 근방

<ㅇㅇㅅ 주는 집>이라는 식당으로 선정했습니다.

따로 메뉴가 없고 주인 맘대로 준다는 코스로 1인당 2만 원이었는데 5천 원 더 올랐더군요.

6시 조금 넘었는데도 작은 홀은  주변 직장인들로 만석이었습니다.

 

열무김치, 시지 않고 싱싱했습니다. 입가심 맥주 안주로 훌륭했습니다.

시키자마자 나오는 성분이 의심되는 하얀 죽.

'이거 뭐예요?'에 대한 대답은 말보다도 맛으로 요거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애피타이저는 앞으로 나올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하였습니다.

 

미리 준비된 듯 테이블 위로 착착 올려지는 음식들.

비싼 재료도 아닌데 화려하면서도 달싸한 묵사발, 씁쓰름한 수삼꿀무침,

겉바속촉의 김치녹두전은 간이 알맞게 배어 간장을 찍어 먹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중국집 마라두부와는 달리 맵지 않고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씹히는 재미를 주고

마치 순두부 된장찌개 같은 부드러움으로 감싸주는 편안한 맛이었습니다.

 

오늘 삶아낸 돼지고기의 부드러움, 간재미 들어간 무말랭이 무침, 군내 나지 않는 새콤한 묵은지,

그리고 젓갈, 보쌈을 먹었는데 홍어 삼합을 먹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마지막으로  닭볶음탕, 찢어먹는 통김치는 푹 익어서 혀로도 짓이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곁에 앉은 친구가 내뱉습니다.

"아~ 늘그니 입맛에 맞네~"

닥다리 티스토리블로그

https://fotomani.tistory.com/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