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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잊지마식당, 고냉지

fotomani 2023. 5. 16. 08:03

제가 잘 가는 백반집들은 실비라도 물가가 오르다 보니 기본이 7-8천 원대,

찌개나 생선이라도 오르면 2-3천 원 더 받는 게 룰처럼 돼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보니 손님들도 올라가는 음식값에 순응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찌개도 없는 백반을 9천 원, 쥐똥처럼 올려놓은 반찬이 없어지면 곧바로 리필해주지 않고

TV에만 열중하고 있는 주인, 혼자 들어가면 얼굴 표정이 안 좋아지는 식당들도 있어 주눅 듭니다.

 

오른 다리와 엉치 쪽 증상은 날에 따라 좋다 나쁘다 불규칙하게 나타나는데

아프다고 죽치고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어 조금씩 시내를 걷고 있습니다.

아점으로 닭곰탕을 먹으려고 충무로 황평집으로 향하던 중

노변에서 정체 모를 물에 생선을 적셔 가며 오븐에서 굽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

그게 뭐냐 물어 보니 싫은 기색 없이 쌀뜨물이라며 자랑스레 구운 고기들을 보여줍니다.

닭곰탕 생각이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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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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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나 삼치는 흔하게 먹어보는 메뉴라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던 임연수는 어떤지 시켜보았습니다.

기본찬으로 나오는 총각김치 오징어채 모두 입맛을 돋웁니다.

쌀뜨물의 시각적인 끌림때문이었는지 보기만 해도 맛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갈비뼈를  걷으니 역시 윤기 흐르는 결 고운 살이 김을 피워 올리며 나타납니다.

냉장고 속에 잘 지내고 있던 쏘주를 불러냈습니다.

 

커다란 대접에 채워놓은 상추를 반찬까지 리필해서 임연수 살 올리고 마늘까지 올려 먹었습니다.

상추를 깨끗이 비우니 군소리 없이 또 채워놓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눈수술 전 쓰던 안경테들이 이리저리 치이고 진료 시 사용하는 안경알도 흠집이 많아졌습니다.

남대문 안경거리로 가서 진료용 안경은 새 렌즈로 바꾸고 예전에 쓰던 안경테에 선글라스 렌즈를 끼웠습니다,

 

전철 타고 가려다 회현역 부근 <고냉지>라는 식당의 김치찌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회사가 많은 동네이니 중간 이상은 할 것 같아 들어갔습니다.

내가 첫 손님입니다. 혼자 먹을 수 있냐 '공손히' 물으니 괜찮답니다.

나물 반찬과 참기름 깔린 빈 그릇, 생고기를 넣어 끓여 먹게 만든 찌개, 기대치 않았는데 대박입니다. 

빈 대접에 나물과 쌈채를 집어넣어 찌개 끓기 전 한술 뜹니다.

 

야금야금 야채는 줄어들고 찌개는 끓어오름에 따라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얼큰한 국물이 숙취를 풀리게 만듭니다.

 

잘 비벼진 비빔밥과 실한 김치찌개, 건강하게 야채로 배를 채웠습니다.

개시부터 혼자 들어와 ㅇㅋ도 고마운데 구석으로 밀리지 않고

창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땀 흘리며 먹었습니다. 

기분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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