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숨은 陵 - 의릉, 정릉 그리고 생선가스

fotomani 2024. 2. 21. 13:00

 

서울에 몇 년 전 개방된 능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중앙정보부가 있던 의릉이고 다른 하나는 정릉인데 모두 성북구에 있습니다.

 

외국어 대학 근처에 있는 의릉은 1966년 중앙정보부 청사가 들어서고

1972년에는 홍살문과 정자각 사이에 연못까지 만들었으니

문화재가 아니라 사유지처럼 쓰였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능은 상하 2기가 조성되었는데

희빈 장 씨의 아들인 경종(1688-1724)의 능묘와 선의왕후의 묘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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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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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 왼쪽에 옛 중정 강당이 남아 있으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곳입니다.

산책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되며 200년 넘은 V자 형태의 커다란 향나무가 눈에 뜨입니다.

아쉽게도 2월부터 5월까지 산불방지 기간으로

능에서 천장산으로 오르는 산책로는 폐쇄되었습니다.(모든 능묘 공통)

천장산으로 오르기 위해 다시 나와 한국종합예술학교를 통해 주택가로 빠져

동대문 구립 이문 어린이도서관 곁 샛길로 천장산에 올랐습니다.

의릉 안쪽으로는 펜스를 따라 중정 경비를 위한 콘크리트 포장 소로가 이어졌습니다.

산불방지 기간이 끝나면 이 소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5일 목요일은 가랑비가 내렸으나 기온은 걷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북악 하늘길을 걸으며 아래로 내려다 보이던 정릉으로 향했습니다.

태조의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의 능묘인 정릉은 원래 정동 영국대사관 부지에 있었으나 

방석의 어머니를 증오했던 태종은 신덕왕후의 능을 현재의 위치로 옮기고

능의 석물과 목재는 청계천 광통교와 태평관을 짓는 데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정자각 옆의 초라한 석물(소천대- 제향 후 축문을 태우는 곳)이 쓸쓸히 묘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태종이 능묘를 이곳으로 옮겼을 때는 터가 좁아

홍살문부터 정자각까지 일직선이 아니라 ㄱ자로 꺾여질 정도로 심심산골이었겠지만

세월이 지나 이곳은 명당으로 변해 창덕궁 후원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돈암동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올 때 만해도 겨울에 이런 곳에 눈이 오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였지만

정자각을 출발하여 한 바퀴 도는 산책로는  그리 험하지 않고 경치 좋은 곳이었습니다.

또한 주욱 뻗은 소나무를 비롯한 수목과 작아도 기묘한 바위돌들은

봄이 오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해뜨기 전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을 켜들고 보며 시퍼런 얼굴로

좁은 공원을 줄지어  돌고 있는 괴기스러운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집 근처에 상쾌한 산책로가 있으니 근처 주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정릉과 흥천사를 끝으로 설 연휴 내내 입에 달고 있었던

생선가스를 먹으러 <남대문잔치집>으로 후다닥 달려갔습니다.

첫 번은 연휴이지만 혹시나 해서,

두 번째는 연휴이지만 그래도 월요일인데 시장 상인들을 위해 열지 않았을까 하여 공쳤습니다.

오늘은 어제 전화 걸어 확인을 하고 성공을 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ㅈㄹ인지...

여튼 3번 찾아 첫 성공입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는 깨끗합니다.

 

 

트레이나 접시에 나오는 샐러드뿐만 아니라 줄줄이 소시지, 배추김치, 봄동겉절이, 어묵국까지

나오는데 모두 깔끔합니다.

이건 거의 백반 반찬입니다. 시장 상인이 주 고객이니 그럴 겁니다.

샐러드를 좀 더 달라했더니 시원하니 '네에~' 소리와 함께 따로 담아 갖다 줍니다.

 

 

통동태 펠렛을 사용한다 침 튀기도록 추천을 해서 온 것이지요.

맞습니다. 동태포도 싱싱하고 묵직하니 결이 느껴지는 맛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생선가스를 잘랐을 때 김과 함께 올라오는 생선가스의 향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생선가스와 생선튀김은 어떻게 차이 나는 것일까요?

단순히 겉옷 질감이나 빵가루와 튀김가루의 차이일까요?

생선가스에서 제가 느꼈던 풍미는 빵가루가 튀겨지며 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제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환상일 겁니다.

 

 

백종원 씨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는 생선가스를 보고 찾아간 삼대천왕이라는 장안동 돈가스집.

먹는 내내 옆테이블에서 먹는 노른자 올라간 모둠정식에 눈이 팔렸던 집이었습니다.

동태포 마리네이드와 소스의 간이 약간 센 듯했습니다.

이젠 환상을 버리고 설날 들어온 광어 펠렛으로 만들어 먹고 한동안 잊어야겠습니다.

아니 심해 홍메기살(킹구)과 참치, 달고기로 만들었다는 생선가스는

강추하는 분이 있어 눈총 주시더라도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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