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시장통 칼국수도 6천 원이야- 부평 냉면

fotomani 2024. 3. 11. 04:55

 

 

부평역에서 그대로 연결되는 부평지하상가, 거의 500m 정도 길이의 엄청난 상가입니다.

주로 패션에 관련된 상품들로 5백 원짜리부터 없는 게 없다네요.

몇 년 전 전대차계약과 관련돼 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해결이 잘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지하상가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부평시장이 있습니다.

경동시장이나 의정부 제일시장이 크다고 하나

여기 큰 가게들은 규모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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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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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방사상으로 구획 져 어리바리합니다.

초입에 보기 힘든 삶은 죽순 파는 노점까지 있어  만만한 곳이 아님이 느껴집니다. 

이곳을 찾게 된 것은 백령면옥을 비롯하여 인천지역에 의외로 많은 냉면집이 있다 하여

그중 한 곳을 찾으려 함이었습니다.

개점시간에 맞추기 위해 심심풀이로 돌아봤는데 의외로 눈이 즐거웠습니다.

오늘 날씨가 쌀쌀하니 우선 어묵 한 점에 국물 한 컵 뜹니다.

김치전과 부추전이 유혹을 하네요.

얼마 전 조선간장으로 조리한 간단 요리들이 방송을 타면서 재래간장에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말린 나물도 사다 놓고 생각날 때마다 뿔려 먹으면 조은데...

혼합콩을 밥대신 샐러드에 넣어 먹어 볼까?

이 동네 사람들은 돈도 많지, 수산시장도 아닌데 저 많은 랍스터를???

'아가야, 저거 먹으면 탈 나지~ 그냐앙 가자~'

아침부터 저렇게 많이 초밥을 만들어 놓아도 다 팔릴까?

눈요기를 수요로 창출하는 부평시장 저력이 피부에 와닿습니다.

 

 

조선족도 많은지 오향 돼지귀, 혓바닥, 코, 오리 등을 팝니다. 

저 귓바퀴 오돌뼈 씹으며 한잔 땅기는 맛이 기가 막힌데...

빵 사이에 어묵 반죽을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에 왔는데

샌드위치는 아직 만들어 놓지 못했고 딸내미가 만들었다는 샌드위치 작품이 나를 반겨줍니다.

대신 즉석 핫바를 들어보라 권합니다. 

갓 튀긴 야채핫바, 용수철 튀듯, 듯, 듯,  보들 탱탱 식감과 맛 좋습니다.

 

 

이건 반찬가게가 아니라 공장 수준입니다.

저 모둠 나물 사다 돌솥비빔밥 한번 해 먹어 봐?

양평 옥천 냉면 완자처럼 맛있게 만든 똥그랑땡은 어디 없나?

이름이 별난 씨앗젓(씨앗을 섞어 만든 젓갈), 봄동겉절이, 배추겉절이를 샀습니다.

 

 

커다란 공간에 점포가 모여 들어서 있는 정육점 몰도 볼만했습니다.

다짐육을 보니 햄버거패티 만들어 보라고 지름신이 꼬드깁니다.

냉동 생선가스를 사다 튀기면 내용물이 흐물거려 망설여지는데 실패할 생각하고 하나 샀습니다.

집에서 에어프라이에 튀겨보니 다행히 동태포가 흐물거리지 않고

육질이 살아 있었으나 기름지고 좀 거칠었습니다, 저렴한 값에 그 정도쯤이야.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해민면옥>에 입성했습니다.

전 같으면 평양냉면집에서는 두말 않고 물냉면을 주문했겠지만

요즘은 워낙 내 기준을 벗어 나는 것이 많아 맛이 어디로 튈지 불안합니다.

안전빵으로 비빔을 주문합니다.

늘수구레한 주방 할아버지가 개시부터 주문이 반갑다는 듯 반죽 덩어리를 꺼내 

한번 자르고 성에 차지 않는 듯 듯 조금 더 썰어 냉면 사출기에 집어넣습니다.

 

거의 하얀 면발에 두 점이 아닌 사태살 여러 점, 웬일이니???

고기 한 조각 들어가도  얼마, 육수 만드는데 '한우가 얼마나' 들어가는데 를 따지는 세태에,

아~ 감동입니다.

(이 집 수육 갯수는 원래 2점인 듯합니다.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었거나)

육수를 조심스레 부어 넣습니다. 

백령 냉면처럼 뽀얀 육수가 아닌 맑은 육수입니다.

남들은 메밀향 어쩌고 하는데 나는 요즘 메밀면에서  향을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씹을 때 겨우 느껴지는데 말이지요.

냉면은 사리에 냉면 김치와 수육을 얹어 입에 넣고 육수 들이키면서

우걱우걱 씹어 먹어야 제 맛이지요.

아끼면서 먹긴 했지만 빨간 육수 아래 잠수 탄 수육쪼가리가 아직도 있네요.

면맛은 보통이었지만 수육과 비빔장과 육수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2월 말 폐업하였습니다.

시간이 널널하니 '행복하세요' 지공대사 숙련과정으로

이틀 뒤 부평 굴포천역 부근 <해주 막국수>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희한하게 큰 길가에 뒷문, 뒷길 쪽에 정문이 있었습니다. 

젊은이 두 명이 아침으로 김밥을 먹다 후다닥 일어서며 인사를 합니다.

옥호는 막국수집인데도 까나리액젓과 냉면을 파는 걸 보니 백령냉면 패밀리인 듯합니다.

비빔을 시키니 빨간 비빔장이 올라간 수육 없는 냉면이 나옵니다.

부랴부랴 제육 반접시 시킵니다.

육수는 백령냉면답게 뽀얀 육수를 갖다 줍니다.

비빔장이 있으니 까나리액젓 넣을 필요 없겠지요.

면은 껍질이 섞인 갈색면이었고 막국수라 내세우니  향은 그리 나지 않았으나

면의 식감은 좋았습니다.

꾸미 걱정 없이 사리와 냉면 김치 얹어 먹는 느긋함이라니...

요즘 술을 안 먹으니 음식값이 내려간 듯 착각에 사는 조삼모사 원숭이입니다.

 

머릿속 경제 지표는 아직도  90년 대,  체감 물가는 천정부지인데도

끽소리 않고 착하게 사는 게 우리 나이 代인 듯합니다. 

냉면값이 1만 5천 원을 근처에서 맴도는 현실에 11000,  9000+6000이라는

놀라운 가격과 만족감은 부평시장 장보기와 함께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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