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항동철길- 좋은날국수집, 8개월냉면

fotomani 2024. 3. 17. 15:03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폐업을 하게 되니 소일거리를 찾아야 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생활 패턴이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뭐 하나?'가 떠올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눈도 침침해져 책이라도 읽으려 하면 돋보기 찾아야 되고 졸음이  쏟아지니  술 한잔 하는 게 유일한 낙일텐데,

검진하러 가 하루 술을 얼마 정도 드느냐는 설문지엔 이실직고할지 슬쩍 넘어갈지 망설이게 됩니다.

이 나이에 하루 한 병이 별 흉도 아닐텐데라 생각하고 무심코 썼다가

'그게 바로 알코올중독자'라는 치도곤을 맞고 인생 낙오자 된 것 같아 풀이 죽기도 합니다.

일단 지공대사 본분에 충실하며 요즘 가던 인천 방향, 항동철길을 찾았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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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항동철길은 오류역에서 경기화학과 3군수지원사령부로 가던 철길로 지금은 폐선되었습니다.

봄의 기운 느껴보려 나섰으나 푸른수목원엔 푸르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수목원 곁 'ㄱ'빌라는 우리나라 최초 타운하우스라 일컫는 곳으로  공영방송을 몇 번 탔습니다.

오늘 이곳을 8년만에 찾은 것도 이곳을 둘러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마을 공용 풀장에 서서 럭셔리한 분위기를 느껴보려 했으나 외부인 통제였습니다.

보다 쾌적하게 살만한 사람 사는 공간을 소개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렇게 폐쇄된 공간이었다면

차라리 그들만의 공간으로 남아있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철길 옆 채소밭은 땅이 풀렸는지 경작을 위한 밭갈이가 한창이었습니다. 

 

 

필수항목인 기승전, 먹을 해야겠지요. 오늘은 벅차게 두 군데로 정했는데

먼저 이름도 정겨운 <좋은날 국수집>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멸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전문으로 하는데 7천 원짜리 비빔에 명태회(무침)까지 올려 나온답니다.

고기에 '고'字만 올라가도 훌쩍 뛰는 게 음식값인데 7천 원이라니?

새빨간 비빔이 나왔는데 찬 육수 줄 수 없느냐 물으니 육수가 없답니다.

순간 정수리에 땀이 맺힐 것처럼 한숨이 나옵니다.

'(희석할) 육수도 없이 이 매운 걸 어찌지?'

어찌 됐 건 먹음직스런 비주얼은 합격입니다. 

거의 곱빼기 같은 양을 비벼놓고 조심스레 한술 떠 넣으니 별로 맵진 않고

묵직하면서도 감치는 양념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돕니다. '어어~ 이것 봐라'

내일 아침이 걱정되면서도 한입 뜨자마자 또 다시 면을 뜨게 됩니다.

이럭저럭 다 비웠습니다.

 

 

두 번째 식당이있는 상상시장은 역곡역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상상이란 이름은 부평이 만화 도시가 돼 붙였으리라 짐작합니다.

규모는 부평시장보다 훨씬 작지만 이곳도 깨끗하게 정비돼 손님을 맞고 있었습니다.

나 같은 이방인이 별로 없는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거 왜 찍느냐 조심스레 묻습니다.

인천에서 가성비로 유명한 민영수산 분점인지 초밥이 진열대를 가득 메웠습니다.

국산 다슬기 만원, 나만 모른다는 IQF공법으로 껍질을 다 까놓은 익힌 꼬막살이 만원, 

손 안대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라 충동구매 할 뻔했다는...

 

 

상상시장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상상하게 만드는 <8개월 냉면>

전에는 냉면에 불고기까지 주었었다는 5천5백 원짜리 비빔냉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고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고 유튜브에 혼자서 정성스레 조리하는 과정이 나와 궁금했었습니다.

 언제 여길 다시 오나 싶어 들어갔습니다.

원하면 곱빼기도 추가 부담 없이 준답니다.

나오는 냉면이 거의 곱빼기이니 굳이 그럴 필요 없겠습니다.

국숫집의 비빔 양념 맛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콤달콤 학생들 입맛에는 잘 맞을 듯합니다.

옥호의 8개월이 뭐냐 물으니 냉면을 1년에 8개월만 하고자 했던 것인데

지금은 '마니아'가 많아 1년 열두 달 계속한답니다.

내용을 알고 보니 허무합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밥통이 빈틈없이 꽉 찼는지 뱃속의 바벨이 걸을 때마다 짓누릅니다.

 

'형, 오늘 뭐해요? 저녁이나 하지요?' 카톡이 울립니다.

하필이면 오느을~?

'으응, 나 아직 밖에, 역곡에 있어어~'

이름에 끌리고 맛에 끌려 돼지처럼 씩씩대며 자리 속에서 뻐둥대고 있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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