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어지럽고 몸도 어지럽습니다.
더구나 어제 포스팅했던 것처럼 지하철과 지하실에서 연이은 낙상으로
어제가 초복이었다는 걸 날지난 일기예보를 보고 비로소 알았습니다.
덩달아 삼계탕 가격도 2만 원 육박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곡선도 음식값의 등판력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밉니다.
편육 한점 올라간 냉면도 훌쩍, 삼계탕도 2만 원 가까이 훌러덩 올라가는 판인데
소갈비 몇 대씩 들어간 갈비탕이 만원 중반 대여서 착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이상한 것일까요?
그래서 요즘 갈비탕을 몇 번 먹어보았습니다.
맛과 가격은 극히 주관적 판단이오니 그 점 양해 바랍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면
< 1 >
지난 포스팅에 올렸던 <광릉정육식당> 갈비탕입니다.
전엔 주로 얼큰한 육개장을 먹었던 집인데 영업시간이 오후로 변경돼 한동안 가지 않다
오랜만에 들렀던 집입니다.
고깃집도 겸하고 있어 기본반찬 외 들고 싶은 반찬을 셀프로 갖다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1만 3천 원으로 가장 저렴했습니다.
통상 골프채라 부르는 뼈 반 정도의 길이로 마구리뼈 5대 들어갔습니다.
씹으며 달달한 고기 맛이 올라오고 퍽퍽함이 덜해 느긋하게 천천히 먹었습니다.
탕을 먹을 때 나는 깍두기보다 배추김치와 무채, 부추를 넣어 먹는 걸 좋아합니다.
찢어 먹을 수 있는 포기김치면 금상첨화고요.
< 2 >
오남역 부근에서 먹었던 갈비탕입니다.
'이게 뭐지?', 흔히 볼 수 없는 비주얼이었습니다.
산양삼이 들어 있는 갈비탕은 끓여 먹게 돼있고 1만 5천 원
여하튼 골프채는 가장 길었고 2대가 들어 있었습니다.
끓으며 탕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 갈비탕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갈비탕 국물은 원래 맑은 것인데
내 머리 속엔 왜 육개장처럼 빨개야 한다라고 세뇌되어 있었을까요?
다진 양념 없냐 물으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런 거 없답니다.
탕이란 것이 끓여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점수 따고 들어가는 것인데
상승효과를 올리기엔 고기와 국물의 어우러짐이 아쉬웠습니다.
갈비탕이든 설렁탕이든 미리 익혀두고 주문과 함께 끓여 나오는 탕의 고기는
삶을 때 고기의 육즙이 너무 빠지지 않도록 적당히 국물 내고 건져놓아야 합니다.
< 3 >
나의 선호도에 맞췄는지 갈비탕 보통으론 '얼큰'밖에 없었던 <회기왕갈비탕>
내 머릿속 갈비탕과 가장 근접했지만 막상 이렇게 주니
새삼스레 갈비탕의 원 모습을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앞에 앉은 젊은이가 시킨 아롱사태갈비탕을 보니 야채 건더기 위를 아롱사태로 덮고
그 위에 갈비 두 대 얹어 놓으니 고기로 산을 이루었습니다.
1만 5천 원에 2천 원만 추가하면 되니 기왕이면 그 걸 시켜 먹고 인증샷을 찍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매웠으나 싱거웠습니다.
소금을 달래려다 혈압을 생각해서 참았습니다.
간만 맞았으면 해장이란 단어에 가장 가까왔을 갈비탕.
그런 아쉬움을 밑에 깔린 콩나물과 대파가 푸짐하게 올라와 달래주었습니다.
배추김치는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합니다.
셀프 코너에 15가지 곡물로 만들었다는 살얼음이 뜬 미숫가루 차가 있어
2잔이나 먹었더니 배가 똥똥 불어나는 듯싶습니다.
삼계탕과 갈비탕은 격이 다른 음식인데도 물가가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가성비로 싸잡아 평을 하는 몰상식까지 저지르게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내 허리는 언제나 편안해질꼬?
이렇게 빨간 게 갈비탕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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