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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물냉면? 오 마이갓! - 옥천냉면

fotomani 2010. 7. 21. 14:56

냉면을 즐겨 찾는 여름이 왔다. 메밀은 찬 성분을 가지고 있어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니 당연히 여름음식이겠지만 이북사람들은 겨울에 먹는 동치미 냉면을 으뜸으로 치니 웬일일까? 겨울은 몸 밖이 차고 상대적으로 몸속이 덥기 때문에 더운 속을 식히는데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메밀국수를 먹는다 한다. 더군다나 메밀은 소화가 잘 안되니 동치미에 들어있는 무가 소화를 도와주니 금상첨화 아닌가? 이건 한의사들이 하는 말인데 과학적인 듯하면서도 약간 아리송하기도 하다. 

 

평양냉면 : 시원한 동치미나 육수국물에 메밀이 듬뿍 들어간 면을 내온다.

어떤 집은 여기에 고추가루나 파를 썰어 넣기도 한다.

 

메밀이 주된 성분인 냉면이 여름음식이라면 함흥냉면은 메밀 함량이 적으니 매운 맛과 함께 찬 성분의 음식이라 볼 수 없겠으나 특유의 맵고, 달고, 새콤하고 질긴 맛이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더 끄는 듯하다. 한번은 동대문 패션상가쪽에 ‘동치미’라는 그럴듯한 옥호의 평양냉면집이 있어 가보았더니 평양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 함흥(비빔)냉면을 주로 낸다 하니 이러다가는 평양냉면은 씨가 말라버리고 함흥냉면과 막국수만 남는 것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동치미>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평양냉면집 비빔냉면

수요가 거의 없어 비빔냉면을 내온다. 메밀함유량은 좀 적은 듯하지만 그런대로 먹어줄 만은 했던 냉면 


내가 양평 옥천냉면을 처음 먹어 본 것은 80년대 초였다. 그 때는 국도 변에 딸이 하는 분점이 없고 좀 들어가서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들어 차 있는 허름한 단층집이었는데 벌써 그 당시에도 여름만 되면 점심시간에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들어가면 국수 뽑은 물을 먼저 내오는데 그대로 마시면 밍밍하지만 조선간장을 조금 타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마시면 간장의 깊은 맛과 밍밍한 메밀 삶은 맛이 조화되어 의례 이 물은 두어잔씩 마시곤 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가보니 국수 삶은 물은 원하는 사람에게만 주고 있어서 입맛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지 내 입맛이 세월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좀 아쉽다.

국수 삶은 물과 조선간장

희뿌옇고 밍밍한 국수 삶은 물에 조선간장이 약간 들어가면 오묘한 맛이 난다.

함흠냉면집에서 주는 스프 풀은 물과는 격이 다르다.

여하튼 처음 본 면발은 굵은 당면처럼 약간 투명하고 끈기가 있는 듯해서 이게 무슨 냉면인가 했는데 몇 번 먹어보니 옥천냉면의 진가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의 경험으론 옥천냉면은 물보다는 비빔이 맛있다. 파까지 섞인 양념은 바닥에 깔려있는데 같이 나오는 찬 육수를 조금 더 붓고 냉면김치를 더 집어넣어 비벼서 면에 편육과 냉면김치 한 조각을 얹어 함께 집어 먹으면 면의 깊은 맛과 잘 익은 무김치와 편육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 그릇을 금방 비우게 된다.

 

옥천비빔냉면. 면도 깊은 맛이 있고 파가 들어간 양념 구리고 편육을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인데

이젠 편육이 2조각밖에 안준다. 한장만 더 넣지~


그래도 뭔가 좀 허전하다면 완자나 편육을 시키는데 편육을 먹을 때는 새우젓에 겨자를 듬뿍 뿌려 섞어서 찍어 먹으면 편육의 느끼함도 덜 하고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쏘주 한잔 곁들이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구분 대신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평양냉면은 면의 깊은 맛과 시원한 육수 맛을 함흥냉면은 면의 쫄깃함과 매운 양념 맛을 즐기는 것인데 나에게는 평양냉면 사리로 비빔하는 것은 용서가 되지만 함흥냉면 사리로 물냉면 만들어 내오는 것은 용서가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옥천냉면은 그 중간쯤이라 보면 된다. 메밀 맛과 쫄깃함을 모두 지니면서도 메밀 맛이 우러나오는, 무김치는 한 접시 더 달래야 먹어야 직성 풀리는, 일단 맛들이면 양평에선 다른 음식을 지나치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편육은 나중에 먹을려고 아껴두었다.

 

이집 김치 냉면이면 냉면, 완자면 완자, 편육이면 편육 모두에 잘 어울린다. 

포장을 하나 홀에서 먹나 한접시 더 시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