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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가 뭐라고? - 뚜껑집

fotomani 2010. 7. 26. 15:48

 

부대찌개라는 것이 기지촌과 뗄레야 뗄 수없는 관계에 있다.

사진은 소위 '간스메'라고 불리우던 미군식량. 분쇄육, 쇠고기, 빨래비누 같은 치즈 등이 들어 있었다.

 

부대찌개를 구글에서 찾아보면 어떤 책자에 ‘Korean name is "BUDAE CHIGAE". The main ingridient is assorted sausage, ham and spam. But the taste is very strong and hot because of Korean chilli sauce (GOCHUJANG). It is originated at the Korean war and the US Army. Cheap Korean restaurant get Spam, ham, sausage from black market or even the food garbage of US soldiers. This day BUDAE CHIGAE is clean and exotic food. All Korean likes it.’이라고 소개 되어 있으니 뼈아픈 과거를 들춰내게 되어 속이 쓰리지만 ‘현재는 이국적면서도 깨끗한 음식이다.’라는 부분에서 그나마 약간의 위로를 얻게 된다. 부대찌개는 존슨탕으로도 불리기도 하는데 방한한 존슨 대통령이 위문 차 미군부대에 들렀을 때 주방장이 이 음식을 내놓고 나서부터 이것이 존슨탕으로도 불리워지게 됐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서대문 경찰서 뒤편 사조건물(엣 동아출판사) 옆에 있다,

 

간단한 밑반찬

 

소스도 마트에서 파는 소스 그대로 나온다


스팸메일이 정크메일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처럼 정크라는 단어가 별로 좋은 뜻이 아니어서  부대찌개라는 것이 썩 권하고 싶은 음식은 아니지만 입이란 놈이 간사해서 어떤 때는 이런 거친 음식도 몹시 먹고 싶게 된다. 친구 부인이 이런 분쇄육으로 만든 가공식품을 싫어해서 집안에 소시지니 스팸 등을 들여놓지도 못하게 하는데도 귀신같이 마누라 눈을 피해서 라면에 소시지나 스팸을 넣어서 끓여먹는 친구가 있다. 원래 한밤중에는 아무리 소리를 안 내려 해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안방까지 100데시벨로 들리게 마련인데.

 

미국산 쏘세지, 베이콘과 국적을 알 수 없는 스테이크 하나 씩 시키니 위와 같이

한줄씩 나란히, 나란히 나온다.


중국음식에 단무지와 김치가 나오게 된 것이 일제시대 장사에 능한 화상이 한국사람을 위해선 김치를 일본사람을 위해선 단무지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하고 자장면도 인천부두에서 일하는 노무자들을 위해 새롭게 만든 음식이라 하지 않던가. 이와 같이 문화가 다른 음식이 만나 찰떡궁합이 되는 것처럼, 소시지나 햄 치즈 버터 같은 것만을 넣고 끓여서 먹으라고 한다면 메슥거려 입에 대지 않을 것을 신 김치와 고춧가루, 마늘과 함께 끓이면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궁합이 잘 맞으니 신통하기 짝이 없다.

 

붉은 피망과 당근, 푸른 피망과 버섯들은 없지만

그대신 실속있게 알짜로만 채워 넣었다. 

 

소시지 하나 더 시켜 김치와 볶아먹고

 

XX스테이크라고 붙어있는 부대찌개집들은 철판구이라는 메뉴를 함께 올려놓는 때가 많은데 스테이크 얼마, 소시지 얼마, 베이컨 얼마 식으로 따로 적어 놓지만 대개 모듬철판구이를 먹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모듬철판구이라는 것이 ‘스키야키’와 비슷해서 양념 없이 굽거나 익혀서 소스나 계란 풀은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점에서 간편하기는 하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안 들어간 것 같아 내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음식인데다 가격에 비해 내용물도 적으면 그야말로 뭐 씹은 얼굴이 되게 마련이다.

 

부대찌개도 시커 먹는데 요건 좀... 

 

그래도 어쩌겠는가? 친구가 좋아한다면 한번 가봐야지. 서대문 경찰서 뒤 사조빌딩 골목에 조그마한 부대찌개(존슨탕) 전문이라고 쓴 뚜껑집이란 곳을 찾았다. 모듬철판구이 메뉴는 없고 앞서 얘기 했듯이 각각 얼마로 적힌 메뉴가 벽에 붙어있다. 각각 하나씩 시키니 딱 가스버너 크기만 한 프라이팬에 양파와 감자를 두르고 소시지 한줄, 베이컨 한줄, 스테이크 한줄 열병식 하듯 차려서 내온다. 가스에 불을 켜고 지글거리는 버터 쪽으로 조금씩 밀어 넣으며 먹으라 한다.

부대찌개는 신김치를 김치찌개, 만두 속, 빈대떡으로 없애듯이

별 다른 재료 없이 그저 있는대로 갖다 넣으면 되지만 칼로리가 높아질 수 있으니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

여기부터는 집에서 만들어 본 부대찌개이다.

 

 

아주 중요한 것 하나!

만족스럽게 조리되고 부대찌개를 먹기 시작할 때 날계란 하나를 얌전히 넣어둔다.

 

 

 

다른 곳처럼 버섯, 당근, 빨강 파랑 피망 이런 것들로 화려한 화장은 안 했지만 의외로 내용이 알차고 한꺼번에 동시에 익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밀어 넣으며 구어 먹으니 그 재미도 쏠쏠하다. 스테이크+존슨탕이라는 걸 2인분 시킨다. 다른 곳처럼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빈(콩)을 넣지 않고 김치와 두부를 넣어 국물은 점도가 낮아 부대찌개보다는 김치찌개에 가까운 맛이지만 그런대로 먹어 줄만하다.

그냥도 먹고. 마침 만년설지대로 가기 직전의 고기가 있어 그것도 넣었다

 

 

아기 먹으라고 만들어 두었던 김밥에 올려서도 먹어 보고...

 

“나 오늘 친구들 모임 있어요.” 분명 아침에 들은 말이었고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라는 말이었건만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시 나가서 먹기도 싫고 이럴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부대찌개이다. 1식3찬도 꺼내먹기 귀찮으니 프라이팬에 신 김치를 필두로 소시지, 스팸, 약간 씩, 치즈 한 조각, 고춧가루, 통조림 콩? 있으면 좋지, 감자, 양파 약간... 명절이 지나고 나서 냉장고에 남아 있는 버리기 아까운 음식, 각종 나물에 완자 심지어 생선전까지 들어가는 볶음밥처럼,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재료가 정해져 있으면 더 이상 부대찌개가 아니다. 이렇게 넣다 보면 칼로리가 엄청 올라가니 욕심내지 말고 양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남편 짓이라는 게 잘해야 본전인데 음식 찌꺼기까지 남겨 놓으면 예의가 아니다.

 

 이제 부대찌개를 다 먹었으면

잊지말고 아까 넣어 두었던 계란을 얌전히 떠서

 

 

노른자가 깨지지 않게 흰자 다 발라먹고 반숙의 노른자를 깨뜨리지 말고 한입에 입속에 넣어 터뜨리면...

 냉면 다 먹고 삶은 계란 먹는 것처럼 후식으로 죽인다.

오래 전 어떤 음식점에서 배운 것이다. 


뚜껑 사이로 김을 퍽퍽 내며 끓던 부대찌개는 이윽고 알맞은 점도와 불에 곰삭은 달사한 냄새를 풍긴다. 구석에 박혀있던 먹다 남긴 소주를 찾아내와 곁들여 먹으니 황홀하다. 이러니 나.의. 부대찌개는 이렇게 소개되어야 마땅하다.


This day, BUDAE CHIGAE is well-known henpecked(공처가의) food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