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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자리 앞에 해놨어요~" - 밉다 미워~

fotomani 2010. 12. 20. 14:42

 

1984년 1월 1일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름하여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가

선진국이라는 각나라를 연결하여 새해 벽두부터 쌩중계로 펼쳐진 것입니다.

아마 그당시 '가카'께서는 아티스트를 금메달 받은 운동선수로 착각을 하셨는지

대한민국 국적의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아티스트가 예술인가를 한다고 하니

'국격'도 높일겸 겸사겸사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특유의 용단을 내리셨을 법도 합니다.

 

 

이견도 많겠지만 홍대 앞을 자유로움과 형식파괴, 독립예술 등으로 상징하기도 하는 것처럼

이름 값하느라고 플래시 몹 동호인이 모여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백남준의 아트 퍼포먼스가 왜 의아스러운고 하니

백남준의 예술 자체가 기존질서를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것이고

조지 오웰의 1984년을 권위와 통제사회의 표상으로 흔히 예로 드는 바인데

조지 오웰을 소재로 하고 백남준의 행위예술이 가미된다면 무엇을 보여줄 지는 자명할 것으로 예상되지요.

 

그러나 백남준이란 사람의 예술이 그리 녹록한가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물론 저도 이해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플래시 몹하는 사람들도 여기서는 이동식 앰프까지 갖고 다닙니다.

 

 

 

"우리 아들 공연하는 데 한번 가보지 않을래?"

 

 

우리 세대가 몇사람이 되든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부터이지만

강某라는 나의 친구의 가창력이 보통이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된 것도

노래방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고음이 안올라가는 노래를 고르는데

이 친구는 도우미들 앞에서 좀 튀고 싶은지 켁켁거려 감히 따라가지도 못할 노래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바람 결을 따라 낭창낭창 넘어가곤 합니다.

'음머~ 약올르는거~' 

 

 

애비 닮은걸 지 혼자 깨우쳤는지 애비가 갈켜줬는지

그 후로 아마추어 싱어로 데뷔하였단 소릴 듣고 있었는데

쇼핑몰, 대학로를 거쳐 홍대 앞까지 진출하였다 하니

홍대 앞에서 구경하며 술도 한잔 먹을 겸

사진도 좀 밖아줄 겸 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롤러코스터란 작은 라이브 홀은 정시에 가니

젊은이들 몇몇과 학부형(?)인듯한 중년부인들 몇몇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고 오려고 문을 나서니

젊은이 둘이 쫓아오며 말합니다.

"어르신, XX 아버님 맞죠? 어르신들 자릴 앞에 마련해놨어요."

고연 놈들 꼭 어르신을 반복해서 붙여야 하니?

 

 

"30분은 더 있어야 돼, 개네 들두 워밍업 해야지~"

사진을 밖기 위해 노구를 무릅쓰고 사람들 틈을 헤치고 무대 앞으로 나갑니다.

 

 

 

무대 앞으로 갔더니 오른쪽에 기타치는 친구가 잘 안다는듯이

경례를 붙입니다.

 

 

친구 아들 아닌데~ 조명발인가?

뒤에 있는 친구에게 문자를 띄웁니다.

'니 아덜 마자?' 

 

 

대개 알음알음 오는 모양으로 무대와 객석이 쉽게 일체가 됩니다.

 

 

 

 

 

친구 아덜입니다.

중간에 멘트를 날리는데

"어! 아버지 친구분이 여기 계시네" 합니다.

그 순간 고의는 아니겠지만 곁에 있던 녀석이 지나가며 내 모자를 떨어뜨립니다.

순식간에 들어나는 민둥산,

"아~ 너 진짜로 밉다~"

순간적으로 음악과 노래소리가 정지된 듯 주위로 당황한 눈빛이 여럿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아랑곳 없이 분위기는 밴드연주에 맞춰 훌끈 달아오릅니다.

 

 

 

 

 

 

 

 

 

 

 

 

 

정신없이 한참 찍고 나오니 오른쪽 달팽이관의 청음센서가 다 망가진 것처럼

귀가 윙윙거리고 어질어질합니다. 

알코홀로 소독해야할 때 입니다.

 

 

그렇게 홍대 앞의 밤은 깊어가고...

 

 

 

이렇게 뽀샵해서 대형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주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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