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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짝 맛이 가는 모양입니다

fotomani 2011. 4. 20. 09:20

 

지난 해에 새만금 비응항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군산으로 나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해장국집을 찾으니

월명동에 유명한 무국집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군산 특유의 해장국집이 있는가하고 물어보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그 흔한 무국이라니 좀 섭섭한 기분까지 듭니다.

 

제일 유명한 한일옥입니다.

유명세를 타는 곳이라 속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알려준 한일옥이라는 무국집으로 가니

벌써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시끄러워 여기서 먹자니 한심합니다.

마침 건너편에 사람이 아예 없는 같은 무국을 파는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당연히 썰렁했지요.

 

반면 바로 앞에 있는 한미식당은 썰렁하지만 맛이 크게 차이야 나겠는가?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도 손에 서울 관광가이드북을 든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같은 값이면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집에서 먹어야

집에 가서 할 이야기도 생기겠지만 사실 맛이라는게 그게 그겁니다.

 

 기본 상차림입니다.

1년 전 사진을 보니 도토리묵이 더 있었네요. 

 

수더분하게 생긴 아줌마가 밑반찬을 오와 열을 맞추어 상위에 올려놓더니

펄펄 끓는 뚝배기 무국을 내옵니다.

 

무국을 양푼에 내오면 백반, 뚝배기에 내오면 무국정식이 될 것 같은 분위기지요.

나는 먹고도 덤덤했지만 집사람은 맛있답니다.

전 그저 집사람이 인사치례로 하는 말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모임여행 사전답사차 군산에 들렀다가

예정했던 꽃게장백반집이 문을 열지 않아 이 골목에 들어 왔더니

또 한일옥은 시끌벅적하여 들를 엄두를 못내고

한가한 한미식당을 또 들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데자부인가요?

 

 

1년 전에 비헤 밥값은 조금 올랐군요

 

똑같이 또 사람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주문을 하고 좀 지나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자리를 채웁니다.

제게 사람을 끄는 그 무엇이 있는가 봅니다.

 

 

국이나 탕을 만드는 방법은 2가지로 대별되는 것 같습니다.

건건이들을 미리 볶은 다음 물을 넣고 끓이느냐,

애초부터 한꺼번에 넣고 끓이느냐.

 

씹히는 맛이라든가 씹을 때 건건이에서 나오는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해장국이라면 애초부터 푹 끓이는게 더 걸맞을 것 같습니다.

 

 

 모주도 한잔해야 섭섭하지 않지요. 조금 후 주전자를 들고 오더니 덜 줬다고

다시 한잔씩 더 딸아줍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아짐들께 인기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전날 알콜로 혹사한 뱃속을 달래주는 데는

역시 부드러운 게 안성맞춤이겠지요.

물론 경상도식 무국은 맵게 육개장처럼 만든다지만

이북인 저의 집에서도 무국은 맑은 장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첫번 먹을 때는 그저그런가 했지만

다시 먹어보니 이 무국이라는 게 가볍게 볼 해장국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롭거나 눈에 꽂히는 자극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짜지도 맵지도 않은 무국이

있는 듯 없는 듯 뱃속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유로움은 위선과 가식의 허물을 벗어 던질 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인데

나이가 들수록 허물은 점점 더 두꺼워지니

나이가 들어 진정으로 자유로워 질려면 치매에 드는 길밖엔 없는 모양입니다.

 

하찮은 무국에서 속박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느끼니

나도 살짝 치매 걸린 것일까요?

명함을 달랬더니 아직도 소모 못한 이전 명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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