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동해안 쪽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80년 대 초반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만해도 먹을거리라 해봐야 지금처럼 유명하다는 것이 있으면
전국적으로 일시에 퍼져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먹는 종류나 맛도 그다지 다양하지 못했습니다.
( 반찬은 그저 그렇습니다만 이 된장박이 고추가 땅깁니다. 단 청양만 고르지 않는다면..)
아마 곰치국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본 것이 90년대 말인가 부터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옛날에 잘 사는 사람들은 생선을 먹어도 살이 하얀 생선이거나
모양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 생선을 선호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은 생선이지만
세울이 흐르다 보니 모양이 흉칙한 것도 식탁에 오르게 되는데
대표적인 게 곰치, 삼세기(삼식이)가 아닌가 합니다.
( 서울에서는 흔히 먹어 볼 수 없는 곰치집이 저의 동네에도 있습니다.
저야 찾아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두번 쯤 가서 먹어줄 만은 합니다.)
(순두부보다도 더 보들보들한...여자분들껜 곰치의 본모습을 보여드리면 안되겠지요.
그러나 속살은 백설처럼 하야니 곰치의 본모습을 어디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음식에 있어 '시원하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국물에 한정되어 쓰는 표현일 텐데
차도 시원, 뜨거워도 시원, 얼큰해도 시원,
느낌상 막힌 게 뚫리는 것처럼 후련해도 시원하다고 하니
이것처럼 내 멋대로 해석이 가능한 단어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엊저녁 진탕먹고 어디다 쓴건지 모를 빈지갑에 속이 쓰린데
거기에 대고 '이게 머가 시원한거야?'하고 눈치없게 들이대야 귀싸대기 안 맞는 것만해도 다행이겠지요.
(강원도에서는 여기에 김치도 넣지요?)
동해까지 갔는데 여성이 낀 일행이 있다고 곰치국 한번 안먹어 볼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흉칙하게 생긴 곰치로 만든 국을 한그륵이라도 먹어 볼려면
예쁜 아가씨가 밥상머리에 들러붙어야만 할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합니다.
'미용에 좋다, 살코기가 하얀 것처럼 살결이 뽀샤시해진다, 하여간 여성들에게 좋다 ... 마지막으로 숙취에도 좋다.'
( 생선 모듬찜입니다. 반건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맛으로 따지면 곰치라는 것이 별 맛 없습니다.
그저 밍숭밍숭 순두부보다도 더 부드러운 식감이 밑빠진 독처럼 혹독하게 단련받은 위점막을
부드럽게 애무해주는 느낌을 받을 뿐이지요.
그래서 절로 나오는게 "아~~~ 시워언하다~~"
이건 졸려서 하품을 하거나 밥먹고 트림하는 것처럼 아무 의미없는 의성어에 다름이 아닙니다.
( 가자미회 무침입니다. 많이 맵진 않고 입맛을 돋구어줍니다.)
처음에 곰치국을 먹을 때는 별로 비싸지도 않았습니다.
국이야 국이니까 백반 수준을 넘어갈 리야 없지요.
그러나 탕이 되면 얄팍한 장사속이 드러나는 것 같아 얘기가 달라집니다.
탕이나 국이나 그게 그거지만 추가밥값을 지불하게 되니
해장국집에서 한 국자 더 퍼주는 훈훈한 맛이 없어진 것 같아
저같이 까칠하고 쫀쫀한 술꾼에게는 '쫌' 그렇지요.
955-9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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