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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들은 멤버 체인지도 안하니?

fotomani 2012. 7. 13. 08:22

제가 반찬없이 오로지 회 하나로만 맛있게 먹은 것은 단체로 남도여행을 갔을 때

경남 사천에 떨어져 삼천포항 근처 횟집으로 가서 새벽부터 활어회를 먹고

먹다남은 회를 냉장포장하여 버스 화물칸에 싣고 다니다 점심쯤 남해도 미조해수욕장

솔밭에 앉아 그것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 2003년 미조해수욕장. 5시간 정도 8월 염천에 관광버스 화물칸에서 숙성된 회 )

 

음식점처럼 밑반찬이 있을 리 없건만 일식집에서 말하는 '숙성'이라는 것이

바로 이 맛인가 거짓말 보태지 않고 꿀맛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리 회가 맛있는 음식점이라도 그맛 따라오는 걸 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회맛도 좋았겠지만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요.

 

( 해수욕장 별미중 하나는 마라도까지 배달되는 짜장면의 맛을 뺄 수 없습니다. )

 

사실 일식집이건 수산이건 어시장이건 회만 가지고 와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숙성을 시킨 것인지 아닌지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집 회의 '데코레숑'은 갈 때마다 좀 달라집니다. 그 중 시각적으로 제일 낫던 회접시 )

 

( 눈감고 구별하라면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까요? )

 

결국 맛있다 혹은 잘한다는 횟집에서 회를 먹는다는 것이

회이외 밑반찬(츠키다시. 곁들인 안주), 서비스, 분위기, 청결도 등 부수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것이 아닐지요.

 

회를 무척 좋아하는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그 후배의 판단기준은 누가 뭐래도 양과 가격입니다.

즉 품위와는 관계없이 가성비(價性比-흐음~ 음식에 가성비?)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지요.

제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동네 조그마한 횟집으로 초대했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형, 처음 가보는 집인데 제가 좀 신경 썼습니다."

"그래? 고맙다." 그랬지만 속으로는 '야, 네가 고른데가 뻔하겠지.'

완존 조폭수준입니다.

 

횟집으로 들어가니 고집으로 저의 맞수인 후배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야! 재는 왜 왔니?"

사실 말은 '양아'처럼 하지만 그게 반갑다는 뜻인 줄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 고집퉁이 후배와 말장난할 새도 없이 나를 놀래킨 해물 밑반찬 )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한상 가득 차려진 해산물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커다란 접시에 조금조금씩 구색갖추기로 나오는 해산물이 아니라

제각각 한접시씩 차지하고 있는 해산물들.

저의 맞수와의 입씨름은 잠시 제쳐두고 가득 채워진 쏘주잔을 비우며 맛을 봅니다.

 

이집에서 낙지 와사비무침(타코와사비. 문어, 낙지, 쭈꾸미등을 고추냉이에 무친 것)이 나온 것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직접 만든 것은 아니라지만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맛을 보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문득 이렇게 해산물을 따로 부탁하지 않고 메뉴판에 적힌 상차림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 낙지 고추냉이무침. 직접 만든 게 아니라는 건 식재료상에서 반제품을 구입해 양념을 했다는 거겠지요.

그래도 일반횟집에 이런 게 나오니 기분은 좋습니다.

고추냉이의 쏘는 느낌은 좀 덜합니다. 일본식 선술집에 가면 이것도 메뉴에 올라갈 품목이지요. )

 

비싼 일식집이야 돈 받은 원죄가 있으니 당연히 밑반찬도 유별나게 준비해야겠지만

일반 횟집에서 나오는 밑반찬이야 대개 그게 그겁니다.

콘치즈를 필두로 반건이 되기 직전 새우, 소라, 해삼, 멍게 ... 거기에 돈가스까지 올라오면 환상적이지요.

'야! 니들은 멤버 체인지도 안하니? 우째 맨날 그 얼굴이 그 얼굴. ㅉㅉ'

 

  

 ( 다음에 초딩친구들과 가 본 평상차림.

뭐 비슷한 품목이 나오지만 이렇게 각자 접시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 꽤 그럴 듯 합니다  )

 

( 밑반찬 중 하나로 치부하긴 아까운 병어회 )

 

 

 

이 집에선 느닷없이 깡통 백도나 시장 떡갈비 같은  반찬도 올라와  놀래키기도 하지만

위와 같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거리가 될 수 있는 선도 좋은 밑반찬이 한두가지 올라와

정작 회보다도 오늘은 어떤 게 올라올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줍니다. 

 

( 가자미 무침 )

 

그 맛에 동문회를 여기서 한번 해보았습니다.

4인상 10만원짜리로 20명 남짓했더니 쥔장이 기분이 좋아지신 모양입니다.

그동안 못봤던 가자미회무침과 닭가슴살 냉채, 열빙어구이(시사모)가 나옵니다.

 

 

 

무슨 수산이라는 곳에서도 4인상 10만원 훌쩍 넘는데 이집 세트메뉴가 10만원 8만원이니

이 정도면 후배 말마따나 '가성비'가 최곱니다.

 

 

그 덕에 고집쟁이 후배가 이미 나온 도미회가 껍질이 붙지 않았다고

도미회는 이렇게 먹으면 못쓴다고 '유스모즈쿠리'로 도미회를 더 시킵니다.

 고집도 고집이지만 그 후배가 회장이니 저야 그저 암말말고 미소만 지어야지요.

 

 

이제 늘상 나오는 밑반찬을 한번 볼까요?

 

 

( 갖 구어 살을 헤치면 김이 솔솔 올라오는 생선구이 삼총사 )

 

( 수제비가 돋보이는 매운탕 )

 

'쥔장님! 다음엔 반제품도 좋으니까 고등어초회(시메사바)나, 도미뱃살 '데리야키'나

관자 버터구이도 한번 줘 보슈. 얼마 비싸지 않아~~'

제가 요새 머리가 아주 '마이 마이' 벗겨집니다.

 

우도횟집 349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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