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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나들이 01 - 보쌈김치 서천삼겹살 군산복어탕

fotomani 2012. 11. 27. 08:26

 

( 서천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저와 같이 노는 초등친구가 3명인데 그중 하나지요.

이번엔 다른 초등친구 부부가 함께 내려갔습니다. )

 

이것도 하실거지요?”

집사람이 집에 없어 저녁을 어찌할까하며 통닭정식을 하나 시켰더니

시키지도 않은 소주 한병을 반찬과 함께 가져오며 묻는 말입니다.

아줌마, 남의 뱃속을 그리 잘 알아버리면 미움받아~”

조조의 계륵의 의미를 간파한 부하 양수가 부대 철수준비를 시키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은 것이 문득 떠올라 한 말이지만,

이거 스타일 팍 구겼습니다.

 

( 비료를 얼마나 주었는지 우리 집 모과나무보다도 굵기는 가는데도

모과는 무척 많이 열렸습니다. 주인을 닮아 정력이 왕성해서 그런가요? )

 

마침 24일 토요일이 놀토라 뭘 할까 하다가 서천에 내려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김장하는 중이라 합니다.

보쌈김치를 한번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했었는데 마침 잘되었습니다.

빌붙어 몇 개 시험적으로 만들어 보아야겠습니다.

 

( 친구 친척분들이 와서 어제 남은 알타리무를 순식간에 버무려 버립니다. )

 

이제는 김장이라는 집안일이 없이 거의 딤채라는 문명의 이기에 마트에서 산 포기김치를 쟁여두고 먹는 세상이니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사람 사는 맛은 좀 덜해진 셈이지요.

 날씨도 잘 봐가며 해야지 섣부르게 추워지는 줄 알고 이 삼백 포기 해두었다가

그 다음 날부터 날이 푹해지기라도 하면 장독 속에서 발효되기 시작하는 김치만큼이나 속은 부글부글 끓었을 겁니다.

남정네들이야 김장이 배추 옮기고 커다란 함지박에 손질한 배추 넣고 소금 뿌리고 장독 파묻는 일로 힘 좀 써주고

 저녁 때 겉절이에 술이라도 한잔하는 재미였겠지만,

그 다음 날부터 추운 마당에서 새빨개진 손을 곁불에 녹여가며 양념을 버무려넣는 일은 모조리 여인네들 일이었으니

그 지긋지긋한 김장에서 해방시켜준 딤채야말로 가장 사랑스러운 발명품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일 겁니다.

 

( 겉절이와 돼지고기를 먹자는 줄 알고 절인 배추를 준비하지 않았답니다.

할 수없이 밭으로 가 배추 몇 포기와 비닐에 커다란 배춧닢을 한수레 담아 옵니다. ) 

 

( 낙지, 새우, 코다리 손질은 제몫입니다. 살이 무를 줄 알고 코다리를 집어 넣었는데

 생태를 집어 넣을 걸 잘못했습니다. 다음엔 생태나 생갈치로 해봐야지요. )

 

보쌈김치 몇 개 만들 정도로 김치속과 절인 배추 몇 개 놔둬라 했더니

친구는 돼지보쌈을 먹는다는 줄로 착각하고 돼지고기 삶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밭에서 배추잎를 뜯어다 절구고 양념을 준비합니다.

마침 같이 내려간 친구부부가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저는 그저 머슴노릇만 한 셈이지요.

새우, 낙지, 생태를 집어넣어야 할 것 같았으나 물이 날 것 같아 코다리, 손질하고

남겨놓은 양념과 함께 썩썩 버무리고 있으니 친구 친척들 몇 분이 왔다가 구경났습니다.

 충청도에서 이북식 보쌈김치를 담고 있으니 신기했던 것이지요.

보쌈김치 한번 맛보려다 이거 온 동네 쪽 팔리게 생겼습니다.

 

( 양념을 만드는 동안 손질하고 남은 배추 이파리들은 닭장으로 가고...

식성들 엄청 좋습니다. )

 

( 심심해서 장독를 들춰보니 주인장 혼자 몰래 얼린 감을 먹으려고

독속에 짚을 깔고 갖난 달걀처럼 감을 얌전하게 모셔두고 있습니다. )

 

 

( 밥먹으려고 채비하니 천방지축이라는 이집 개가 밸도 없이 마음좋은 눈초리로 우릴 쳐다보고 있습니다. )

  

( 판교가 면소재지라지만 리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에  한우마을이라는 음식점으로 가

친구가 그렇게 칭찬하는 삼겹살을 시킵니다. 정말 때깔 좋습니다. )

 

배추가 절여질 동안 판교 면소재지에 있는 한우마을이란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한쪽 큰방은 마을잔치가 벌어졌는지 사람들로 꽉 차고 구석방으로 안내해줍니다.

치우지 못한 밥상을 보니 뼈다귀가 수북히 쌓여 갈비탕이 맛있겠다 짐작되지만

친구는 이집 삼겹살이 생삼겹이라 맛있다고 그걸 시킵니다.

 

( 물김치가 땅기네요, )

 

( 노릇노릇 구어지는 색깔도 훌륭합니다. 저 껍질부분 보세요.)

 

( 부추 쑥갓무침과 함께, 그리고 영원한 친구 쐬주! 너도 함께. )

 

반찬으로 나오는 붉은 물김치가 인상적입니다. 친구 말대로 생삼겹은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습니다.

불판을 달궈 삼겹살을 올려놓으니 육즙도 별로 없이 찰지게 익어가며 내는 때깔도 노르스름하니 비주얼이 만점입니다.

파절이 대신 부추와 쑥갓을 깨와 들기름으로 버무려 삼겹살과 함께 먹으니 고소함과 씹는 맛이 정말 좋습니다.

 4명이 3인분만 시켰는데도 벌써 배가 든든합니다.

 

 

( 육회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무국 )

 

( 한가득 나오는 육회비빔밥 )

 

( 자알 비벼졌습니다. 친구는 이걸로 쏘주 2병 먹는 사람도 있다고 저를 부추깁니다.

제가 맞장구를 쳤으니 각 반 병에서 각 일 병으로 낮술이 과해졌습니다. )

 

이만했으면 됐겠다 싶은데도 육회비빔밥을 먹어봐야 한다고 2사람에 하나씩 육회비빔밥을 시킵니다.

무국과 함께 나오는 비빔밥은 보기에도 푸짐합니다.

물김치가 아까워 남은 밥을 물김치에 말아 먹기까지 하니 자리에서 일어나질지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 서비스로 주는 건건이가 푸짐한 선지해장국 )

 

 ( 배는 부르지만 아깝다는 핑계로 물김치에 밥을 말아 후르륵 )

 

( 자~ 집으로 돌아오니 그럭저럭 배추가 절궈지고 속도 맛이 배기 시작합니다. )

 

육회비빔밥만으로도 술 2병은 먹는다는 말에 홀려 각 일병씩 먹고 오니 그대로 늘어져 버립니다.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코를 골고 있는 친구의 다리로 짐작되는 것이

소파에 기대어 졸고 있는 내 뒤덜미를 간질어도 확인조차 하기 싫은데

비몽사몽간에 친구 부인이 부릅니다.

저거 저렇게 싸면 돼요?“

 

( 이제 생각하니 노란 배춧닢으로 먼저 싸고 다시 넓은 푸른 이파리로 싸야

나중에 먹을 때 푸른 잎을 벗기고 노란 잎에 싸인 보기 좋은 보쌈이 될 뻔 했습니다. )

 

제가 뭐 할 일 있습니까? 그릇 가져오라면 그릇 가져가고 주변 청소하는 시늉밖에...

몇 개 하는 게 아니니 일은 금방 끝났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저녁은 되었는데 낮에 먹은 밥이 아직도 꺼지질 않아 저녁 생각은 나질 않지만

빨리 먹고 와서 잠이나 잘 생각에 소파에서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웁니다.

 

( 보쌈김치들은 쌓여가고... 나는 괜히 미안해서 치운 그릇도 또 치우고 친구부인 심심치 않게 말도 걸고... )

 

( 어둠이 쌓이고 어영부영 달도 떴습니다. 아직 배고프진 않지만 때를 놓치면 길고 긴 밤이 될까봐

친구를 깨워 군산 복어탕집으로 향합니다. )

 

저녁때 서천에 나가 당구 한 게임 치고 돼지냄새 안나 맛있다는 돼지곱창 먹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약간 남아 있는 포만감에 싹 사라져버리고,

 ‘뭘라 군산까지 가느냐만류하는데도 친구는 복어탕 먹으러 군산을 가야만 한답니다.

속이 느글거리니 얼큰한 게 생각도 나겠지요.

어차피 팥빵을 좋아하는 친구 부인 때문에 군산 이성당을 가볼까 했는데 떡본 김에 제사 지내기로 합니다.

 

( 밑반찬들이 맛깔스럽습니다. )

 

( 이 꼴뚜기 오랫만에 보는군요. )

 

( 쪽파를 살짝 데쳐 무쳤습니다. )

 

( 뽀얀조갯살 ) 

 

( 드디어 복어탕이 나왔습니다. )

 

구 군산항 근처에 있는 아구와 복어를 잘 한다는 아복식당엔 TV에 나왔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옆자리 테이블을 보니 꼴뚜기, , 쪽파무침, 삶은 조개살에 식욕이 모락모락 살아납니다.

복어탕과 복어튀김을 시킵니다. 제가 복어에 대해서는 잘 몰라 무슨 복어가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 진주 중앙시장에서 먹었던 복어국과 색깔과 모양새가 비슷합니다.

뚝배기에 펄펄 끓여 나오는 복어탕은 다데기가 얹혀 나오는데

어디선가 맛을 본 된장국물 맛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 탕국물이 낯익다 했더니 강원도 막장으로 만든 북평 해장국이나 진부 된장찌개와 비슷한 군더더기 없는 맛입니다.

보편적인 맛은 아니지만 중독성이 꽤 있는 맛입니다. )

 

( 북평 해장국.)

 

시원한 국물을 몇술 뜨니 그제서야 강원도 북평시장 강원도 막장으로 맛을 낸 해장국 맛과 비슷하다는 게 기억납니다.

달싸한 맛에 길들여진 일반인 입맛에는 다소 맞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쌉사름한 맛은 다데기와 함께 시원한 느낌을 줘 해장 속풀이로 그만일 것 같습니다.

 

( 종업원 아줌마에게 뭉어 봤더니 졸복일 것 같다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온 말같고

진주 중앙시장에서도 이런 복어를 커다란 함지박에 넣고 손질하던데

복어국에 넣는 복어는 대개 이런 종류인 모양입니다. )

 

( 복어 튀김 )

 

( 친구는 꼭 이렇게 밥을 뜨고 그 위에 반찬을 올려서 먹습니다. 괜히 맛있을 것 같지요? )

 

이성당은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온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성당으로 가니 진열대에 놓인 제과들은 거의가 치워지고

마지막으로 구워나온 따끈한 팥앙금빵만 수북히 놓여있습니다.

한 아저씨가 쟁반에 수북하게 빵을 쌓습니다.

웬 빵을 그렇게 많이 사가요?”

몇 집이 나누려고요.”

 

( 바빠서 일일히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이성당으로 가니 마지막 빵이 나왔습니다. )

 

시골의 밤은 깁니다.

몸은 고달파 이불 속에 파묻혀도 담배연기 빠지라고 조금 열어 논 창문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와

모로 누워 자는 잠버릇인데도 그쪽으로는 찬바람에 머리를 돌리기 싫고

반대편으로 누우니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까박하면 저런 소릴 스테레오로 내겠지?’ 까박까박하며

꼬끼오 소리가 날 때까지 굳세게 뭉기적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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