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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의 바닷길걷기2-속초에서 하조대까지

fotomani 2013. 11. 4. 16:20

 

(지난번 남들이 버스 안에서 먹는 간식이 부러워 급조한 주먹밥)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꿈꾸는 고래 잡으러....‘

 

최인호는 암울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파 병태를 내세워 고래사냥을 떠납니다.

그러나 꿈꿔오던 희망과 자유가 각박한 현실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다가 주는 게 아니지요.

칠팔십 년대의 상황은 지금이라고 크게 나아질 바 없습니다.

오히려 강은 점점 더 넓혀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 바보, 쪼다처럼 병태가 되어 집을 나섭니다.

 

(저 시커먼데서 단풍을 보고 감탄사를 내지르는 아줌씨덜. 부랴부랴 차창 밖 풍경을 담는다.)

 

지난 번 고성에서 속초까지 걷고,

이번에는 사우나 할 생각으로 도착점을 강릉으로 역산하여 하조대에서 출발할까 하다가

중간을 건너뛰면 의미가 반감될까 싶어 마음을 고쳐먹고 속초에서 하조대까지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걷는다는 게 돈이 나오겠습니까? 떡이 나오겠습니까? 무슨 별난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저 걷는 거지요.

 

 

 

하루가 늦었으면 새벽 6시 고속버스를 타지 못할 뻔했습니다.

112일 차를 예약하려 하는데 이틀 전에 벌써 첫차 12석만 빼고 8시까지 모든 버스가 매진되었습니다.

오늘도 스마트폰 예비 배터리 챙기는 것을 빼먹었습니다.

앞자리에서 흐린 날씨에도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단풍을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가진 아줌마들이 내뱉는 감탄사에

졸린 눈을 비비고 보니 벌써 미시령입니다. 2주 전 파랗던 설악은 이제 붉게 물들었습니다.

 

(초라한 농가지만 내가 좋아하는 푸근한 풍경)

 

 

 

(대포항)

 

(저 호스쪽에 갈매기들이 아침 조회를 하고 있습니다.)

 

알밴 도루묵을 꼭 먹고 올라가야한다는 아줌마들의 수다에 침을 꿀꺽 삼키며 속초 해변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흐린 날씨에도 바다를 보려는 여행자와 산책 나온 시민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외물치항을 거쳐 대포항으로 들어가니 잡아온 생선상자를 곁에 두고 갈매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사람 없을 때 하나 물어가려고 기회를 보는 걸까요 

 

 

 

 둥근 만()을 따라 관전석처럼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니

곁에는 회센터, 건어물, 해산물 상가들이 늘어서있고 그 끝에 튀김센터가 있습니다.

문을 연 집이 별로 되진 않지만 지난번 속초에서 실망한 튀김이 이곳도 그런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머리달린 새우튀김 2개를 시키니 덤으로 풋고추 튀김을 하나 더 줍니다.

튀김집에서 갖 잡은 새우로 만든 튀김을 먹는다는 건 여간한 행운이 따르지 않는 한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 같지만

그래도 지난번 튀김보다는 낫습니다. 여기에도 오징어순대는 받아다 파는군요.

 

 

 

 

 

(설악해맞이공원)

 

버스 안에서는 한기가 느껴지더니 흐린 날씨와 바람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열이 나 반팔티로 갈아입습니다.

설악 해맞이공원은 서울에 갖다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조경을 잘해놓았습니다.

 

 

 

 

 

? 동해안에도 몽돌해변이 있네요.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가 빠지면서 몽돌 굴어가는 소리가 제대로입니다. 좌르륵 소리를 들으며 셀카 한 장! 

 

(파도가 밀려나가며 나는 몽돌 부딪히는 소리가 상쾌합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 동해안에서 많은 철책들을 없앤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서 걷다보니 그 철책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초병들이 걷는 자리는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보도블럭을 한 줄로 길게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낙산사 입구. 몇 년 전 난 화재로 멀리서 보는 해수관음상은 몇그루 소나무 사이로 초라하게 서있어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일주문 곁에는 소나무 군락이 남아 있어 위안이 됩니다.

부도밭을 지나 곁에는 화재로 수거한 기왓장과 주춧돌로 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얼마나 변했을까? 진입로는 보수완료를 축하하는 연등을 다느라 분주합니다.

 

 

 

 

(2000년도 풍경)

 

~~~ 아기자기하던 뜰은 다 없어지고 절은 궁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좀 더 마음이 차분해지는 분위기로 변할 수 있을까요?

너무도 달라져서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길을 따라 후문을 통해 식당가로 내려갑니다.

해변을 따라 길을 걸으니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못했는데 그걸 알기라도 한 듯

길거리 느티나무가 제 몸을 살라 볼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의상대)

 

 

 

 

 

2인분 이상의 식단은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광객 몰리는 식당은 싫고 기사식당을 들어가려다 국도로 나와 버립니다.

길 건너편에 배달은 절대로 안하는중국집과 욕쟁이를 강조하는 국수집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혹시 장칼국수를 먹어볼 수 있을까 하여 욕쟁이 할머니집으로 들어가니 장칼국수는 없습니다.

감자옹심이를 시킵니다. ~ 반찬 참 깔끔합니다.

고추절임, 무말랭이, 무채, 배추김치, 고춧잎절임, 모두 입맛에 딱 맞습니다.

 이윽고 나오는 감자옹심이, 비주얼은 굿인데 맛은 좀? 국물이 밍밍합니다.

북어로 국물을 낸다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밥을 다 먹으니 밖에는 부슬비가 우산 받기 애매할 정도로 내립니다.

주인장께 손님이 잊어버리고 간 우산이 없냐 물으니 미안한 표정으로 없답니다.

 

 

 

 

 

 

(양양 시외버스터미널 옆 기사식당. 이런데가 혼자 먹기 딱 좋은데지요.

운좋으면 지역 특산 음식도 먹어볼 수 있지만 너무 큰 기대는 금물. 中정도는 합니다.)

 

 

 

(집안을 도는 골목길)

 

 

 

(반갑다. 한옥 자재들)

 

 카메라는 배낭에 깊숙이 집어넣고 똑닥이만 겨드랑이에 차고 에라, 맞자.’ 양양읍으로 향합니다.

오래 전에 어성전으로 오프로드했던 추억 때문이었을까요?

아름다운 처녀귀신이 선도를 했었을까요?

바다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지도를 보니 내륙쪽으로 한참 들어왔습니다.

 이런, 부랴부랴 남대천을 따라 해안쪽으로 방향을 꺽어 7번도로를 찾아 나갑니다.

다시 주문진 방향으로 걷다보니 길가에 초벌만 다듬어 놓은 추녀목이 놓여 있습니다.

 ‘그렇지 강원도에 제재소가 많지눈에 익은 소나무들을 보니 반갑습니다.

제재소엔 한옥이 들어서있고 마당엔 양반집에나 쓸 커다란 대들보와 서까래감이 쌓여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사고현장입니다.

가족의 애끓는 마음이 꽃다발과 소주병에 절절히 스며있습니다.)

 

고갯길에는 누가 조화(弔花) 다발과 먹다 남은 소주병 그리고 술잔이 일부러 갖다 놓은 듯 놓여있습니다.

무슨 애절한 사연이 있길래 길가에서 소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을까요?

자세히 보니 얼마 되지 않은 사고현장입니다.

바로 며칠 전까지 건강한 얼굴을 마주하던 사랑스런 식구였을텐데...

어느 누가 사랑하는 이가 유명을 달리한 걸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남의 일이라지만 차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양양비행장, 활주로가 길기도 긴 모양입니다. 산에 막혀 보이진 않지만 입구를

벌써 지났는데도 아직도 끝이 안 난 모양입니다.

제가 좀 지친 모양이지요? 하조대 IC를 지나 하조대, 현북면으로 들어 갑니다.

바로 코앞에 하조대가 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강릉행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끊습니다.

? 44백원?’ 불과 30Km남짓인데?

 

(교통비가 왜 이리 비싼가 했더니 리무진 버스입니다. 나 이런 거 안타도 되는데..) 

 

막간을 이용해 약국에 들어가 파스와 우루사, 쌍화탕을 사며 5천원을 내미니 4천원을 거슬러 줍니다.

영감님? 이거 잘못 거슬러 준 거 아녜요?” 일일이 계산해주고 천원을 건네받습니다.

잠시 눈시울이 뜨듯해집니다.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려다 안쓰러워 그냥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한 무리 군인들이 군대버스에서 내립니다.

잠시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사이 다 없어지고 한 사람만 남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들 어디 가고 혼자 남아있어? 외박 나왔는가?” 물으니

동해안 지역은 현역이 출퇴근을 한답니다.

한참 기다려 버스를 타고 보니 버스비가 비싼 이유가 있었네요.

 리무진 버스입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

 대신 출퇴근하는 군인에겐 교통비가 만만치 않겠군요.

 

(내장탕. 해장에 좋을 것 같은...)

 

강릉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숙소로 정한 경포솔향온천으로 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시내를 슬슬 걷습니다.

역시 밥 먹기 쉽지 않군요. 어림지라는 식당에 들어가 내장탕을 시킵니다.

역시 깔끔한 반찬이 몇 가지 나오고 여기 내장탕 괜찮습니다.

건더기도 넉넉하고 곱이 흘러나온 국물이 걸쭉하니 소주 생각나게 만듭니다.

사우나에 계산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타니 마산에서 올라왔다는 나홀로 여행자를 만납니다.

탕에서 얘기나 하려고 둘러보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강릉에서 꽤 크다는 사우나는 가족들이 많이 와서 아기들이 뛰어 돌아다니느라 12시까지 어수선합니다.

어두운 수면실에 들어가긴 싫고 컵라면 크기만 한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는 식혜 하나 들고 잠을 청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라도 하나 사가지고 들어올걸...’

 

 

새벽에 일어나 몸을 씻고 카운터로 내려와 버스가 언제 오냐고 물으니 6시 반 정도랍니다.

벽시계를 보니 447. 아뿔싸, 4시를 6시로 잘못보고 부랴부랴 나선겁니다.

키는 이미 다 반납을 해버렸으니 시간도 죽일 겸 걸어서 시내로 향합니다.

가로등에 비친 튤립나무잎이 아름답습니다. 그걸 벗 삼아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25km

total 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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