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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가 닭발 먹으러 가다

fotomani 2013. 12. 18. 12:23

낮에 눈이 내렸습니다.

꾸물꾸물한 날씨는 신경통 환자에게만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저녁나절 술꾼에게도 사인을 보냅니다.

아니나 다를까 5시가 되니 책상 위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어줍니다.

 ‘매일 20km는 외롭네요’ 한잔하자는 메시지치고는 축축합니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구?

후배가 4월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200km 울트라 마라톤을 벌써부터 준비한다며

 ‘나 이제부터 금주에 들어갑니다.’해싸며 비장한 얼굴로 부르지 말라고 결별을 선언하지만

그게 어떤 엔딩이 될지 제가 빤히 알고 있습니다.

육회로 하잡니다. 육회는 무슨 육회냐? 날도 궂은데 국물 있는 걸로 해야지.

 

 

국물 있는 안주로 하자곤 했지만 미아 삼거리에서 국물있는 게 닭한마리 말고 딱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그냥 골목 속으로 들어가니 ‘놀란닭’이란 숯불 닭갈비구이집이 나옵니다.

게다가 김치찌개 무한리필이라...

지난 번 수락산역 근방에서 먹었던 숯불구이에서 재미를 봤던 터라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조그마한 홀에는 7개 전후 드럼통 테이블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딱 고만큼 손님이 찹니다.

요즘은 알바자리 구하는 학생들이 차고 넘치는가요?

 나이는 어리지만 스카웃했으면 좋겠다 싶게 싹싹하고 예쁘장한 알바생들이 많습니다.

‘고통스러운, 매운, 보통 맛’ 등으로 어지러이 써있는 메뉴를 물어보는 대로

하나하나 귀찮은 표정 없이 잘도 가르쳐줍니다.

간장닭갈비 둘, 불닭발 맵지 않게 하나.

맵지 않게는 없고 매운 맛밖에는 없다고 재차 확인 시켜주고 주방으로 향합니다.

 

 

 

 

보통은 남자들이 숯불을 담당하는데 여학생이 거친 일을 마다하고 숯불을 들고 옵니다.

고 녀석 기특하긴, 볼수록 하는 짓이 맘에 듭니다.

약간 익힌듯한 닭갈비와 닭발을 석쇠에 올려놓습니다.

무한리필이라는 김치찌개는 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먹다 남기는 것보다 먹을 만큼 주는 게 차라리 더 낫지요.

간장 맛은 오히려 약한 편입니다. 불고기간 정도 생각했었는데...

후배가 닭발을 먹질 않아 밀어주며 먹어보라 했더니 형님 좋아하는 것 같아 안 먹고 있었답니다.

이런, 이런, 눈물이 나올라 그럽니다.

‘나 아무리 닥다리래도 닭발보단 닭날갤 더 조아해~’

 

 

김치찌개는 미리 푹 끓인 듯 약간 새큼합니다. 밥 한 그릇 맙니다.

국물을 더 넣어 달랬더니 아예 가져가서 보충하고 끓여다 줍니다.

선수가 밥안주를 마다할 리 없지요.

“빨간 거 하나 더~“

처음엔 양이 적은 듯 했던 닭갈비가 남아 찌개에 넣고 푹 끓입니다.

밥 말은 김치찌개는 삽질을 할수록 닭김치죽으로 변합니다.

 

 

뱃속이 불러오니 메뉴판의 김치우동, 주먹밥, 날치알 계란찜 같은 사람이 먹을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왜 그게 안보였을까?

다음엔 개밥 말고 그것도 한번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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