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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보다 반계탕이 더 맛있는 집-개성왕순대

fotomani 2014. 2. 20. 10:16

 

내가 닭곰탕을 처음 안 게 고등학교 때쯤일 겁니다. 그때 집이 오장동(쌍림동)에 있었는데,

충무로에서 광희동으로 연결되는 도로변에는 영세 자동차 정비업소들이 밀집되어

서울 시내 거의 모든 차들, 특히 택시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기사들이 드나드니 당연히 작은 식당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알려졌던 게 ‘오장동 버드나무집’이라는 닭곰탕집이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버드나무집 닭곰탕에 대한 기사는 없어도-그때는 먹는 기사가 거의 없을 때였으니까-

‘영업용 택시기사들이 많이 드나드는 음식점 22곳에서 흰색 시트커버를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라는 기사에

오장동 버드나무집이 끼어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장사가 잘되던 집이었음을 알 수 있지요.

커다란 빌딩까지 짓고 영업을 하다 슬그머니 80년대에 없어져 아쉬움이 큰 집이기도 합니다.

 

 

 

점심때는 당연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식간 좀 한가할 때면 아줌마들이 커다란 알루미늄 대야를 꿰어 차고 앉아

통배추를 장작 패듯이 커다란 칼로 척척 찍어내던 모습은 그 것만으로도 볼거리였습니다.

당연히 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는 커다랗게 크기가 제각각이고

깍두기는 거의 손바닥만 해서 가위로 썰어서 들어야할 정도였지요.

닭은 아마 육계나 난계, 자랄 만큼 다 자란 노계들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닭 껍질에 깃이 박혀있던 자리가 선명해서

그야말로 닭소름이 돋은 닭을 손으로 뜯어 냄비에 밥과 함께 넣어 즉석에서 끓여 내오는 그런 닭곰탕이었습니다.

이와 가장 비슷하게 끓여 내오는 닭곰탕이 남대문 시장 안의 강원집이라는 곳이지요.

요즘 이런 닭으로 요리를 하면 젊은 사람들은 건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그날도 집사람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라 뭘 먹을까 망설이다 집 근방까지 왔습니다.

전에 작은 횟집을 하던 곳에 <개성왕순대>란 간판을 붙인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집이 눈에 띕니다.

제일 흔해빠진 게 순대국집이긴 하지만 이북식 순대로 간단히 때우려고 들어가

옆자리를 보니 비교적 푸짐한 반계탕을 맛있게 먹는 게 보입니다.

 ‘순대국집에서 반계탕?’ 하면서도 반계탕을 주문합니다. 후회하는 거 아니길 바라면서.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반계탕은 눈으로만 보아도 먹음직스럽게 곰익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뜯으니 별 저항 없이 뜯겨질 정도입니다. 문득 버드나무집 닭곰탕이 생각납니다.

닭곰탕이나 반계탕이나 뜯어 놓으면 그게 그거지요.

당연히 빨간 거 하나 시켜서 신문 펼쳐놓고 읽으며, 먹으며, 마시며 어느 새 건더기는 다 없어지고

밥을 말아 소주병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입안에 쑤셔 넣습니다. 포만감이 딱 알맞습니다.

체인점이라 반계탕도 받아 파느냐 물으니 독자적인 메뉴랍니다.

계산을 하려니 불과 5천원. 놀랍습니다. 순대집에서 반계탕이 더 잘 팔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욕심대로라면 냄비에 끓여서 파를 푸짐하게 얹져 나오는 게 더 걸맞을 것 같지만

삐질까봐 그저 조용히 집으로 향합니다.

 

 

신창시장 개성왕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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