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닥다리의 바닷길걷기 8(3/3)-다시 가고픈 부산

fotomani 2014. 2. 18. 11:45

 

 

전 사우나 찜질방을 선택할 때 일단 탕과 수면실이 넓고 안마의자와 커다란 얼음 식혜를 사먹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합니다. 선호도 전국 8위권에 올랐다는 'ㅈ'사우나로 갔더니

외관은 그럴싸 한데 내부시설은 영~, 토끼굴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나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근처 찜질방을 검색해보지만 평은 거의 전부 악평 일색.

기본 정보인 탕의 크기, 종류, 수면실 크기 등이 언급돼야 하는데

아줌마가 서비스가 영 아니다. 알바냐. 구리다. 등 등 애매모호한 평이 대부분이니

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도무지 가늠이 안됩니다.

 

 

부산 사람은 아니어도 범일동, 부산진, 초량, 남포동, 완월동 모두 귀에 익은 지명입니다.

남포동으로 가는 전철을 탔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

다시 남포동 행 전철로 갈아 탑니다. 누구 따라 탄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영도다리는 어무이 아부지가 나를 주워온 곳'

6.25때 낙동강 아래로 밀려 그 좁은 지역에 피난민이 바글바글하던 때

피난동이로 나온 그기 바로 나 아임니꺼?

제일 가슴에 다가오는 글귀입니다. 

 

 

영도다리. 낮 12시에 15분간 들린다는데 저 치차가 다리 상판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요?

 

 

신기하게도 다리 바로 곁에 마치세트장처럼 옛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계단과 가옥이 있습니다.

남부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를 타는데 24시에 무려 해운대행 버스가 6대가 동시에 들어오고

승객은 거의 모두 젊은이들입니다. 젊은이들은 쑥쑥 타고 전 물어물어 차를 타고...

해운대에서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젊은이는 해운대로, 늙은이는 향수를 자극하는 옛동네로.

신세대와 쉰세대는 이렇게 다릅니다.

 

 

자갈치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인데도 장사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오래 전 집사람과 마산에서 부산, 그것도 자갈치시장 옛 생각에 구경한다고 무려 5시간이나 걸려

늦은 밤에 들어왔습니다. 깨끗한 방을 찾는다고 가는 곳마다 '쉬었다 가는'게 아니라서 전부 툇자.

무슨 'ㄱ'관광호텔이라는 곳에 갔더니 로비 카운터엔 노인네 두분만 현광등 아래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관광'호텔도...참.

분수를 알아야지 무슨 인터넷이니 월풀이니...이래저래 전 쉰세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봤나! 이기 바로 자갈친기라.' 지하철에 붙어 있던 카피.

지금은 5부능선 정도까지만 주택이 있지만

전쟁통에는 산꼭대기까지 판잣집들이 들어찼을테니 밤중에 들어온 미군함 수병들이

불빛을 보고 놀랬다는 거 아닙니까?

 

 

 

2인분을 기본으로 파는 생선구이. 선지국이랑 생선구이가 땅기지만 어떡하누?

패스해야지.

 

 

아무리 술꾼이래도 그렇다고 아침부터 돼지껍데기와 선지국은 싫고,

 

 

아, 복국도 있었지~

 

 

 

 

 

 

갈치구이 백반. 고봉으로 나오는 밥을 깎았는데도 저만큼.

 

 

덩치가 좀 작긴 하지만 나홀로 여행자에겐 훌륭한 밥 한끼.

이것 만해도 얼마나 행복한가~

 

 

말끔히 비웁니다. 국그릇에 담겨나오는 된장찌개, 맛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먹게 꼬마김밥을 포장해?

손님 앞에 진열된 반찬통에서 날치알이니 뭐니 꺼내 입맛대로 원하는대로 만들어 주는 즉석김밥.

 

 

내가 태어난 출생지는 결국 못찾고 용두산 공원에나 한번 올라갔다 와야지

 

 

진입로를 찾고 있는 나에게 동네 아줌마는 묻지도 않는데 가리켜 줍니다.

'거기 쫍따란 골목낄로 올라 가이소.'

 

 

묘령의 아가씨. 최지우 마네킹이랍니다. 용두산 공원에서 무슨 스토리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말자 / 한발 올려 맹세하고 두발 딛어 언약하던 '

입에 풀칠하기 바빴던 피난시절에 굳은 사랑의 맹세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때문에

맥없이 부서져 버리는 그런 시대였을 겁니다.

부산. 신구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 짧은 시간이지만 짙게 여운을 남깁니다.

 

 

 

부산 서부터미널

 

 

완당, 밀면, 갈비탕, 유부전골은 결국 다음 기회로...저거 어디서 찍었을까요?

 

 

10시에 출발이니 배가 고프진 않지만 밀면대신 국수 한그륵.

 

 

많이 걸었습니다.

다음에 영덕에 오면 꼭 전화하라는 지인이 한분 계시는데 그땐 꼭 간단히 대포 한잔으로...

 

***

기왕 부산에 가는 김에 부모님들로부터 들었던 흔적을 찾아볼까 했는데 여의친 않았지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코스여서 많이 걸었는데도 별로 힘든 줄 몰랐고

특히 동해남부선 폐선로구간과 이기대 산책로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우나 찜질방은 신시가지 쪽으로 잡는 게 졸을 듯 합니다.

 

43km

누적 277km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