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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결혼식-신혼부부에게 보내는 편지

fotomani 2014. 9. 29. 09:16

딸에 이어 아들까지 결혼을 시켰습니다.

결혼식은 전적으로 본인들이 기획하여 

주례없이 진행된다는 것과 신혼부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나

써달라는 것 외에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결혼식이었지요.


화창한 날씨에 서툴고 어색하긴 했지만

그것때문에 오히려 인상적인 결혼식이 되지 않았나

자평을 해봅니다.

가급적 규모를 줄이려고 많은 분들께 청첩을 못해 

죄송스럽단 말씀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축하의 성원 마음으로 따뜻하고

풍성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리며 몇장의 사진과

신혼부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립니다.




먼저 따님을 곱게 키워주신 정OO양의 부모님과

아들 이OO을 건강하게 키워준 저의 집사람께 감사드리며

또한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부라는 게 서로 닮아가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의견충돌도 생기고 이해상충도 생깁니다

쉽게 말해서 그게 바로 부부싸움이라는 거지요

남자는 밀어붙이는 것을 남성적인 매력으로, 여자는 사랑밖에 난 몰라를 무기로,

 ‘아마 저 사람은 나를 잘 이해해 줄거야라는 착각 속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도 모릅니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그냥 넘어가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세상이 너희들은 사랑만 하고 살라고 그냥 놔둡니까

세상을 살려면 승진도 생각해야 하고, 아이를 누구보다도 잘 키우고 싶고

좋은 집도 가져야 되는데

알사탕을 입에 물고,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살 수만은 없다는 얘기지요

그러다보면 가장 만만한, 서로에게 화를 내고

달콤하기만 하던 상대의 말이 가시가 되어 가슴을 찌르기도 합니다

무조건 내편이라 믿었던 상대에게 서운할 때가 많아지고

오기가 생겨 한번 해보자고 달려들게 됩니다.

 

, 예전엔 이렇지 않았었는데?’하고 상황 파악할 새도 없이

앞에 일련번호만 없다 뿐이지, 그동안 섭섭했던 게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부부기 때문에 이해해주리라 지나쳤던 것들이 

켜켜이 쌓여 가슴이 멍이들 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졸지에 기습을 당했으니 대꾸 한번 변변히 못하고

그만 합시다라고 끝낼 수밖엔 없습니다.

 

그만하자고는 했으나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고

뒤늦게 상대의 불만에 대한 반박거리도 생기지만

그렇다고 나 이제 할 말이 생겼으니 다시 한 번 해보자할 수는 없는 거지요

한편으론 그동안 얼마나 속앓이를 했으면 저럴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신혼 때 누가 저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물어 봤습니다

그때 하나하나 벽돌을 쌓듯이 살아 보겠노라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을 벽돌로 탄탄하게 쌓아온 것이 아니라

부부 사이에 벽돌로 탄탄하게 담을 쌓아왔던 것이 아닌가 후회가 많이 됩니다

좀 더 집사람 말을 들어 줄 걸, 내가 더 양보할 걸

그러나 지금 와서 후회해본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기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려는 예비부부가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날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이제부터 버립시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연애할 때처럼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즐거울까를 먼저 생각합시다

불통의 벽돌을 쌓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 쌓이는 벽돌담을 허물어 버립시다.

 

이렇게 말하니 우리 아들이 또 그럴 겁니다.

 ‘, 그거 바로 아버지 얘기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새삼스럽게, 그동안 묵묵히 참아준 저의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신혼부부의 행복을 빌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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