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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마음 씀씀이가 음식맛과 비례하지는 않지만...

fotomani 2014. 11. 24. 07:38

전에도 얘기했지만 미아 사거리 전철역은 제가 간혹 내리곤 하는 참새 방앗간역입니다

동편으로는 수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 위주로 먹자거리가 조성되었고 

서편은 숭인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그 옛날부터 서민위주의 실비집들이 있던 곳입니다.

물론 재래시장 정비로 더욱 깨끗해지기도 했지만 배후에 뉴타운이 생겨 더 번잡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미아삼거리, 아니 이젠 미아사거리역에 숭인시장이 있는데

이렇게 초입부터 노천카페 같은 들뜬 분위기 입니다.  치킨부터 노가리+한치+땅콩 5천원, 등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즐거운 휴식처입니다.)


음식을 맛만 따지며 먹다보면 그렇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다시 가보고 싶고 생각나는 집이 있습니다.

미아 사거리 숭인시장의 <일미집>이란 곳이 바로 그렇습니다

숭인시장 입구에는 치킨을 하는 호프집과 횟집이 불을 밝히고 있어 

저녁에는 마치 노천카페 같은 들뜬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주방 위 벽면에는 숙성때문에 삼겹살 40인분, 목살 20인분밖에 못판다 써있으나

이런 골목집에서 하루 60인분이면 결코 적은 량은 아닙니다.) 


캐노피를 덮어놓은 숭인시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좌측으로 꺾어 다시 바깥으로 나가면 뭔가 있을 것 같은 먹자골목인데 

여기에 일미집이란 테이블 8개 정도의 작은 고기집이 있습니다

돼지고기 전문으로 4시부터 영업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주방 위쪽 벽면에는

모든 육류는 일정 기간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하루에 삼겹살 40인분

목살 20인분 이상 팔수 없다고 써 붙여 놓았습니다

당연히 주방 냉장고에는 붉은 등불 아래 돼지고기 덩어리들이 다리 꼬고 앉아 

자기를 찍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숙성하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주방 냉장고엔 고기를 재워놓고 있습니다.

고기 전문집 쇼케이스가 홍등인 이유가 뭘까요?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


(골목에 있는 실비집치고는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골목 다른 곱창집도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전 목살밖에 먹어보질 못했지만 당연히 고기질은 좋지요

그런데 이집 음식들 하나하나 주인장 배려가 숨어들어갔습니다

물론 그런 것 때문에 음식 맛이 확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조그만 마음 씀씀이가 기분 좋게 만듭니다

주인 입장에선 그런 게 대부분 번잡스러운 것들이지요

서비스 하거나 말거나 내손에 들어오는 음식 값은 마찬가지니까요


(숙성시켰다는 두툼한 목살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나옵니다. 겉보기에도 질이 괜찮습니다.)


(육즙이 배어 나오면 뒤집으랍니다.  돼지껍데기가 양념되어 서비스로 나옵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밑반찬들이 나옵니다

부드러운 일본식 계란찜, 기대도 안했던 것이라 대개 여자 손님들이 좋아합니다

양파의 아삭함이 살아있게 즉석에서 무쳐 내오는 데친 오징어

짙은 냉국 육수 같은 양념 파절이

전 천천히 숨이 죽으며 파맛을 잃지 않는 이런 파절이를 좋아합니다

보리쌀을 넣은 쌈장- 맛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잘 모르겠으나 독특합니다

그리고 고기와 함께 돼지껍데기와 청국장이 서비스로 나오는데 

구색 맞추기 용 멀건 된장찌개가 아닌 냄새와 맛과 점도가 적절한 청국장입니다.


(요 계란찜. 여자분들은 여기에 뿅 가더군요. 실비집에서 이 정도 기대하기 어렵지요.)


(곧바로 무친 데친 오징어)


(독특하게 보리쌀이 들어간 쌈장) 


(양념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파맛이 나중까지 살아있는 파절이)


(김치찌개를 따로 시켜야하나 망설이게 만드는 청국장)




고기야 숙성시킨다고 그렇게 강조하는데 질이 떨어지면 안 되지요

처음엔 다른 고기집처럼 1.5인분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지만 1인분으로도 든든합니다

더구나 서비스로 나오는 청국장에 밥을 먹을지

따로 김치찌개를 시킬지, 메밀소바를 하나 시켜먹을지 까지 가면 행복해집니다



마음 씀씀이가 좋다는 게 음식맛이 좋다는 것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먹으면서 기분 좋은데 소화가 안되겠습니까?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김치찌개는 워낙 잘하는 데가 많아 손꼽을 정도는 아니네요)


(나는 쯔유로 간한 육수국물 넣어주는 메밀소바 하나.  시원합니다.)


더구나 2차로 들른 호프집엔 노가리+한치+땅콩 5천원 안주가 있는 

천 호프집까지 있으니 이 동네 맘에 듭니다. 

다만 형님! 누님! 사장님! 사모님!! 가급적 현금결제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애교스럽게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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